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한 해가 될 것 같다. 마치 긴 방학 끝에 개학을 앞두고 밀린 숙제를 끝내듯,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던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큰아이 어린이집에선 내가 ‘왕언니 엄마’이다 보니 둘째를 갖는 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지만, 서로 의지할 ‘형제’가 있는 것만큼 큰 재산도 없다는 생각에 결국 두 번째 출산을 결심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큰아이도 돌보고 입덧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모든 게 감사하다. 대한민국은 방역을 가장 잘하는 나라로 평가받으며 세계가 놀랄 만한 코로나 19 대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곧 종식될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그때는 그동안 첫째와 함께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경험하고 좋은 것, 예쁜 모습만 보면서 둘째를 위한 태교도 하고 싶다.
하루에도 수없이 예쁜 딸일까? 듬직한 아들일까? 궁금해지는데, 딸은 딸대로 우리집 애교둥이가 될 것 같고, 아들은 아들대로 큰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 같다. 나와 내 동생도 어린 시절에는 티격태격 원수처럼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장 힘이 되어주는 사이라 친정엄마가 자식 농사만큼은 제일 잘 지었다고 행복해하신다.
아이를 키우고 또 태어날 아가를 맞이하면서, 멀리 떨어져 사는 친정엄마가 유독 그립기만 하다. 지금도 육아에 지칠 때면 전화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린다. 내가 힘들어 하면 엄마는 며칠씩 아이를 봐주며 나에게 자유시간을 주시기도 한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 아마도 엄마는 나보다 더 기뻐하시며 손수 두 손주를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 봐주실 거다. 늘 받기만 한 못난 큰 딸인데도, 우리 엄마는 이게 노후에 사는 낙이고 손주는 내리사랑이라고 하실 만큼 한없이 예쁘기만 하단다.
비록 우리 부부가 남들처럼 좋은 집에 사는 것도 아니고 넉넉한 형편도 아니지만, 두 아이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행복한 생각, 행복한 일들만 꿈꾸며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하려 한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도 지금보다 더 다정한 딸이자 살가운 며느리가 되어 3대가 오순도순 화목하게 살고 싶다.
둘째야, 건강하게 몇 달 뒤에 만나자. 너를 가지게 되어 엄마는 행복하단다.
우리 아들, 고마워.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좋은 추억 많이 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