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우편요금이 300원에서 330원으로 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표를 사면서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는 엄마에게 편지를 부치려면 30원을 더 써야 하는데 나는 그 30원의 무게가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고 좋았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 아프셨지만 연세가 있으니까 하면서 마음속으로 그냥 수긍했었다. 하지만 정작 당신은 그 아픔이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활발하게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생활하다가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자신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세상에서 벗어난 느낌, 당신 혼자된 느낌에 우울해하셨다.
그런 엄마를 위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전화통화로는 오래 얘기하기도 어렵고 문자로 대화하는 것도 어려워서 엄마가 읽기 쉽도록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정말 좋아하셨다.
“얘, 편지 받으니까 좋다. 너희들이 어렸을 때 어디 가면 엄마한테 엽서랑 편지 써서 보냈잖아. 막내놈도 군대 갔을 때 편지 써서 보내고. 그때가 좋았었지… 편지 읽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었는데 그때가 생각나서 참 좋구나.”
그때부터 엄마와 편지로 소통하였다. 특별한 얘기를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생활의 소소한 부분을 적었다. 엄마가 어렸을 때 해 주셨던 강낭콩이 많이 들어갔었던 찐빵과 여러가지 채소를 버무려 튀겼던 야채튀김이 맛있었다는 얘기도 쓰고, 엄마가 우리들 키우면서 많이 힘드셨던 것 다 알고 있다고도 썼고, 우리 아이들 크는 얘기도 한두 마디씩 적어서 보냈다.
때로는 말보다 글이 더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엄마한테 말로만 위로했는데 그건 돌아서면 다 날아가는 위로였다. 하지만 글로 적어서 보내니 편지를 받는 엄마도 남다르게 느껴지고 나도 다르게 느껴졌다. 엄마를 제대로 사랑하고 위로하고 보호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엄마는 편지를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하셨다. 덕분에 잊고 있었던 일도 생각나서 옛추억을 생각하면서 즐겁다고 하셨다.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심하실 때면 몇 번씩 더 읽고 이웃 분들하고 얘기도 나누면서 활력이 생겨서 좋다고 하셨다.
겨우 몇백 원으로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 껌 한 통 값도 안 되는 돈으로 엄마와 값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엄마의 삶에 활력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데 편지는 엄청난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엄마와 나 사이에 행복한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편지다. 거기에 드는 330원 우푯값은 그 가치에 비해 너무 싸다.
우리 모두 너무나 바쁘다. 바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조금 여유를 찾아보자.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편리한 소통 말고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는 약간은 더딘 소통을 해 보자. 그 안에 편지가 있다. 우표도 사야 하고 우체통에 넣어야 하고, 우선 편지를 써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할 기회를 얻는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 번 누려보자. 사랑하는 친구에게 가족에게, 특히 부모님께 한 번 편지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좋은 봄날에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