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다녀왔습니다.
금방 뱀이라도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숲길은 가파르고도 험난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낯선 물체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느린 우체통이었습니다.
깊은 산중에서 우체통을 만나 신기한 경험도 잠시, 선뜻 막내아들에게 엽서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펜을 들었습니다.
엽서를 쓰면서 1년 뒤 막내아들이 편지를 받아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상상만으로 행복해졌습니다. 잘 적은 엽서를 우체통에 넣고 나서는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이후 일상으로 돌아와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익숙한 필체의 엽서 한 장이 우편함에 들어 있었습니다.
느린 우체통에서 보낸 엽서였습니다. 저는 편지를 꺼내 들고 아들이 집에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밤늦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온 아들에게 편지를 보여주니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1년 후 배달된 엽서 한 장은 행복한 순간을 경험한 그날을 뜻깊은 날로 만들어 줬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요즘은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줄었다는 게 가장 큰 단점입니다.
느린 우체통이 준 작은 행복의 순간.
이 추억은 선생님인 제가 학생들에게 편지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사가 되기로 다짐한 계기도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