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창덕궁 후원
단풍 나들이에 멀리까지 갈 필요는 없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내장산 단풍도 좋고, 설악산 단풍도 좋지만 때깔 곱고 화려하기로는 창덕궁 후원 단풍을 따라가지 못한다. 조선 왕실이 휴식을 취했던 궁이니만큼 봄여름가을겨울 다 아름답지만 불꽃처럼 타오르는 단풍이 물들 때면 그 아름다움에 취하고 만다. 창덕궁 중에서도 특히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연경당 앞의 단풍을 손꼽는 사람들이 많다. 연경당은 궁에 옮겨놓은 민가인데, 호화로운 단청은 없지만 건축미가 뛰어나다. 무채색의 연경당에 색조를 입힌게 단풍이다. 연경당 단풍은 문화재청이 선정한 단풍이 아름다운 곳 7대 유적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창덕궁 관리소(www.cdg.go.kr)로 미리 관람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수령 300년이 넘는 나무도 많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다래나무, 주엽나무, 회화나무, 밤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가 뽐내는 가을빛을 볼 수 있다.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가 창덕궁 후원의 단풍이 가장 예쁘다.
일러스트. 서영원
경인지역
양평 용문산
용문산 하면 열에 아홉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경인지역에서 단풍이 이처럼 아름다운 산도 많지 않다. 산 정상에서 보면 용문산 단풍은 더 아름답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을 풍경을 짜놓아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오는 산이다. 암릉과 암릉 사이의 계곡, 그리고 그 사이로 노랗고 빨갛게 흐르는 단풍은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용문산 정상에 오르면 그 주변에 있는 유명산, 중원산까지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산에 가득 담긴 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단풍은 물이 많고 볕이 잘 드는 곳에서 더욱 빛이 곱다. 단풍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계곡 주변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용문산에서는 용계계곡과 사나사계곡이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단풍은 빛이 많을 때 역광으로 보면 더 아름답다. 근거리 단풍 사진 역시 역광으로 촬영할 때 더 예쁘게 나온다. 이번 가을에 이 두 가지 팁만 알고 산에 가보자. 용문산에는 참나무, 고로쇠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잣나무, 소나무, 가래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화려한 용문산의 단풍을 만날 수 있다.
부산(경남)지역
가야산
가야산은 소리가 아름다운 산이다. 단풍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 즐겁고 행복하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는 홍류동계곡을 따라 있는 가야산 소리길은 경사가 평탄하고 좋아 남녀노소 모두가 편하게 다닐 수 있어 가족 여행객이 많이 찾아온다. 홍류동계곡은 단풍이 붉고 예뻐서 바람소리도 붉게 느껴지는 곳이다. 가야산 백운분소, 만물상, 서성재, 극락골, 해인사로 이어지는 등산로에서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는 만물상 능선을 꼽는다. 10월 20일 전후로 단풍이 절정의 시기에 이른다. 해인사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이며, 고려 때 만들어진 문화재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다. 나무가 전하는 소리가 천년을 이어가니 지금 붉은 나무만 볼 것이 아니다. 가야산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 가야 더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 단풍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눈 내리는 날의 처연함과 다른 장엄에 싸인다. 산벚나무, 층층나무, 소나무, 참나무 등이 자란다.
충청지역
월악산-충주호
월악산 정상 영봉에서 바라보는 단풍이 장관이다. 영봉에서는 월악산 전체와 충주호가 눈에 들어오는데 단풍과 함께 어우러진 물빛이 곱다. 단풍과 함께 산행을 하려면 하봉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수산리에서 시작해 하봉을 거쳐 중봉, 정상인 영봉에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단풍과 어우러진 산행이라 지루하지 않고 중봉만 넘어서면 월악산 단풍과 어우러진 충주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천지역의 만수봉, 단양지역의 제비봉 구간도 단풍이 화려하다. 산에 오르지 않고 편하게 단풍 구경을 하려면 충주호와 함께하는 드라이브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아니라면 충주호에서 배를 타고 월악산의 단풍을 풍류로 돌아보기를 권한다. 단풍 가득한 산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절벽, 그리고 그 절경을 그대로 품어 반사하는 충주호의 여유로움까지 즐길 수 있다. 월악산은 산행, 드라이브, 뱃길여행 모두로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산벚나무,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많다. 10월 15일 중순부터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다.
경북지역
주왕산
주왕산은 기암괴석이 병풍 같다 하여 석병산이라 불린다. 최고의 단풍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산이 주왕산이라고 말하는 사진가들이 많다. 산을 배경으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단풍잎을 사진기에 담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주왕산은 가을 단풍이 무르익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산이다. 10월 중순경 더욱 아름다운 빛을 낸다. 대전사에서 제3폭포까지 4㎞의 주방천 주변이 단풍 명소다. 대전사를 지나면서 주방천을 가운데 두고 협곡이 펼쳐진다. 장쾌한 숲은 단풍으로 물들고, 주방천 계류와 폭포, 소가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절경을 만들어낸다. 주왕산 정상도 단풍이 좋지만 단풍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명소는 제1폭포 앞 학소대와 주방계곡이다. 학소대에는 거대한 암석 사이로 붉은 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주왕산에는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단풍철이면 만산홍엽인데 소나무만 오롯이 초록으로 빛나니 그 모습도 예쁘다. 이밖에도 산티나무, 복장나무,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주왕산에서 가까운 곳에 주산지가 있다. 수령 100년을 넘긴 주산지 왕버들은 가을빛을 수면으로 보내는데 그 모양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
전남지역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자, 어떻게 이 길을 갈까? 둘이 손잡고 걸어서? 자전거로? 자동차로? 방법부터 택하자.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길은 하늘을 볼 수 없다. 나뭇잎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서 여름에도 서늘한 곳이다. 메타세쿼이아는 원래 중국이 그 산지이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개량이 되었다. 키가 크고 곧아서 보기에도 좋은 나무다.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 당시 내무부의 시범가로수로 지정되면서 3~4년짜리 묘목을 심은 것이 지금은 하늘을 덮고 있는 울창한 가로수로 자라난 것이다. 2002년 산림청과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한 곳이기도 하다. 담양에서 순창으로 향하는 24번 국도를 따라 학동교차로에서 금월교에 이르는 긴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15번 지방도 월산면-담양읍 구간, 24번 국도 금성면-순창군 일부 구간, 29번 국도 봉산면-담양읍 구간에도 메타세쿼이아 길이 조성되어 있다. 총 길이가 8.5km에 이른다. 10월 중순, 낙엽진 메타세쿼이아 길을 만날 수 있다.
강원지역
설악산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가장 먼저 물드는 산이 설악산이다. 천불동계곡, 공룡능선, 주전골이 설악산 단풍 중에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천불동계곡은 웅장한 기암절벽과 침봉 사이로 깊게 팬 협곡이다. 기암절벽이 천개의 불상이 늘어서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천불동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폭포와 소가 연이어 있어서 걷는 것만으로 행복한 곳이다. 공룡능선은 내설악과 외설악을 한눈에 보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져 어디에 눈을 두어도 아름답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산과 동해 바다, 푸른 하늘이 한눈에 들어와서 절경 중 절경이다. 하지만 공룡능선에 가려면 산행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거대한 암릉과 암릉 사이로 붉은 단풍이 피어난다. 오색약수에서 시작하는 주전골은 설악산이 숨겨놓은 단풍 명소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물속에 떨어진 단풍잎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특히 선녀탕과 금강문 일대 단풍이 아름답다고 한다. 경사도도 완만해서 가족 나들이 길로 참 좋다. 3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서어나무, 단풍나무, 지빵나무, 눈잣나무, 때죽나무 등이 있다. 설악산 단풍은 9월 말 시작되어 10월 초순 절정에 이른다.
전북지역
지리산과 상림
지리산 단풍은 남원 뱀사골, 구례 피아골, 노고단을 최고로 친다. 뱀사골이나 피아골은 계곡을 끼고 있어서 특별히 단풍이 곱고 화사하다. 뱀사골 단풍만을 보려면 뱀사골 입구에서 오룡소, 탁룡소, 병풍소를 지나 간장소까지가 절경이다. 간장소 위로도 단풍이 있지만 아래 구간만 못하다고 한다. 간장소까지는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서 어린아이들도 곧잘 오간다. 구례 피아골 단풍은 표고막터에서 삼홍소까지의 1km 구간이 최고 중 최고다. 삼홍소는 단풍 색깔이 붉어 1홍이요, 단풍이 비친 물 색깔 역시 붉어 2홍이며, 더불어 사람 얼굴 역시 붉게 보인다고 하여 3홍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단풍이 멋지다는 수식어로 표현이 안 되는 단풍터널을 지날 수 있다. 감나무, 갓대, 왕개서나무, 얼룩함박꽃나무, 물들메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란다. 지리산의 단풍은 10월 9일경 시작되어 20일경 절정으로 물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역
한라산
제주도의 한라산 만큼 탁 트인 산에서 시원하게 단풍을 볼 수 있는 산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단풍은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 가장 아름답다. 영실 코스에서는 영실계곡 단풍이, 관음사 코스에서는 용진각계곡 단풍이 아름답다. 물론 존자암이나 한대오름 가는 길도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제주도는 나무 종류가 다양하다. 상록활엽수림은 남오미자, 참식나무, 사스레피나무, 굴거리나무, 좀굴거리나무 등의 상록활엽수와 다정큼나무, 호랑가시나무, 동백나무, 쥐똥나무 같은 난대상록수가 비교적 저지대에서 자란다. 산을 좀 더 오르면 졸참나무, 단풍나무, 산벚나무가, 그 위로는 물참나무가 자란다. 더 높은 곳에는 구상나무, 고채목 등이 자란다. 나무의 종류가 각기 다르니 단풍 물드는 시기도 제각각이고, 빛깔도 제각각이어서 한라산의 매력을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렵다. 남쪽이고 기후가 따뜻해서 단풍 드는 시기가 훨씬 늦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지난해 단풍 절정기를 보면 서울 북한산이 10월 26일인데 비해 제주도는 10월 23일이었다. 올해는 10월 9일경 첫 단풍이 들 것으로 보인다. 단풍은 서울보다 제주에 먼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