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영하 10도에서 머무는 추운 날씨였다. 내가 일하는 빵집도 춥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출근 하자마자 히터를 틀었는데, 훈훈해지려면 한참 먼 듯 했다. 온몸을 꽁꽁 싸매고 일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오셨다. 일주일에 두어 번 빵집에 들르는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바게트 두 개를 달라 하셨다. 바게트를 싸서 할머니께 건네는데, 꽁꽁 얼어 새파래진 할머니의 귀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지, 왜 이리 춥게 입으셨어요? 큰일 나요.”
그러나 할머니는 괜찮다며, 옷을 여러 개 입었다 하셨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할머니의 행색은 혹한을 견디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마땅한 옷이 없었는지, 활동하기 불편해 얇은 옷을 입으신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말을 붙여 그랬는지 할머니는 당신의 사정을 털어놓으셨다. 바게트는 손자가 먹을 거라고 했다. 손자 심부름을 왜 해주느냐고, 손자는 할머니가 힘든 걸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한숨을 푹 쉬고는 혼자 자라서 안타까울 뿐이라 하셨다.
어느 날 덜컥 손주 세 명을 맡아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고 안 해본 것이 없다 하셨다. 식당일, 장사, 폐지 줍기까지.
할머니께 아침은 드셨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추운 날, 뱃속까지 허하면 더 춥게 느껴질 텐데 할머니는 빈속으로 아침을 시작하신 듯 했다. 할머니께 빵을 사드렸다. 내 가게라면 한 보따리라도 챙겨드리고 싶었지만 나도 눈치 보며 일하는 곳이라 사드릴 수밖에 없었다. 따뜻한 물과 함께 빵을 드셨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 말씀하시고는 매장을 나가셨다. 이제 해가 좀 솟아서일까, 어느새 매장 안이 훈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