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본능을 잠재우는 동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동해는 젊음의 상징이다. ‘응팔’의 삼등열차에 기타 치는 청바지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동해 특유의 젊음과 낭만 때문일 게다. 언제 찾아도 푸른 동해는 가장 큰 바다, 태평양을 향하고 있다. 낭만적인 겨울 바다도 좋고, 유채꽃이 어우러진 봄날 해변도 좋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여름 바다가 최고다. 푸른 바다에 몸과 마음을 통째로 적실 수 있기 때문이리라. 영동고속도로 끝자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강릉시를 지나 동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구간인 낭만가도에 접어든다. 낭만가도는 통일전망대가 있는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의 대포항을 거쳐 강릉 경포를 지난다. 그중에서 삼척 비치조각공원과 소망의 탑을 지나 삼척항까지 이르는 4km 구간을 새천년해안도로라 부른다. 낭만가도의 여러 구간 중에서 명품구간이다. 기암괴석과 일렁이는 파도가 연출하는 환상적인 장면들은 한 편의 드라마가 되어 감동으로 밀려온다. 지그재그 과감한 해안선을 따라 도로를 달리다 보면 파도 소리가 귓전에 부딪힌다. 갯바위에 털썩 올라온 하얀 포말이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만약 지대가 높았다면 유럽의 유명 해안절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겠다. 역시 최고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새천년해안도로변에는 바다 전망대와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동해를 배경으로 조각품들이 한껏 멋을 부리는 것 같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갤러리가 되고 작열하는 태양이 조명이 된다. 드넓은 수평선을 뚫고 작품사이로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성수기 야외무대에서는 한여름 밤을 수놓는 공연이 펼쳐진다. 수평선 멀리 오징어잡이 배의 야경도 멋진 볼거리다.
해안드라이브의 진면목을 실감하는 레일바이크
드라이브의 묘미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젠 좀 더 가까이 삼척을 만나러 가보자. 드라마틱한 삼척의 해안 절경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삼척 해양 레일바이크가 으뜸이다. 삼척 해양 레일바이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삼척의 빼어난 해안 절경을 따라 달리는 레일바이크다. 궁촌해변에서 용화해변까지 5.4km 구간을 달린다. 삼척을 대표하는 액티비티인지라 최고의 호가를 자랑한다.
예약은 인터넷www.oceanrailbike.com 으로만 가능하다. 출발역은 궁촌역 또는 용화역이다. 자가용 이용객을 위해 궁촌역과 용화역 사이를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 바이크는 어느 정도 달리다 보면 가속도가 붙어 힘들이지 않아도 스르르 미끄러지듯 달린다. 좌우에 도열한 소나무가 솔향을 내뿜으며 개선장군을 맞듯 환영한다. 일반 소나무보다 잎이 억센 곰솔이다. 줄기 껍질이 거무칙칙해서 흑송이라고도 부른다. 바닷내음과 솔향이 어우러져 기분까지 상쾌하다. 500여m의 곰솔 숲을 지나면 드넓은 바다가 기다린다. 동해 특유의 짙은 에메랄드빛이 눈부시다. 창공을 가르는 갈매기의 날갯짓도 힘차다. 눈길 닿는 곳마다 시름을 잊게 한다. 바다 풍경에 익숙해질 무렵 휴게소에 닿는다. 간이 정거장 개념으로 꾸며놓은 초곡휴게소인데 간단한 주전부리도 판매한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휴식하고 다시 출발. 초곡1터널입구에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터널은 황영조를 테마로 꾸며졌다. 초곡2터널은 화려한 레이저 쇼가 펼쳐져 눈이 휘둥그레진다. 현란한 조명 쇼가 가슴을 들뜨게 한다. 물 좋은 강남클럽에서 불금을 즐기는 젊은이들처럼 소리도 질러보고 노래도 불러본다. 이어서 마지막 용화터널에 닿으면 바다세계와 지역축제를 테마로 화려한 조명이 이어진다. 시속 15~20km의 속도로 1시간을 달리는 동안 스트레스 수치는 떨어지고 쾌감 수치는 높아졌다. 바이크는 2인승과 4인승으로 나뉜다. 힘들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싶다면 4인승도 괜찮겠다. 만약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당연히 2인승이다.
물 맑은 장호항에서 한가로이 스노클링
삼척 레일바이크 용화정거장에서 2km 정도 거리에 장호항 어촌체험마을이 있다. 이곳 해안선은 우아한 곡선미가 특히 아름다워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어촌같지만, 장호항은 다르다. 장호항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해변과 구별된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가 밤새도록 주물러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갯바위와 그곳에 위태롭게 뿌리내린 낙락장송의 모습이 한국임을 잊게 한다.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청정한 바다는 풍덩 뛰어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의 나폴리라는 말에 백번 수긍이 간다. 여름에는 어촌체험보다 해양레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다. 가장 인기 있는 해양레포츠는 스노클링이다. 스노클링은 물안경을 끼고 바닷속 풍경을 감상하는 레포츠로 동남아시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환상적인 수중세계를 잊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도 스노클링이 가능하다고?’ 의심하겠지만 장호항에서는 가능하다. 오히려 열대바다와 견주어도 괜찮다. 스노클링에 필요한 물안경, 마우스피스, 구명조끼를 한 세트로 1시간에 1만 원 선에 빌려준다. 개인 장비가 있다면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투명카누를 타고 맑고 투명한 바다 탐험을 나서도 좋다. 체험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바닷속이 정말 예뻐요. 투명 카누 처음 탔는데 한국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카누 타고 나서 바닷속이 궁금해졌어요. 담에는 스노클링 해보고 싶어요.”
카누는 30분에 2만 원이다. 처음에는 조금 짧다 느껴졌지만 30분은 생각보다 길다. 카누는 물고기가 보일 정도로 바닥이 투명하다. 노를 한 방향으로 저으면 쑥쑥 잘 나간다. 파도가 강하지는 않지만, 호수와는 비교할 수 없다. 몸이 가볍게 흔들릴 정도로 너울이 있어 요람에 누운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다. 오후 5시 이후에는 푸른 바다 빛깔이 황금빛으로 서서히 물들기 시작해 낭만을 더한다. 장호항 여름페스티벌은 체험축제로서 해마다 인기를 더하고 있다. 행사가 시작되면 장호항의 자랑인 투명카누타기, 스노클링, 바다 래프팅 외에도 배낚시 체험, 성게 잡기 체험 등 10개가 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맨손 물고기 잡기 대회와 한여름 밤의 음악회, 어부의 하루를 체험하는 어업생활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행사는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에 열린다.
Information
● 찾아가는 길
내비게이션 장호항(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
대중교통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2회(06:30 ~23:00),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5회(06:30~21:35) 운행한다.
약 3시간 30분 소요된다.
● 별미
삼척은 청정 동해바다에 접해있어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삼척은 곰치국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묵은지를 넣고 칼칼하게 끓인 제철 곰치국을 맛보려면 수온이 낮아지는 겨울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뜨거운 뙤약볕 아래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물회가 좋다. 물회는 여름 삼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싱싱한 활어나 오징어를 회를 뜨고 채 썬 오이와 배, 각종 야채를 넣고 육수와 얼음 동동 띄운 물회는 가슴까지 시원하게 뚫어준다. 멍게, 해삼, 광어, 오징어 등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도 재미다. 덕산바다횟집(033-572-8208)과 장호항영기횟집(033-572-3719)에서 동해바다를 입안 한가득 담아보자.
● 문의
삼척시 관광정책과 033-570-3545
관광안내소 033-575-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