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제대로
운용하는 법
그래도 안정적인 재테크 방법은 역시 은행권
정애 씨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목돈을 만들기 전과 후는 전혀 다른 ‘재테크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목돈을 만들기까지는 다소 위험도가 높은 재테크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돈을 만든 후엔 얘기가 다르다. 목돈을 굴리다 잘못되면 다시 회복하는 데에 많은 노력과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목돈을 굴릴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안전성이다. 그 다음은 목표수익률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 수익률을 연 몇%로 할 것이냐에 따라 접근 방법과 수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계획을 세워 지키는 게 현명하다.
먼저 ‘원금이 절대 줄지 않는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면서, 한자릿수 연 수익률에도 만족할 수 있다면 우체국이나 은행권의 정기예금이 1순위다. 물론 최근 은행권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3% 중반대에 불과, 성에 차지 않는 것이 사실이나 여기에도 재테크 고수의 노하우는 있다. 1인당 5,000만 원까진 예금자보호대상이란 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 우정 씨의 경우에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 원을 넘으면 안 되는 만큼 2곳 이상에 나눠 예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한가지 팁은 신협과 새마을금고, 단위 농·수협 등의 정기예탁금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신협에 1구좌(구좌 당 5,000~1만 원)만 개설하면 조합원이 되고, 조합원은 1인당 3,000만 원까지 예금과 이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정 씨의 경우엔 목돈 5,000만 원을 부부 명의로 나눠 1인당 2,500만 원씩 넣어두면 비과세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높은 수익률이 목표라면 증권사 ‘자산관리 서비스’
다소 목표 수익률을 높게 잡는다면 정기예금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한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주식투자이다. 이런 목돈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근 증권사마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란 증권사의 전문가가 투자자의 성향과 목적에 맞춰 자산을 주식, 채권, 펀드, 선물, 옵션 등 다양한 상품에 나눠 관리해 주는 것.
특히 예전에는 고액 자산가만 증권사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엔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보통 최소가입 금액이 3,000만 원이지만 아예 하한선이 없는 곳도 있다. 사실 ‘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지고, 이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가 끝났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며 대안으로 증시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많다.
그러나 주식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할 순 있겠지만 이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매달 적금 붓듯 적립식 펀드에 넣으면 전문가가 다 알아서 우량주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 등에 투자, 목돈을 만들어 준다고 선전하던 상품들은 이후 반 토막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아직도 일부 상품은 원금에도 못 미치는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 신세다.
사실 다들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금융위기를 경고한 이는 거의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주식을 기초로 한 대부분의 금융 상품들이 초기 수익률을 갖고 광고를 하지만, 모두가 산 주식의 가격은 더 이상 살 사람이 없는 만큼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은 하루 변동폭이 최대 30%에 달한다. 자신이 투자한 주식이 오르기만 하면 좋겠지만 항상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부동산 가격 하락 때 부동산 재테크 고려해 볼만
무주택자라면 가장 전통적인 재테크 방법인 부동산도 살펴볼 여지가 있다. 최근 부동산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전망에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집값은 더 빠지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에도 이러한 주장이 득세한 적이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집을 사는 대신 전세로 가려는 수요가 커지며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이는 결국 집값 상승을 압박할 것이다.
무엇보다 집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처럼 부동산이 인기가 없을 때 적정한 가격에 평생 세입자로 사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있다면 오히려 목돈의 가치가 빛을 발할 수도 있다. 물론 실수요자에 한해서고, 무리한 빚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만기적금은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부자로 가는 첫 계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평지보다 계단을 오를 때 더 조심해야 하듯 목돈 굴리기는 신중해야 한다. ‘피 같은 돈’을 한순간에 날릴 순 없다. 소위 ‘강남부자’들이 목돈을 굴릴 때일수록 더욱 깐깐해진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