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강상철(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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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에 있는 이발소에 갔습니다.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요금이 정말 싸 이제는 단골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았지요. 잠시 후 이발사가 왔습니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었습니다. 일흔은 족히 넘어 보이더군요.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하기에 원하는 스타일을 얘기하고 속으로 ‘왜 하필 이 사람이야, 다른 사람도 많은데.’라며 투덜거렸습니다. 연세가 너무 많으신 것 같아 왠지 미덥지가 않았거든요. 그러나 그 불만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처럼 금방 사라졌지요. 섬세하고 꼼꼼한 가위질은 전문가의 손길 그 자체였거든요.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며 다듬는 모습에서 연륜의 힘을 느꼈지요.
무엇보다 제가 원하는 스타일 그대로 잘라주셔서 무척 좋았습니다. 다른 이발사가 자를 때에는 마음에 안 들 경우가 종종있었거든요.
‘연륜은 무시할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며, 저 자신을 많이 반성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발사 어르신께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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