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글밭
글. 박봉례(부산시 사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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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요양병원에서 목욕 봉사를 해 왔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던 나는 이와 관련된 자격증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찾아간 집 근처의 요양보호사학원에서 벌써 60대인데 많이 늦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 나이면 아직은 젊다는 원장선생님의 말에 용기를 내어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애초 계획과 달리 수업이 갑자기 시작하는 바람에 푹푹 찌는 듯한 더운 여름에 집과 학원을 오가며 수업을 들으러 다녀야했습니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나와 내 가족에게 꼭 필요한 공부였다는 걸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었던 일은, 아버지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때 내가 학원에서 배웠던 것처럼 빨리 응급조치를 취했더라면 아버지께서 그렇게 힘든 몸으로 사시다가 돌아가시진 않았을 텐데 하는 예전의 기억들이 수업을 들을 때마다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을 접어두고 아직 살아계시는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 특히 연로하신 이모와 고모에게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공부를 하며 배운 지식으로 건강한 행복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젠 예전처럼 젊진 않지만, 마음의 안정을 얻은 나이 62세에 나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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