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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초가 되면 소망을 가슴에 담는다. 계획을 짜는 게 즐겁다. 그런데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그리고 가을과 겨울이 간 후 돌이켜보면 작심삼일이다. 전부 낭패는 아니어도 남아일언중천금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에 젖는다. 좋은 습관으로 일기를 수십 년 쓰고 있어 지난날의 기록을 펼쳐본다. 그 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술이다. 금주는 아니어도 절주. 곧 적당히 마시겠다 하는 맹세가 단연 톱기사이다. 하지만 50여 년 이상을 술과 가까이하여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아닌지 의심했다. 작심삼일을 밥 먹듯이 하여 스스로 못난이 줏대 없는 사나이로 명명했다. 그런데 5년 전의 일기를 읽노라니 중대 선언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이유든지 술을 멀리하겠다는 각오가 씌어 있었다. 아! 그게 실천으로 옮겨진 환골탈태의 기적이 이루어졌다. 현재 술을 멀리하고 있는 제2의 인생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주의 이유는 첫째 건강이었다. 몸살감기가 끊이지 않은 겨울. 모임이다 가족의 대소사다 이런저런 핑계로 매일 같이 술을 가까이하여 폐렴에 걸린 격이다.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금주를 했지만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노력이 한몫했음도 사실이다. 술은 지나치면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적당히 마시는 애주가가 존경스럽다. 작심삼일의 실례 중 한 가지만 소개한다. 선친은 일생을 교육자로 사셨다. 고매한 인격자로 후학을 양성했다. 사시는 동안 교단 40년 회고록을 쓰셨다. 그런데 책으로 발간하지 못하고 타계하셨다. 유고집을 자식으로서 만들어 드리지 못했다. 해마다 연초의 일기에 꼭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는데 지키지 못하고 있다. 2013년 계사년이 이미 밝았다. 불효자로서 참회도 하고 넋을 기리고자 반드시 해야 할 과제이다. 나도 언젠가 선친처럼 먼 나라로 가겠지만 자식 노릇을 잘해야 나의 아들 손자 손녀가 본받지 않겠는가? 추운 겨울이 가면 봄이 올 것이다. 존경받는 노인으로서의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작심삼일을 퇴치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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