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성실한 배우의 첫 번째 발걸음미스틱 피자(1988)
우리가 알고 있는 맷 데이먼은 어떤 배우일까?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극본을 쓰고 ‘취미 삼아’ 연기에 도전했다가 흥미를 느껴 정식 배우로 데뷔했다는 그의 이력. 조각 미남은 아니어도 지적인 얼굴과 근육질 몸매가 눈에 들어오며 배우로서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만 같다. 그러나 그는 데뷔 후 거의 매년 작품에 출연했지만 10여 년을 무명으로 살았다. 맷 데이먼의 영화 데뷔작은 피자 가게에서 일하는 세 여자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미스틱 피자>(1988)인데, 진짜 잘 봐야 한다. 단 한 장면에 등장하며 극 전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사 한마디 “엄마, 내가 먹고 있는 이 녹색 (해산물 내장) 드릴까요?”(Mom, do you want my green stuff?)만을 남겼기 때문. 이 대사 외에 뭐라고 더 하긴 했는데 이땐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 열여덟 소년미 넘치는 맷 데이먼과 세상에 막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줄리아 로버츠의 풋풋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다. 단번의 성공보다 꾸준한 성장을 선택한 어느 성실한 배우의 첫 번째 발걸음.
맷 데이먼과 마크 월버그는 사람들이 자주 혼동하는 바람에 상대방의 이름으로 사인 요청을 받을 때면 해명하지 말고 그냥 상대방 사인을 해주며 서로의 이름에 누가 되는 행동은 삼가자는 약속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유상종, 끼리끼리 어울린다더니 이 남자들, 연기도 품행도 참 올바르다.
각본을 쓰고 열연을 펼쳐 트로피를 거머쥐다굿 윌 헌팅(1997)
이 영화를 빼놓고 맷 데이먼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라고 손꼽히는 명작 <굿 윌 헌팅>. 타고난 두뇌로 모든 분야에 재능을 보이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세상을 거부하는 ‘불량 천재’ 윌 헌팅 역할을 맡아 그는 열연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절친 벤 애플렉과 함께 이 영화의 각본을 공동 집필하여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다. 당시 이 작품은 아카데미 9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고, 남우주연상 부문에는 맷 데이먼도 이름을 올렸으나 각본상과 남우조연상(로빈 윌리엄스)만 수상했다. 영화 속에서 맷 데이먼과 찰떡 호흡을 선보였던 스승이자 지금은 세상에 없어 더욱 안타까운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명대사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는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거장 감독과 닮은꼴 배우 3인이 만난 명품 액션디파티드(2006)
90년대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를 소환했던 액션영화 <무간도> 시리즈를 보스턴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영화 <디파티드>에서 실제 보스턴 출신이기도 한 맷 데이먼은 ‘경찰 같아 보이는 갱단 스파이‘ 콜린 설리반 역할을 맡았다. 속도감 넘치는 사건 전개와 시선을 분산시키는 카메라워킹이 시원한 록 사운드 OST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홍콩을 배경으로 보이는 동양인 특유의 의리, 충성 등의 정서가 미국 보스턴으로 옮겨가서도 설득력 있게 구성되었다. 이 영화엔 닮은꼴 세 배우가 나와 더욱 재미있다. 데뷔 이후 맷 데이먼이 <굿 윌 헌팅>으로 주목 받을 무렵 닮은 외모로 경쟁 구도를 잡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또 다른 닮은꼴 마크 월버그까지 등장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맷 데이먼과 마크 월버그는 사람들이 자주 혼동하는 바람에 상대방의 이름으로 사인 요청을 받을 때면 해명하지 말고 그냥 상대방 사인을 해주며 서로의 이름에 누가 되는 행동은 삼가자는 약속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유상종, 끼리끼리 어울린다더니 이 남자들, 연기도 품행도 참 올바르다.
그의 목표는
좋은 영화 여러 편에 나오는 것
데뷔 30주년을 맞은 맷 데이먼은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제작자나 각본가로 참여한 작품까지 합치면 100여 편이 훌쩍 넘는 다작 영화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구스 반 산트, 마틴 스콜세지, 리들리 스콧 등 함께 작업한 감독들의 명성도 어마어마하다. 언제나 흥행보다는 “좋은 영화 여러 편에 나오는 게 목표”라는 그의 다음 출연작은 <오션스 에이트>의 카메오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