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여행
올해로 직장 생활 30년차를 맞은 전북지방우정청 운영지원과 유기권 사무관은 이번 여행을 제안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아내를 떠올렸다. 28년을 한결같이 살림과 육아, 그리고 남편을 내조하며 고생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같은 팀의 김선기 주무관 역시 부인이 전업주부였기에 유기권 사무관이 먼저 부부동반으로 함께 여행할 것을 제안했다고.
최근 승진한 김선기 주무관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고민하던 차였기에 유기권 사무관의 제안에 선뜻 응했다.
“유기권 사무관님은 3년 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올해 1월 1일 부로 본청으로 오시게 되면서 함께 근무하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좋은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상사로 모시게 되면서 존경하게 됐습니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려는 자세와 진중함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며 팀의 기둥이 되어 주시니까요.”
이에 유기권 사무관도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김선기 주무관은 쭉 기획관련 일을 해 와서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는 역량이 뛰어난 친구입니다. 맡은 업무를 잘 해내면서도 성격이 좋아 팀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칭찬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보니 화목한 팀의 분위기가 짐작된다.
평일엔 업무와 자기계발 등으로 바쁘게 지내다가도 주말만큼은 쇼핑이나 여행 등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챙긴다는 유기권 사무관. 1년에 서너 번은 가족여행을 다닌다는 김선기 주무관은 지난달에도 처가와 함께 군산에 위치한 청양산에 다녀왔다고 했다. 전국 방방곡곡 함께 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여행 마니아라고. “여행은 보고 듣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는 가족끼리 모여서 시간을 보내기 힘드니까 단합을 위해 모이는 것 자체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선기 주무관의 웃음에서 행복이 묻어 나온다.
아름다운 남쪽의 별장 청남대
대청호 주변에 위치한 청남대는 대청댐 건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이곳의 경치에 반해 대통령 별장을 지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만 정부 때부터 네 개의 대통령 별장이 만들어졌지만 김영삼 정부 때 이곳 청남대만 남기고 모두 없애게 되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공약 이행으로 2003년 4월 관리권이 충청북도로 이양되면서 일반에 개방되었다. 이후 대통령역사문화관 개관, 하늘정원, 호반산책로 개장과 더불어 이곳을 이용한 역대 대통령길까지 조성되어 돌아보는 데 만도 한 시간에서 네 시간은 족히 걸린다. 올해 대통령기념관 준공, 역대 대통령 동상 설치, 역대 대통령 휘호 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가 더해졌다.
대통령기념관(별관) 위에 있는 하늘정원을 거쳐 음악분수와 양어장이 있는 메타세콰이어 숲을 지나 골프장이 있는 김영삼 대통령 길을 따라 걸었다. 이번 여행지로 청남대를 정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자격증 취득과 경영학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 늘 바빴던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던 유기권 사무관의 아내 이경문 씨는 공부하고 있는 남편이 존경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주말에 주변 친구들이나 이웃들이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부러웠다고. 마침 김선기 주무관 역시 작년에 처가와 청남대를 들렀었는데 역대 대통령의 흔적과 역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는데다 자연경관도 매우 아름다워 이번 여행으로 이곳을 추천했다고 한다.
주차장을 따라 별관으로 향하는 길에 태극기로 만든 바람개비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별관 옥상에 위치한 하늘정원에는 대청호 너머 현암사와 양성산을 볼 수 있게 망원경을 설치해 놨다. 1층에는 대통령기념관으로 청남대관과 대통령관으로 구분해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품을 전시해 놨다. 대통령기념관에선 그들이 썼던 침실이며 식당, 응접실을 둘러보며 화려하지 않지만 고풍스러운 역대 대통령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산책로 곳곳엔 다양한 나무와 화초들이 잘 가꾸어져 있어 거대한 정원을 연상케 한다. 높게 솟은 메타세콰이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니 하늘 위로 쭉 뻗은 나무와 그 옆으로 보이는 양어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가 청량감을 더해준다.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문의문화재단지
청남대로부터 약 1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양성산에 자리 잡고 있다.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인해 수몰 위기에 처한 지역 문화재를 보존하고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자 1992년 조성된 이곳엔 각종 고인돌과 지방유형문화재 제 49호인 문산관이 이전 복원된 것을 비롯, 양반가옥, 주막집, 토담집, 대장간, 성곽 등이 고증을 거쳐 건립되어 청주시내 유형·무형 문화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성곽으로 된 매표소가 나오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왼쪽에 대청호를 끼고 안으로 쭉 들어가면 이번엔 다시 현대로 돌아온 듯 각종 현대 조각상들이 즐비해 있다. 그 끝에 위치한 청주시립 대청호미술관에서는 방문객들이 온실을 직접 만들고 꽃씨를 뿌려 ‘내 손안의 작은 정원’을 만드는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작은 싹들이 앙증맞다. 미술관은 총 두 개의 층으로 구성돼 회화부터 설치미술까지 소박하게 전시를 하고 있다.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 시원함을 맛보는 대청댐
발걸음이 향하는 어디든 함께 있던 대청호. 그 시원함을 가까이서 느끼고자 대청댐으로 향했다. 1975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981년 완공된 대청댐은 대전광역시와 청주시 사이의 금강 본류를 가로지르는 댐이다. 대청댐까지 오는 드라이브 코스에는 로하스 가족공원 캠핑장이 위치해 대표적인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된다.
한동안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했던 탓에 연일 내린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댐의 수위가 높지 않았다. 그래도 습한 공기 속에 달콤함이 어우러져 그저 호수 옆에서 잠시 노니는 것만으로도 이 여름을 즐기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여행 내내 아내를 살뜰히 챙기던 유기권 사무관과 김선기 주무관의 모습에서 부부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자칫 과소평가되기 쉬운 전업주부의 삶. 그래도 그녀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장은 바깥생활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손잡고 거닐며 부부가 서로를 위해 노력해준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함께 할 미래를 그려보는 이번 여행은 두 부부의 삶을 더욱 견고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