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윤세정(서울 신현초등학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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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참 예쁘고 착한 사촌 언니가 있었다. 내가 엄마만큼 좋아하는 우리 이모의 딸이었다. 2년 전 찬바람이 많이 불던 날에 수술대 위에서 고이 잠들어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언니를 생각하며이 글을 쓴다. 언니가 하늘나라로 간 뒤 엄마랑 이모집에서 언니 방 정리를 하던 중 빨간 돼지저금통 하나를 발견했다. 배가 제법 불러 무거운 것 같았다. 언니가 병원에 가던 날도 동전을 넣었다고 이모께서 그러셨다. 비록 배는 부른 것 같았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인을 잃은 돼지의 슬픔이나 나를 좋아하던 언니를 잃은 나의 슬픔이나 모두 같아 보였다. 몇 가지 언니의 물건들을 챙겨 주셨는데, 이모께서 빨간 돼지도 나에게 주셨다.
“언니가 너한테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하며 눈물을 훔치셨다. 주인이 바뀌어서 그런지 차 안에서도 돼지는 무척 슬퍼 보였다. 나는 속으로 ‘내가 얼른 이 돼지 뱃속을 가득 채워서 언니가 못 이룬 걸 이모께해 드려야지.’하고 다짐하며 돼지를 위로했다. 하루하루 뱃속을 채우며 언니 생각을 하던 어느 날 드디어 가득찬 돼지 뱃속을 가르던 중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돼지 뱃속에서 쪽지가 나왔는데,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엄마, 아빠 혹시 제가 없을때 이 돼지배를 가르면 하나 교복살때 도와주세요.’라고. 하나 언니는 내 사촌언니의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엄마도 안 계시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그런 친구였다. 6학년 졸업 무렵에 언니는 심장수술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졸업식에도 참석할 수가 없었다. 아마 그 쪽지는 언니가 수술 받으러 가기 전에 써서 넣어 둔 것 같았다. 늘 입술이 파랗고 숨소리를 쌕쌕거리며 몸이 약했던 언니를 하나언니는 항상 지켜주고 도와주고 했던 것이다. 사촌언니의 빨간 돼지 뱃속에서 나온 돈을 은행에 가지고 가서 세어봤더니 18만 원이란 큰돈이 되었다. 엄마랑 나는 이모네로 가서 이 사실을 말씀드리고 쪽지도 보여 드렸다. 이모께서는 엉엉 우시면서 나를 꼭 안아 주셨다. 배를 잘린 빨간 돼지도 울고, 나도 엄마도 같이 울었다.
친구를 위한 언니의 저축정신과 죽어가면서도 자기를 도와준 친구를 생각하는 언니의 그 마음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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