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내는
예금고객실 고객센터
VIDEO
(왼쪽부터) 전은정 예금고객실 VOC, 양미숙 예금고객실 상담파트장, 김남희 보험고객실 상담파트장, 임다영 보험고객실 교육강사
지난달 우체국콜센터에 이어 이번에는 우체국금융고객센터를 찾았다. 고객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민원을 접수하여 전달하는 등 얼핏 비슷한 업무가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체국금융고객센터에는 전반적인 우편서비스를 놓고 대화가 오가던 우체국콜센터와는 또 다른 내용이 산적해 있었다. ‘예금’과 ‘보험’으로 나뉘는 ‘금융’은 결국 돈과 직결되는 분야다. 다시 말해, ‘내 돈’과 연결되니 고객은 훨씬 더 분명한 요청을 해오며 때로는 무리한 요구로 이어가기도 한다는 것. 상담사의 고충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2년 전쯤 연장근무를 할 때였어요. 우체국 영업시간은 이미 끝났는데 현금을 당장 찾아야 한다는 고객의 전화가 걸려왔죠. 확인해보니 안타깝게도 통장자동화기기 약정이나전자금융 약정이 되어 있지 않은 고객이셔서 평일 중 우체국에 직접 방문하여 수령하셔야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며 ‘우리 어머니 병원비 낼 돈인데 지금 곧장 안 내면 어머니가 돌아가실 수 있고 만약 잘못되면 전부 당신 책임이니 평생 당신을 원망하고 살겠다’ 하시더군요. 그래도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죄송하지만 친인척 분들께 도움을 청해보시라고 권한 뒤 상담을 종료했습니다. 욕설 한마디를 들으면 그 단어만 잊고 넘기는데 이렇게 저주성 폭언을 듣고 나니 몇날 며칠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멍했습니다. 속상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고객의 말대로 어머니께 안 좋은 일이 생겼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됐던 거죠.”
예금고객실의 양미숙 상담파트장이 털어놓은 민원 사례는 단순 욕설을 뛰어 넘는 내용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끔씩 그 순간이 떠오른다는 이야기에 칼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내는 말의 위력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그런데도 양 파트장은 “올해로 7년 차인데 매일 이렇진 않다”며 웃는다. 예금 관련 상품 설명부터 유지와 해지,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따르는 전자금융 안내 등 ‘내 능력 이상의 그 무언가’를 해내는 데서 오는 재미와 보람이 더 크다고 한다.
“VOC(Voice of Customer)를 담당하고 있는 저는 상담사의 불친절 관련 콜도 접수하고 있는데, 바로 오늘 아침에도 이런 일이 있었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안내받았다며 불쾌감을 느낀 고객이 다시 전화를 걸어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한 상황인데, 수차례 담당자를 바꿔가며 통화하고 거듭 사죄 말씀을 드렸는데도
화가 안 풀리시나 봅니다. 실수한 상담사를 어떻게 조치할 건지 단계별로 내용을 알려 달라 하시네요. 요즘은 이렇게 자신이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과 결과를 반드시 확인하려는 고객이 많습니다. 저희 응대가 잘못됐거나 불편을 드렸다면 진심으로 죄송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게 맞지만,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때로는 융통성을 갖고 좀 더 이해해주시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우체국 야간센터에서 단기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깨닫고 정규직의 문을 두드렸다는 전은정 VOC. 11년 차 상담사이자 고객 접점 담당으로서 중저음의 톤으로 전하는 콜 현황이 신뢰감을 갖게 한다. 이렇게 고객의 마음을 달래고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우체국예금이 ‘믿음직한 국민 금융’으로 성장해온 것은 아닐까.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도착하는
보험고객실 고객센터
질병이나 사고로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희망을 줄 수 있는 보험 분야 고객센터는 예금보다 더욱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단순 상해나 자연 재해, 사망 사고에 이르기까지 인간사를 총 망라하여 연결되는 것이 보험이기 때문이다. 거의 개인별 맞춤 상담이 필요하기에 불만의 목소리도 각양각색이다. 보험고객실에서 교육강사를 맡고 있는 임다영 상담사는 민원 고객을 상대할 때 ‘무조건적인 사과’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불만이나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들에게 계속 ‘죄송합니다’로 일관하는 건 큰 효과가 없습니다. 고객께서 원하는 건 결국 자신의 요청이 ‘처리’되는 것이니까요. 누가 들어도 불가능한 걸 요구하시는 고객이 더러 있는데, 이분들의 격앙된 감정을 잦아들게 하는 것도 상담사의 역할입니다. 방법이 없더라도 다시 한번 확인 후 연락드리겠다 하고 1차통화를 종료한 뒤 20~30분 시간을 두고 다시 연락해보면 처음보다 많이 차분해진고객과 만나게 되죠. 방법을 찾아봤으나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송구하다고 정중히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고객이 이해하십니다. 때로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알아봐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말 한마디로 상황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문득 작년 한 해 서점가를 강타했던 베스트셀러가 생각난다. 그 책의 부제처럼 과연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고객도 자신의 요구가 처리될 수 없다는 걸 알지도 모른다. 그저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은 고객의 마음도 기꺼이 헤아려야 한다는 임다영 교육강사의 말이 참 따뜻하게 들린다.고객센터가 연중 가장 바쁜 시기는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12월부터 이듬해 1월이고, 각종 계약사항 안내장이 발송되는 2월도 만만치 않다. 어디 이때뿐이랴. 매월 말일과 월요일, 연휴 다음날은 늘 인입호가 많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하니, 1년 내내 성수기라 해도 무방할 듯싶다. 쉼 없이 통화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쌓일 텐데 이들은 어떻게 풀어낼까?
“각자 여러 방법으로 풀겠지만 저는 요가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목과 어깨, 등 주변 근육이 경직되어 불안증세, 소화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고 해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요가를 하면 근육이 이완되고 마음이 차분해지죠. 낮에 받았던 강성 클레임이나 다양한 민원 사례를 이때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란 걸 느낍니다. 단순히 순간적 즐거움을 추구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취미를 갖고 꾸준히 관리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술 한 잔 마시며 동료들과 수다 한 판으로 풀어내는 시간도 꼭 필요하긴 해요.”
보험고객실의 13년 차 고참, 김남희 파트장이 말하는 스트레스 관리법이다.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우체국금융고객센터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그는 시종일관 눈이사라질 정도로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렇게 기분 좋은 웃음은 분명 전화기를 사이에둔 고객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이은주 보험고객실장
챗봇 시스템을 통해 더 가까이,
더 오랫동안 국민과 함께하다
어느새 10월, 1년의 마지막 분기가 시작됐다. 올해 연말까지 우체국금융고객센터에는 메신저 기반의 챗봇 시스템이 구축될 전망이다.
“초반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챗봇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고도화될수록 대국민서비스가극대화될 것입니다. 대기시간은 줄고, 상담채널은 확대되며 나아가 24시간 상담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요. 챗봇이 제 역할을 다한다면 상담사들의 감정노동이 충분히 줄어들 것이고, 오류가 발생한다면 이에 따르는 업무가 늘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쪼록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험고객실 이은주 실장이 전하는 고객센터의 하반기 주요 계획이다. ‘챗봇’을 중심으로 새로운 바람을 맞이하게 될 우체국금융고객센터. 이 모든 변화가 혼돈의 질풍이 아닌, 어디에서 돛을 올려도 순항할 수 있는 따뜻한 미풍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