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송병률(서울시 도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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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로 모이는 대학동기 모임이 있다. 입학생이 100여 명이었는데 중도탈락 등 한두 가지 사유로 30명이 졸업했다. 1958년에 입학하여 이른바 58학번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요절한 동기, 그리고 80 고개를 넘기며 세상을 떠나는 동기. 몇몇은 해외이민과 중병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 열두 명이 만나고 있다. 먼 지방에 사는 동기 두세 명은 상경이 어려운 지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다. 1960년 4·19 민주혁명, 1961년5·16 군사정변을 겪은 열혈세대가 이젠 노인이 되어 나타나는 현실을 직시하며 인생무상 세월유감이 가슴을 적신다. 1년 전인가? 학과 총무를 맡았던 H군이 돌출 발언을 했다.
“친구들! 우리 나이가 80 고개로 접어들었는데 이젠 모임을 해산하는 게 어떤가? 생각날 때 가끔 만나는 게 좋겠네.”라며 좌중의 동기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동기, 묵묵부답인 동기. 모두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도 안성시에 사는 y형이, “내가 한마디 하겠네. 그동안 열심히 지켜가고 있는 58동기모임을 해체하자는 의견에 반대하네. 다달이 있는 모임도 아니고 겨우 1년에 네 번 있는데 그것을 없애자고 하면 이제 우리는 죽을 날을 기다리는 쓸모없는 무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살아 있을 때 자주 만나고 노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보람 있는 삶을 사는 게 그런대로 낙인데 나는 끝까지 우리 모임을 지키겠네.”
열변을 토하여 동기들은 몇 초가 흐른 후 일제히 박수로 y형의 제안에 동의했다. y형은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 명퇴하여 지금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종친회 간부로 문중 일도 보고 있다. 나이가 82세이다. y형의 제의에 따라 지금 계절별로 잘 모이고 있다. 중풍으로 누워 있는 동기 둘이 나오지 않아 보름 전 금일봉을 들고 병문안을 했다. 인생칠십고래희가 팔십, 구십고래희 더 나아가 100세 인생인데, 사는 날까지 우정을 쌓고 고령세대에 우리 노인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고민하며 제일 먼저 모임에 나오는 y형에게 파이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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