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늦은 밤, 동장님이 저희 집에 들러 2018학년도 ‘취학통지서’를 주셨습니다. 요즘 사회가뒤숭숭해서 그런지 동장님께서 직접 가정을 돌며 아이는 잘 있는지 안부까지 물으시니,아동학대가 큰 문제인 것 같아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입영통지서를 받았을 때처럼 취학통지서를 받은 순간부터 하루하루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던지요. 남보다 늦게 결혼을 해서 큰딸이 이제야 학교에 들어가는데, 유치원에서 입학 준비를 차근차근히 한 딸은 긴장조차 안 하는데 정작 나만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내와 함께 장사를 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주문이 밀려 방과 후에 데리러 가지 못 하면 아이가 혼자집이나 가게로 잘 올 수 있을지, 유난히 아침잠이 많은 이 아이가 일찍 일어나 제시간에등교할 수 있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는 학교 가면 다 알아서 적응할 텐데 왜 벌써부터 걱정을 하냐고 타박하네요. 딸이 원하는 대로 다 해 주면 자립심을 키우지 못 하니까 물 흐르는 대로 놔두라고 하는데 저는 왜 이리도 걱정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내가 ‘국민학교’에 입학하던 40년 전, 지금의 나처럼 들뜨기도 하고 걱정하셨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제야 부모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네요.
며칠 전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는 아내가 주문을 일찍 마감하고 다녀온다고 했는데 딸이 더 크기 전에 단둘이 데이트도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저는 굳이 아이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아이가 이젠 가방을 메고 다니는 학생이 된다니 기쁘기도 하면서 새삼 많이 컸다는 걸 느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큰딸이라 그런지 더욱더 애틋하고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게 저를 설레게 만드는 아이입니다.
나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절대 아이에게 공부나 학원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하면 그때 학원을 보낼 테고,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때부터 가르칠생각입니다. 이런 자유로운 생각이 아이에게도 전해진 걸까요? 오히려 딸이 먼저 글자와수에 관심을 보이며 자연스레 한글도 떼고 이젠 제법 구구단도 하더군요. 하기 싫은 공부를 강요하기보단 자연스럽게 놀이나 체험으로 접하게 했더니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된 딸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큰딸 채린아! 학생이라는 신분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 누구보다 채린이를 믿고 응원하며 힘이 되어줄게. 채린이 옆에 든든한 엄마 아빠가 있다는 걸 절대 잊지 말고 학교생활 잘 하길 바란다. 아빠는 우리 채린이가 공부만 잘 하는 아이보단 인성이 바르고 마음씨 착한 아이가 되길 바란단다. 사랑한다, 우리 딸!
학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들보다 부모를 성숙하게 만들고 한층 더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