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우리가 될 수 있었던 부산
정읍우체국 영업과의 고영주 행정서기에게 이번 부산 여행은 남다르다. 5년 전 연애시절 지금의 남편과 왔던 이곳을 이제는 든든한 언덕이 되어 주시는 시부모님과 30개월 된 아들 동민이와 함께 왔으니 말이다.
함께 살기는 해도 고영주 행정서기는 정읍으로, 남편 오창영 씨는 대전으로 매일 통근하며 얼굴 보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더 애틋한 걸까. 이동하는 내내 가족 간의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운전하는 틈틈이 예쁜 꽃이나 재미있는 광경을 발견하면 딸의 이름을 부르듯 며느리를 부르며 살갑게 챙기는 시아버지 오진성 씨의 모습을 보니 과연 화목한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온화한 집안 분위기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동민이 또한 여행 내내 보채지도 떼쓰지도 않고 얌전히 잘 따라왔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만난 대저생태공원
부산 강서구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대저생태공원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를 파종해 시민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눈에 다 담기지도 않을 만큼 넓은 유채꽃밭의 장관을 굳이 제주도까지 가지 않아도 부산 도심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대저생태공원 유채꽃 축제는 4월 11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되는데 3월 말경부터 샛노란 물결이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길 사이를 거니는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곳곳에 바람개비가 있어 사진을 찍는 데 운치를 더한다. 때 마침 이곳이 생태공원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꽃밭 사이를 자유롭게 뛰노는 새끼 노루도 볼 수 있어서 한층 감상의 묘미를 더했다. 공원 가에는 대나무 숲이 늘어서 있고 그 위를 따라 벚나무가 즐비하다. 도심 한 복판에서 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한번쯤 찾아봐야 할 곳. 공원 입구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서 아무런 준비 없이 와도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다.
시장 구경에 사람 구경까지 더해진 국제시장
꽃놀이로 허기진 배를 달래려 국제시장으로 향했다. 본래 ‘도떼기시장’에서 출발하여 ‘자유시장’이란 이름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된 국제시장은 최근 개봉했던 영화 <국제시장>으로 큰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기온이 치솟아 한껏 따뜻했던 주말이라 나들이객까지 더 해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거대한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자칫 길도 일행도 잃을 뻔 했지만 친절한 상인들의 도움으로 국제시장의 명물 유부우동을 맛볼 수 있었다. 작은 사발 가득 자리한 유부주머니와 이를 둘러싼 부산어묵. 따뜻한 국물을 한 술 뜨는 순간 인파에 휩쓸려 나갔던 정신이 되돌아오는 듯하다. 이내 여유를 되찾고 유부주머니를 터뜨리니 쫄깃한 당면과 향긋한 부추가 한 가득 입안을 채우니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대표 분식이라 하겠다. 맛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전주에서 온 고영주 행정서기의 가족도 다행히 흡족하게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우연이 가져다 준 선물 같은 휴식을 만난 공수어촌체험마을
여행의 묘미는 미리 계획하고 예상했던 것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것도 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을 발견하는 데서 오는 것도 있지 않을까? 국제시장에서 해동용궁사로 가는 길. 꽉 막힌 도로에서 살짝 샛길로 새니 빨간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날 우리가 정체된 도로를 벗어나 선물처럼 만난 공수어촌체험마을은 2001년도에 어촌체험시범마을로 지정되어 해조류말리기체험, 해녀체험, 선상낚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해변은 아니지만 바위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사람, 묵묵히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와 ‘끼룩끼룩’ 우는 갈매기, 그리고 그 아래 고요한 바다를 보고 있자니 잠시 본래의 목적지는 잊고 한 템포 쉬어 가고 싶어진다.
푸른 파도가 승천할 것 같은 해동용궁사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찰로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해동용궁사는 많은 관광객들이 발도장을 찍는 부산 명소 중 한 곳이다. 1376년 고려 공민왕 때 나옹 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원래 이름은 보문사였으나 1976년 부임한 정암스님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관음보살의 꿈을 꾼 후에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 었다고 한다.
왼쪽으론 십이지신상이 오른쪽으로는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지나니 ‘한 가지 소원은 이뤄준다는 해동용궁사’가 나타났다. 고영주 행정서기의 시아버지 오진성 씨에게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을 물으니 그저 가족의 행복이 최고라고 한다. 시어머니 이영주 씨도 둘째 손주가 보고 싶다고 덧붙인다. 소원을 생각하며 108장수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아들을 기원하는 득남불이 보인다. 득남불의 배나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것인데 어찌나 만졌는지 그 부위만 까맣게 손때가 묻은 게 귀엽게 보인다.
밤에 더 아름다운 광안대교와 광안리 해수욕장
해는 뉘엿뉘엿 지고 광안리 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땐 어느덧 부산의 또 다른 명물 광안대교의 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해변 여기저기선 젊은이들의 그들의 청춘을 자축이라도 하듯 작은 불꽃놀이를 연다. 아직은 쌀쌀한 저녁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거닐어 본다. 돌멩이와 흙을 좋아하는 동민이도 한껏 신났는지 모래를 움켜쥐었다 바람에 날려 보낸다. 오랜 시간 차에 있느라 굳은 몸을 가족들도 서로 등을 맞대며 스트레칭을 한다. 이를 바라보는 고영주 행정서기 부부의 모습도 한 없이 다정해 보인다.
여행 정보
대저생태공원
부산지하철 3호선 강서구청역에서 하차 후 길 건너 다리쪽으로 직진. 버스 이용시 123. 127. 128-1. 130 등을 타고 강서구청역 앞에 하차. 자전거 대여시간은 동절기 9시~17시, 하절기는 9시~18시까지이고 마감 30분 전까지 반납해야 한다. 평일엔 2시간, 주말엔 1시간 동안 대여 가능하고 비용은 무료.
국제시장
부산시내에서도 주차공간을 찾기가 어렵기로 유명한 곳인 만큼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을 듯.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에서 하차.
공수어촌체험마을
홈페이지 gongsu.seantour.com을 방문하면 마을에 대한 소개와 체험프로그램을 안내받고 예약까지 할 수 있다. 전화번호 051-723-1919
해동용궁사
주차비는 종일 2,000원 선불. 절의 초입에 들어서면 갖가지 특산품과 기념품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지역 명물인 기장미역과 부산에서 꼭 맛봐야 한다는 씨앗호떡도 볼 수 있다. 절 내에 있는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광안리해수욕장
해변을 따라 조성된 카페거리엔 100여 개의 카페가 들어서 있어 광안대교와 해수욕장 풍경을 운치 있게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