내 차를 욕하지 말라!
비싼 돈을 주고 최고급 차를 샀는데 차에 결함이 있다고 알려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싼 차를 산 것을 후회하고 자동차 회사를 비난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다. 자신이 구매한 차의 좋은 점과 긍정적인 정보만 수집한 후, ‘자신이 구매한 차가 최고급 차’라는 믿음에는 잘못이 없다고 합리화·정당화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구매한 차가 좋은 차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이해가 가는가?
최근에 디젤 게이트Diesel Gate라 불리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부가티Bugatti, 람보르기니Lamborghini, 벤틀리Bentley, 포르쉐Porsche, 아우디Audi, 폭스바겐Volkswagen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자동차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에서 차를 가장 많이 파는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 엔진 배출가스량을 조작해 판매한 정황이 포착돼 미 정부가 나서게 되었고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배출가스 조작은 ‘환경이슈’라는 전세계의 공통 관심사 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으며, 특히 ‘MADE IN GERMANY’ 품질에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던 전세계인에게 경악할 만한 사고였다. 마침, 독일차에 주도권을 빼앗긴 한국 자동차 시장에는 낭보였으리라 독일차를 넘어 독일의 시스템까지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사들이 넘쳐 났으며 SNS에는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여기 저기서 폭스바겐 오너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폭스바겐은 시대의 명차다”, “나는 만족하며 타고 있다”, “리콜을 해도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등의 폭스바겐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응원의 목소리였다. 소비자권리를 내세우며 리콜에 대한 집단 행동을 할 만도 한데 오히려 그 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태도에 대하여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 하에서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
호기심 많은 심리학자, 사이비 종교집단에 잠입하다
1957년 11월 밤, 미국 미니애폴리스 주의 레이크 시티에 살고 있는 의대 교수 매리언키치와 그녀의 UFO 동호회 친구들-외과의사 암스트롱 박사, 베르사, 그리고 돈과 같은 사람들-에게 ‘사난다’ 라는 이름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1957년 12월 21일 자정에 대홍수가 날 것이며, ‘사난다’라는 이름의 신을 믿는 사람들은 모두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으며, 이에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교를 만들어 종말을 준비한다. 소문은 금새 퍼져, 가까운 미네소타 대학에서 심리학자로 활동하던 서른한 살의 페스팅거에게까지 온다. 그는 예언의 날에 대홍수가 나지 않고, 우주선이 구원을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과연 그들은 믿음을 저버릴 것인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할 것인가? 예언이 실패할 경우 벌어질 일들이 궁금했던 페스팅거는 신자를 가장하고 교단에 몰래 잠입한다.
신자들은 직장과 가족을 버리고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대홍수가 찾아오기 전날 밤, 신분을 숨긴 연구자들과 신자들은 계시를 받기 위해 매리언키치의 거실에 모였다. 조용한 가운데 시간은 흘러갔으며, 흥미거리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방송국 차량의 조명만이 어지럽게 쏟아졌다. 그렇게 자정은 지나갔다. 예언이 실현되지 않음에 충격 받은 신자들은 울기도 하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을 인터뷰하기 위해 방송국은 혈안이 되었고, 한동안 안절부절 못하던 신자들은 갑자기 인터뷰를 하기 시작한다.
“밤새도록 앉아 있던 신자들의 기도에 신께서 세상을 구원하기로 결심하시고 홍수를 내리지 않았다…우리의 믿음이 지구의 종말을 막았다” 신자들은 이렇게 몇 날 며칠에 걸쳐, 수십 건의 인터뷰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행동과 믿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내 안의 불협화음을 조화롭게 하는 방법
페스팅거는 이교도 집단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며, 그 유명한 《인지 부조화 이론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을 내놓고, 이 후에도 실험을 통해 인간 정신의 합리화 메커니즘을 밝혀낸다.
인지 부조화 이론이란 개인이 가진 신념, 생각, 태도와 행동 사이의 부조화가 유발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태도나 행동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우리는 태도와 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동기를 지니고 있어서, 인지적 부조화를 경험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태도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심리적 불편감을 해결하고 자신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한다.태도와 행동간 부조화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부조화를 증폭시키는 정보(신념이나 태도와 반대되는 아이디어, 정보 및 의견)를 회피(선별적 노출)하거나, 행동을 결정한 후 자신의 선택의 타당성을 확신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통해 정신적 부조화나 불쾌함, 불안함을 해소(결정 후의 부조화)하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인지부조화 속에 살고 있으며, 선전가들은 ‘합리화의 올가미Rationalization trap’를 유리하게 이용하곤 한다. 선전가는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방법을 통하여 의도적으로 부조화를 느끼게 만든다. 이때 죄책감을 느끼게 하던지, 창피하거나 부적절한 느낌을 갖게 하던지, 상대방을 위선자처럼 보이거나 믿을 수 없는 사람처럼 만들어 버리는 방법 등을 이용한다. 그 다음, 선전가는 부조화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즉, 선전가가 처음부터 복안으로 갖고 있는 요구 사항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죄책감을 감소시키거나, 수치스런 기분을 없애고, 헌신에 대하여 존경을 받으며, 불편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선금을 기부하고, 자동차를 구입하며, 적을 증오하거나 그 지도자에게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지 부조화이론은 다른 사람의 태도를 변화시키고자 할 때 설득전략이 될 수 있다. 마케팅에서도 인지부조화를 줄여 구매촉진을 위한 전략으로 자주 사용된다. ‘상위 1%의 선택’이라면 고급차를 팔고 인지 부조화를 느끼지 않게 지속적으로 VIP마케팅을 하고, 구매 후의 제품에 대한 불만을 사전에 잠재우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해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한다. ‘비상식량’ 컨셉으로 시장에 출시되었던 한 즉석밥 브랜드는 판매 저조가 ‘편하나 정성이 부족한 밥’이라는 ‘엄마의 죄책감’ 요인이라는 요인을 발견하고 ‘엄마가 해 준 것처럼 맛있는 밥’으로 컨셉을 바꿔 인지 부조화를 해소한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판매 후 마케팅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구매 후에도 잘 샀는지 고민을 하고 마음이 쉽게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쇼핑몰을 이용하는 여성의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무료 반품/교환 서비스’를 만들고 광고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
가끔은 거짓말을 하자!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다면!
좋고 나쁜 것은 해석에 달려있다며 ‘꿈보다 해몽’이란 말을 자주 쓴다. 평소에 다이어트에 목을 매던 여학생은 ‘시험기간인데, 공부하느라 에너지 소모도 큰데’라며 쉽게 초콜릿에 손을 댄다. 술을 적당히 마시라는 조언에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은 약이다’라고 하기도 하며, 급기야 ‘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다’라는 궤변을 늘여 놓기도 한다. ‘담배 끊는 사람과는 상종을 말라’ 혹은 ‘스트레스 관리는 담배, 건강 관리는 운동’이라는 말로 흡연을 부추기기도 한다.
일상은 끊임없이 부딪히는 마음과 생각, 그리고 태도와 행동의 부조화에 대하여 100만가지의 합리화를 시도하는 과정이다. 이것에 대해 ‘의지가 약하다’며 걱정을 하거나 ‘자기 편한 대로만 생각한다’ 며 비난할 필요는 없다. 부조화의 간극을 그렇게라도 꿰매버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마음이 너무나 불편하고 아프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신경학자 V.S.라마찬드란 박사는 뇌의 좌반구에 ‘결점을 지적하는’ 신경 장치가 있으며, 이 장치는 우리의 굳건한 믿음 체계에 일격을 가하는 어떤 것을 발견할 때 작은 신경 전달 물질로 신호를 보내어 우리로 하여금 부조화를 겪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반구에는 시냅스와 세포로 구성된 강력하고 탁월한 이야기꾼이 있어 이 뿔난 적군을 때때로 물리친다며 인간의 인지 부조화는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하지 않던가! 험한 세상에 나를 사랑하고 안아 줄 가장 가까운 사람은 자신이어야 한다. 아픔과 절망의 상황을 뚫고 나오는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긍정의 힘’이나 ‘자기최면’, 혹은 악의 없는 선의의 거짓말White lie 등 무엇이든 좋다. 올해는 내 마음의 평화와 정신 건강을 위해 엄격한 잣대를 내려놓고 가끔은 거짓말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