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지금 다시 ‘책’에 주목하는 이유
‘사실 우리는 힘을 얻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독서하는 자는 극도로 활기차야 한다. 책은 손 안의 한 줄기 빛이어야 한다’
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미국 시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에즈라 파운드가 남긴 독서에 대한 명언이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은 손 안에 만능 컴퓨터를 쥐어줬지만, 책은 손 안의 한 줄기 빛이 된다. 아무리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더라도 사람의 생각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다.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순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선택한다. 결국은 일상생활의 작은 선택이 모여 중요한 선택의 방향을 만들어간다.
책은 생각의 토대를 세우고,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훌륭한 스승이다. 책을 읽다보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지금 이 시대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향할 것인지 등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매일매일 불어나는 강물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어떤 정보를 취해야하는지, 그 정보를 어떤 고리로 연결해 나갈 것인지, 그리하여 그 정보를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뿐인가. 책은 때로는 감정적인 휴식처가 되어주기도 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의 터전이 되어주기도 한다. 지금 아니 앞으로도 우리가 끊임없이 ‘책’을 말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할 이유다.
책,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다
‘나는 책꽂이에서 한 권의 책을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두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독서의 중요성을 담은 노벨상 수상작가 앙드레 지드의 말이다. 책은 생각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변화시키며, 나아가 삶을 변화시킨다. 쳇바퀴 도는 듯 뻔한 일상에서 책은 새로운 이정표이자 나침반이 되어 준다.
예를 들어 보자. ‘근대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스탈로치는 원래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자 법률가가 되려고 했다. 그러던 중 루소의 <에밀>을 읽으며 교육을 통해 참된 인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아이들의 교육에 헌신한다. 그에게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고 평생 헌신할 일을 찾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빌 게이츠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사투 끝에 힘겹게 커다란 녹새치를 잡지만 돌아오는 길 상어떼가 녹새치를 모두 뜯어 먹어 뼈만 남게 된다. 그러나 노인은 물고기와 사투를 벌였다는 그 자체에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보다는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더 가치 있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지금 엄청난 자산을 모은 부자가 됐지만 그만큼 다양한 기부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책이 준 가르침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란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직장인을 위한 독서법
이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넘어가자. 사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 다만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할 뿐이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들의 평일 독서시간은 2007년 35분에서 2013년 25.8분으로 줄어들었다. 또 독서량 자기평가에서 무려 67%의 성인이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책을 못 읽는 이유를 묻는 질문엔 성인 39.5%가 ‘일( 공부)이 바빠서’라 답했고, 17.1%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라 대답했다. 여러 복잡다단한 이유로, 대한민국 직장인이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과 미래를 위해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면 우선 자투리 시간부터 활용해보자. 제대로 서 있기 힘들다는 출퇴근길에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스마트폰 대신 작은 문고판 책을 읽거나 전자책을 읽어보자. 점심시간에 딱 5분간만 짬을 내볼 수도 있다. 이런 습관이 자리를 잡았다면 퇴근 후 30분, 주말 1시간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나만의 독서타임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까. 시인 안도현은 ‘슈퍼에서 좋아하는 과자를 고르듯, 서점에서 각자의 입맛에 맞는 책부터 읽으라’고 권한다. 선뜻 접하기 어려운 명작이나 고전부터 공부하듯 읽지 말고 지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부터 읽어나가란 뜻이다. 그렇게 책을 읽다보면 차츰 관심이 가는 분야, 더 알고 싶은 분야가 생길 것이다. 그러면 또 그에 맞는 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 그래도 책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면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www.nl.go.kr)에서 ‘사서추천자료’를 클릭해보자. 인문과학, 사회과학 등 분야별 추천 책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KBS 1TV 프로그램(www.kbs.co.kr/1tv/sisa/tvbook)이나,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 문지애입니다> 프로그램(http://home.ebs.co.kr/happybook/main)에서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책을 잘 읽는 방법도 있다. 목적에 따라 책 읽는 방식을 달리하는 것이다. 출퇴근할 때 읽는 책과 맑은 정신으로 자리에 앉아 읽는 책, 잠들기 전에 읽는 책은 달라야 한다. 빠르게 속독으로 읽을 책과 집중해서 정독할 책도 구별해야 한다. 기준은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지’다. 모든 책을 완독할 필요도 없다.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책이라면 과감히 덮고 다른 책을 읽는 게 낫다. 마지막으로 공자부터 맹자, 사마천 등 손꼽히는 중국 현인들의 책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들은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는 삼위일체 독서’를 실천했고,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여행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 여겼다. 5천년 중국 역사에 굵은 발자취를 새긴 이들의 평범하지만 비범한 조언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