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버스·열차 등을 타고 오랜 시간 여행을 할 때, 발이 갑갑하다는 이유로 신발을 벗고 있기도 한다. 마침 그 날 버스 안 사건의 주인공인 할머니도 신발을 벗고 주무시고 있었는데 '다음 정차 역은 알뜰 마을입 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는 순간, 옆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가 황급히 깨웠다. 깜짝 놀라 잠이 깬 할머니가 벗어놓은 신을 신으려 할 때 다행히 한 짝은 제자리에 있었는데, 버스의 요동 때문이었는지 나머지 한 짝은 행방이 묘연하였다.
아침 출근 시간대인지라 버스가 그 정거장에 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극히 한정된 짧은 것일 수밖에 없었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거의 높은 포복 자세로 엎드려 버스의 좌석 밑을 샅샅이 훑어 보셨는데도 신발 한 짝은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붐비는 버스 안에서 신발을 찾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의 지 청구가 있었고, 연이은 출발 독촉 고함 소리, 그 소동에 잠이 깬 승객들의 중얼거리는 소리 등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
승객들의 반응은 현대 사회의 인심을 보는 것만큼이나 다양하였다. 어느 승객은 동정의 눈빛과 함께 낮은 포복 자세를 취하며 적극적으로 신발 수색 작전을 지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승객은 곤하게 자다가 단잠을 깬데 대해 얼굴을 찡그리며 노골적으로 불쾌해 하기도 하였다. 또 한 그룹은 이러한 중대한 사건 발생 자체를 아예 외면하며 자는 척하고 있기도 하였다.
그예 버스는 출발하게 되었다. 한동안 신발 찾기 운동이 범버스 승객 차원으로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실패하자, 노부부의 실망은 컸으며 눈물을 머금고 그 정거장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 할아버지께서 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첫째, 할머니를 위로하며 자신의 신발이 좀 크기는 하지만 할머니에게 벗어주고 자신은 맨발로 걷는다. 둘째, 힘들지만 할머니를 업고 걷는다. 셋째, 할머니가 신발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어떤 대책도 세워 주지 않고 심히 나무라며 책임 추궁만 한다. 넷째, 가타부타 아무런 말도, 도움도 주지 않고 철저하게 모르는 척한다. 또는 약간 과장하여 생각해 볼라치면, 약간 실수한 할머니를 격려하며 택시로 황후처럼 모신다 등등 많은 경우의 수가 나왔다.
사람이 결혼한 후 나이가 들어서도 금실이 좋은 잉꼬 부부로 변함 없는 사랑을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 떨어진 낙엽에서 향내가 나고, 고목에서도 꽃이 피는 아름다움을 맛볼 수도 있으련만…. '아무튼 오늘 안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잃어버린 신발 짝을 버스 종점에서라도 반드시 찾아서 노부부가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셨으면 좋으련만' 편도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버스 안에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해 보았다.
할아버지는 경황없이 허겁지겁 내리면서 연락 전화번호를 알려 주지도 않고 기사 아저씨께 막연히 한 말씀을 하셨다. '신발 한 짝 찾거든 연락 좀 해주슈.' 또한 할머니께 '임자, 한 짝이라도 신어야제.'라고 말씀하시자 내뱉 던 할머님의 응수에 버스 안 모든 사람은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한동안 귓전을 때리는 여운을 남긴 우습고도 슬픈 그 사건의 클라이맥스는 할머니의 바로 그 대꾸 한 마디였다.
'한 짝만 신고 갈 바에야 차라리 다 벗고 맨발로 가는 편이 더 낫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