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면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소년과 소녀가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는 장면은 수많은 소설과 드라마, 영화로 리메이크되어 올 정도였으니까요.
황순원의 숨결이 묻어 나오는 것 같은 양평군 소나기 마을. 오늘은 이곳의 '황순원 문학관'에서 소나기 속 한 장면을 재현한 정원을 거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황순원 작가를 기리는 마음을 담아 소나기 마을의 우체통에 손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지요. 오랜 시간 잊지 못할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고 왔답니다. 그럼, 저의 발자취를 따라 '황순원 문학관'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황순원 문학관'에서 손편지를 쓰다.
'황순원 문학관'에서 우연히 손편지 쓰는 공간을 발견하고 큰아들에게 몇 자 적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편
지를 적어놓고 외출한 경험을 제외하곤, 아들에게 편지를 써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더군요.
아들이 과연 엄마인 내 필체를 알고 있을까요? 손편지를 써 준 일이 드무니, 알지 못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대학에 입학한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대학생일 적만 하더라도 늘 손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편지를 받을 그 사람이 마치 옆에 있는 듯 상상하며 한 줄씩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내려갔죠. 어느덧 세상은 더 이상 손편지가 없이도 빠르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의 감동은 도무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황순원 선생님은 편지지가 없어도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지금'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놀라실까요?^^ 아무튼, 아들에게 쓴 편지는 우체통 안으로 쏘~옥 들어갔답니다.
'소나기 마을' 속 '황순원 문학관'을 다녀와서!
황순원(1015. 3. 26~2000. 9. 14) 작가는 시인으로 출발해 단편 작가를 거쳐 장편 소설 작가가 됐으며 8. 15 해방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황순원 문학의 특징은 시적인 서정성과 간결한 문체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글에 잘 녹여냈다는 것인데요.
그의 작품은 대표작 소나기를 비롯해 독 짓는 늙은이, 학, 카인의 후예, 늪, 기러기, 곡예사, 목넘이 마을의 개 등 다수 있습니다. 그런 그의 일생과 작품들을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전시해 놓은 '황순원 문학관'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황순원 문학관' 로비에는 일반 시민이 황순원 작가의 소설 속 장면을 그린 그림을 전시합니다. 황순원 작가의 소설을 재해석해 그림으로 표현한 자기만의 개성 있는 그림들이 인상적입니다.
소나기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이 황순원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 혹은 개인적인 고백을 메모지에 적어 나무 위에 붙여 놓았네요. 이 또한 하나의 볼거리랍니다. 그럼, 이제 전시실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제1 전시실에는 그의 유품과 영상을 통해 황순원 작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의 육필원고와 살아생전 집필을 하던 방을 복사한 듯, 똑같이 재현하려고 했습니다. 황순원 작가가 보던 책과 책상, 펜 등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라도 펜을 쥐고 집필을 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제2 전시실에는 소나기 외의 황순원 작가의 대표작을 재현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독 짓는 늙은이', '학', '나무들 비탈에 서다', '일월' 등 소설 속 장면이 조각으로 재현되어 있어 소설의 느낌이 더욱 오묘하게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독 앞에 앉아 있는 늙은이의 뒷모습이 어찌나 쓸쓸하던지요.
제3전시실에는 소나기 애니메이션을 영상으로 관람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약 15분 정도 되는 애니메이션 속 소나기를 보며 잠시 빠져든 동심의 세계. 또한, 전시관의 3층은 전면 유리로 건축하여 앉아서 책을 읽는 동안 창밖 자연을 조망할 수 있는데요. 비치된 황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가을의 정취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야외에는 주기적으로 한 번씩 물을 분사해 소설 소나기 속 장면을 재현합니다. 비를 피해 움막 속으로 들어가는 소년, 소녀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모두가 잠시 소나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번 가을,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 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팍팍한 일상 속 작은 힐링이 될 겁니다. 게다가 작고한 작가의 일생도 되돌아볼 수 있고 그리운 지인이나 가족에게 손편지도 보낼 수 있으니, 이만큼 유익한 힐링 스페이스가 있을까요. 그럼, '황순원 문학관'에서 좋은 추억 만들고 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