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시라는 큰 전투를 준비하는 이 땅의 고등학교 2학년이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매일매일 학교에 가고 한 달이 멀다하고
시험을 본다. 쪽지시험과 수행평가, 숙제에 학원까지. 마치 릴레이 경기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달리는 친구들과 응원해주는 부모님이 있어
하루하루 잘 버티고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하늘이 무너지고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은 순간이 온다.
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이 바로 그런 날이다. 시험 결과를 받은 날, 나는
학원을 마치고 힘없이 집에 돌아왔다. 천근만근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열심히 일하시는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기 싫어
문을 닫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 그런데 어떻게 아신 건지
엄마가 문을 여시곤 간식을 가지고 들어오셨다. 엄마는 들썩이는 내 등을
가만히 쓸어내리셨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씀하셨다.
“딸아! 많이 힘들지? 힘들면 그렇게 쏟아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이렇게 잘 버텨줘서 엄마랑 아빠는 너한테 정말 고마워. 잘하지 않아도 돼.
이미 충분히 노력하고 있으니,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인정해주고 너 자신을 아껴.”
엄마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등을 부드럽게 문질러 주셨다.
제자리걸음인 내 성적을 보고도 엄마는 잘 버텨주어 고맙다고만 하셨다.
가슴에 뜨거운 물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늘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먼 훗날 나도 어른이 되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면
그때 상실감에 우는 아이에게 우리 엄마처럼 이렇게 말하며
응원하고 힘을 주고 싶다.
너무 힘들 때는 힘내지 않아도 된다고.
너 자신을 아끼라고. 버티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고.
아침이 오고 해가 뜨면 나는 다시 학교에 간다. 늘 웃을 수만은 없더라도
자주 웃을 수 있도록 이제 나 자신을 스스로 응원할 수 있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