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아내를 만나, 연애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결혼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습니다. 짧은 연애로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해 신혼 초기에는 부부싸움과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아내가 가장 편한 안식처 같습니다. 두 딸이 생겨 아이들끼리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자 보배입니다.
결혼 10주년이 되면 아내와 신혼여행 갔던 그곳에 다시 가자는 약속을 했었는데, 아쉽게도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돈을 모아 이 정도면 되겠다! 생각이 들면, 왜 그리 그때마다 집안에 일이 생기고 가전제품을 바꾸어야 할 시기가 오는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멋진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다 함께 같이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아내의 말에 힘이 납니다. 문득 요즘은 내가 만약 아내를 만나지 못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랑하는 두 딸을 보면서 하루하루 행복한 낙을 누리지 못하고, 노모에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보단 걱정만 끼치는 그런 아들이 되어 있었을 겁니다. 힘들게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따뜻한 밥을 차려주는 아내와 현관까지 나와서 “보고 싶었어. 아빠! 사랑해요.” 하면서 뽀뽀를 하는 막내딸 애교에 모든 피로가 확 풀릴만큼 힘이 납니다.
어제는 오랫만에 앨범을 꺼내보며 10년 전 그날로 다시 돌아가는 듯 행복했습니다. 10년 전 아내는 30대 초반의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인정받았는데, 결혼하며 경단녀가 되었습니다. 다시 일하고 싶어하는 아내가 예전처럼 꿈과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아내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결혼 20주년에는 약속을 꼭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용돈을 모아 아내에게 깜짝 이벤트를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적은 월급을 알뜰히 모아서 집을 사고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서는 아끼지 않고 사는 아내이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단돈 천 원도 아까워하는 걸 알기에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책을 좋아하고, 후리지아 꽃을 좋아하고, 발라드 노래를 좋아하던 아내, 그리고 남편과 예쁜 두 딸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내에게 고맙고, 10년 전보다 지금 더 아내를 사랑하고 아끼는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나와 결혼해 줘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당신이 옆에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