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황미숙(의정부시 호원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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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입니다. 큰 병원으로 바로 가세요. 시급한 상황입니다.” 병원에 들어섰을 때부터 나는 이런 결과를 예감했던 것 같다. 올해만 해도 세 번이나 일하다 쓰러졌었고 그때마다 어리석으리만치 진통제에 의지하고 먹으며 버텼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온 지 17년, 얼마 전부터는 딴 도시로 떠난 남편과 주말부부가 되었고 거기에 어린 두 딸까지 챙기며 20년째 일을 하며 하루도 편히 잠을 자 본 적 없는 시간을 몸 하나로 견뎌서인지 버티는 거 하나는 자신 있었다. 나는 아프면 안 된다고 최면을 걸며 할 일이 너무 많아 병원을 갈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스스로 병을 키운 것이다.작은 볼펜도 쓰다 보면 심이 닳아 못쓰게 되거나 다시 교체해야 한다. 나는 몸을 무작정 쓰며 지독한 시집살이를 견디면서 완벽히 하려 기염을 토하며 일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어 퇴근 후엔 자기 전까진 모든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쓰다 그야말로 쓰러져 자기 일쑤였다. 나는 이리 전투적으로 사는 방법이 최선이란 착각하고 살아왔나 보다. 성공하는 것이 아닌 이리 몸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임을 모른 체.
심각한 상황이라 일사천리로 재검사와 수술이 잡혀 태풍처럼 많은 치료와 수술을 마치고 어쩔 수 없이 한 달간 병원에서 회복하며 복직 기회를 살펴야 했다. 위기는 기회고 고통은 삶의 형태를 바꾸라는 신호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열심히 살되 이제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줄이고 운동을 하며 다른 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오롯이 하루 중 잠시라도 나를 위해 시간과 열정을 쓰고 웃으며 살아보자고.나는 어릴 적부터 작가를 꿈꾸었으니 하루에 한 번은 나 자신에게 격려의 편지를 써 주자라고 생각하고 실천을 해 보았다. 편지는 나를 칭찬해주고 나를 위로해 주는 나의 독백이 되었다. 내가 어여뻐 보이고, 충족감에 하루하루가 의미 있게 변했다. 자신을 사랑하자 자신감이 생기며 자존감까지 생기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내가 웃어야 세상이 웃는 것처럼 내가 생기 있어지자 가족들이 기뻐하고 우리 아이들이 활기차고 내 주변이 웃음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겨울이 봄에 자리를 내어 줄 무렵, 박씨를 물고 돌아온 제비처럼 남편은 승진하여 우리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3년의 주말부부로 서로 고생한 우리는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는 계속해서 하루에 한 시간은 나 자신을 위해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고 책을 읽고 글도 써보고 자신에게 편지를 쓰며 보람된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앞으로 나의 인생에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분도 스스로 편지를 써 주며 응원해주시길. 나는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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