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팔공산과 대구공산우체국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대구시청
동대구역에서 20분 정도, 팔공산이 보이는 곳에 있는 대구공산우체국. 역에서 우체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처음 만난 대구는 유독 가로수가 많고 빽빽한 모습이었다. 여름으로 향해 가는 날에 무성한 초록 잎의 가로수. “더우니까 시에서도 일부러 나무를 심었다고 해요. 대구 중심가보다도 특히 이쪽은 팔공산이 있어서 2~3도는 늘 더 시원합니다.” 택시 기사님의 설명을 듣고 창밖을 보니 대구의 나무는 사람들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무 그늘의 고마움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바로 대구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공산우체국은 1981년 개국해 현재에 이른다. 정흥표 국장을 비롯해 정호근, 백순옥, 조명옥 주무관. 이렇게 총 4명이 함께하고 있다. 정흥표 국장은 이미 대구와 팔공산 지도를 챙겨두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도를 펼침과 동시에 팔공산 자랑과 그 산에서 유독 좋아하는 곳들을 하나둘 짚어가며 말해주었다. 팔공산(八公山)은 대구광역시 동구와 경상북도 영천시, 군위군, 칠곡군, 경산시에 걸쳐 있는 산이다. 팔공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해발 1,192m의 산으로,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미타봉(동봉)과 삼성봉(서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예로부터 영험한 산으로 시인과 수도자 등이 많이 찾던 곳이자 동화사, 파계사, 부인사를 비롯해 많은 사찰이 있어 우리나라 불교 역사에 큰 역할을 해왔다.
대구공산우체국 직원들은 팔공산이 품는 여러 가지 중에서도 반드시 봐야 할 곳으로 ‘갓바위’를 추천했다. 머리에 두께 15cm 정도의 평평한 돌 하나를 갓처럼 쓰고 있어 갓바위라 불리는 이 바위는 석조여래좌상으로 보물 제 431호이기도 하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던 부모가 나이 들어선 자식의 부축을 받고도 찾아오는 곳이며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뤄준다는 곳. 간절히 바라고 청하는 것이 있을 땐 대구의 이곳을 들러보는 것이 좋겠다. 갓바위지구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경산시의 사찰 선본사를 거쳐 가는경로라면 0.8km로, 평소 걷기를 힘들어하는 이들도 조금은 편안히 다녀올 수 있을 거라고 정 국장은 귀띔했다.
팔공산 Ⓒ대구동구청
팔공산을 걷는 방법, 올레길과 케이블카
대구에는 ‘팔공산 올레길’ 8개 코스와 4개의 연결 코스로 총 12개의 걷기 코스가 있다. 그중에서 1코스는 왕복 5km로 가장 짧은 길이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이 길에는 소나무 숲이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이 숲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늘 변함없이 곁을 지켜주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 그런 가치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해볼 수 있다. 고요한 소나무 숲에선 다양한 새소리가 귀에 들려오니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 이 코스의 시작은 ‘돌 그리고’라는 이름의 수석원(대구 동구 도장길 10)과 방짜유기박물관이다. 수석원의 주인장인 채희복 선생은 사시사철 카메라에 팔공산을 담았고, 최근엔 사진집 <팔공산아>를 펴냈다.
올레길처럼 작정하고 걷는 길이 부담스럽다면, 팔공산 케이블카를 이용하자. 케이블카를 통해서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의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고, 7분 만에 팔공산 820m의 전망대에 다다른다. ‘팔공산 순환도로’ 덕분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 이곳은 도로 양옆에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줄지어 있어 봄가을에 특히 멋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이 길을 어느 계절에든 꼭 한번 찾아보자.
불로동 고분군 Ⓒ대구동구청
팔공산 동화사
불로동 고분군과 도동 측백나무 숲
경주에만 있다고 생각한 풍경이 대구에도 있다. 금호강이 흐르는 동구 불로동 일대 야산에 있는 200여 개의 고분이 그것이다. 삼국시대 즈음 이곳을 다스렸던 토착 지배세력의 집단묘지로 추정된다고 한다. 해 질 무렵 운동 삼아 걷는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하는 엄마도 보인다. 이렇듯 이 고분군은 오늘날 공원이 되어 대구 사람들을 품어주는 장소가 되었다. 특히 6월 중순이면 ‘금계국’이란 이름의 노란 꽃이 지천에 피어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도동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측백나무 숲이 있다. 예전에는 묘지를 지키는 둘레 나무로 심는 등 측백나무의 귀한 쓰임을 인정받아 40여 년 전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되었다. 가장 남쪽에서 집단으로 많이 자라고, 무엇보다 흙이 없는 바위틈에서 긴 세월을 버티며 옆으로 뻗어나가는 모습 또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동대구우체국에는 이곳의 관광 일부인(우체국의 이름과 날짜 외에 해당 우체국 주변의 명소나 고적, 문화재 등 도안이 새겨진 도장)이 있다. 이 숲을 찾아가겠다는 내 말에 우체국 직원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며, 맞은편에 있는 대구시 지정 맛집 ‘백림정’에 동구의 특산물인 연잎 관련 메뉴가 있으니 식사도 할 겸 그곳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 멀리서 오직 이 측백나무 숲을 보기 위해 온다면 숲 안을 걸을 수 없어 아쉽고 실망할 수 있지만 백림정에서 연잎 한방백숙과 촌두부 등을 맛보고 그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근대로의 여행 2코스 중 진골목 Ⓒ대구중구청
옛길과 옛사람을 기억하는 마음
올해로 10년을 맞는 대구 중구 골목투어 <근대로(路)의 여행>은 총 5가지 코스가 있다. 대구시 문화관광해설사인 김정자 해설사는 “중구의 계산성당과 이상화 고택 등을 둘러보는 2코스가 가장 유명하지만,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의 기원과 조선 시대 행정중심도시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1코스도 좋다”고 추천했다. 경상감영공원, 대구근대 역사관, 대구의 5~60년대를 재현한 향촌문화관, 100여 가옥 남아있는 적산가옥들이 현재는 카페나 갤러리가 되어 사람들이 부쩍 찾고 있단다.
4코스로 불리는 삼덕 봉산 문화길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시작해 삼덕동문화거리를 지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이어진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가수 김광석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이곳에 만들어졌다. 곳곳에 벽화와 김광석 노래 가사가 적혀 있는 산책로 ‘김광석 길’이 있다. 한 편의 시 같은 노랫말이 시간을 초월해 오늘도, 서른 즈음의 우리를 위로한다.
근대로의 여행 2코스 중 선교사 스윗즈 주택 Ⓒ대구중구청
대구를 더욱 뜨겁게 달구는 축제
대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대구치맥페스티벌’. 양념치킨을 처음 개발한 사람이 대구 출신의 윤종계 어르신이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부분의 치킨 프랜차이즈가 대구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페스티벌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치맥은 단순한 음주문화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로도 자리를 잡았으니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대구를 찾을 것이다. 올해는 7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매년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대구는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가 열려 동화 같은 도시가 된다. 축제 기간에는 한지로 만든 등(燈) 전시부터 연등 행렬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그중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이벤트는 ‘소원 풍등 날리기’다. 개인의 소망을 적어 직접 날리는 풍등 체험으로 여러 사람이 같은 시간대 풍등을 날리는 모습이 황홀하게 펼쳐진다.대구라는 도시를 만나며 그간 이 도시를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 여행을 통해 마주하는 풍경 속에 지역의 거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우체국이 더해지니 그 시간이 더욱 풍성하다. 대구를 다시 바라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 Note
대구에서 만난 이들에게 추천받고, 대구가 고향이지만 잠시 그곳을 떠난 이들이 그리워하는 것들을 찾았다. 특히 동구와 중구를 중심으로 대구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살펴보았다.
대한수목원
대한수목원은 팔공산 파계사로 가는 산길을 드라이브하다 만날 수 있는 수목원이다. 팔공산 자락의 수목원인 이곳을 종종 찾는다는 대구공산우체국 정흥표 국장은 ‘외도의 보타니아’ 같은 곳이라며, 음료 한 잔 들고 수목원을 걷다가 의자에 앉아 잠시 쉬며 느긋하게 산책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 중대동 301-2
053-983-8080
천서리원조메밀면
이곳은 탁월한 맛과 멋진 풍경이 어우러져 갓바위를 찾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들어갈 땐 잘 모르지만, 홀에 앉아 창밖을 보면 팔공산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정흥표 국장도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과 자주 들르는데 언제나 인기 좋은 식당이라고 전했다. 한방 수육, 송이버섯전, 메밀 비빔면을 권한다.
동구 갓바위로 243-3
053-981-6001
평광동 사과마을
Ⓒ대구올레
대구 사과 재배의 주산지인 평광동은 팔공산 자락에 자리를 잡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였다. 100년 넘게 사과를 재배해 온 지역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평광 꿀사과’로 불린다. 사과 재배에 알맞은 기후여서 사과의 육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재바우농원의 홍옥 사과나무도 이곳에 있다. 가을이면 평광동에서는 사과 따기 체험 행사가 열린다.
동구 도평로116길 37
대구 YMCA : 053-255-1915(사과 따기 체험)
중구 골목투어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중구 골목투어는 총 5개 코스다. 1코스 경상감영달성길, 2코스 근대문화골목, 3코스 패션한방길, 4코스 봉산문화길, 5코스 남산100년향수길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5코스는 반월당에서 관덕정 순교 기념관을 거쳐 성 유스티노 신학교와 교구청 및 성모당 일대를 아우르는 코스로 천주교인들의 도심 성지순례지이기도 하다. 토요일마다 코스별로 해설사 투어가 있으니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중구 문화관광 www.jung.daegu.kr/new/culture
단체투어(15명 이상) 참가 문의 053-661-2624
납작만두
얇디 얇은 만두피에 파와 당면뿐인 만두소로 이루어진 납작만두는 채 썬 양파와 파를 얹어 고춧가루와 간장을 찍어 먹는다. 대구가 고향인 이들은 이 음식을 특히 그리워하고 새콤한 쫄면과 함께 먹는 이들도 많다. 대표적인 곳은 1963년에 시작한 미성당으로 택배와 포장 주문도 가능하다.
미성당 본점 : 중구 남산로 75-1 053-255-0742
미성당 현대점 : 중구 달구벌대로 2063
공주당
이른바 ‘마약빵’으로 불리는 통옥수수빵이 유명한 삼송빵집, 전국에 크로켓(고로케) 열풍을 일으킨 반월당고로케, 추억의 근대골목단팥빵. 이 세 곳이 대구에서 인기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들이다. 하지만 대구 시민들이 오랜 시간 추억을 쌓고 있는 빵집은 1982년에 문을 연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근처의 공주당이다. 벌꿀 카스텔라, 찹쌀떡 등이 인기다.
중구 국채보상로 625
053-421-6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