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 47살에 우체국 직원이 되었습니다. 서울 소재 명문대학교 내 우체국으로 처음 발령받았을 때, 친정 부모님께서는 고3 때 못 들어간 대학교를 47살에 들어갔다며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방황 끝에 어렵게 들어온 직장이다 보니 저는 남다른 애착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일이 재미있고,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대학교 내 우체국이다 보니 고객 대부분이 교직원과 학생들입니다. 흔히 말하는 MZ세대다 보니 우체국을 처음 방문한 고객이 많습니다. “우체국에 처음 와서 그러는데요. 등기 어떻게 보내요?”라고 묻는 고객에게 저는 “봉투에 내용물 넣은 다음 주소 쓰고 접수하시면 됩니다.”라고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그럼 99%의 고객은 봉투를 붙이지 않고 옵니다. 왜 그러냐고요? 저에게 검사받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이런 귀여운 고객님들 덕분에 한 번 더 웃습니다.
이곳은 교내 우체국 특성상 EMS 국제우편물과 임용서류, 강사·교수 채용서류 등 응시원서 등기가 많이 접수됩니다. 저 또한 최종 임용서류를 보낼 때의 떨림과 간절함이 아직도 생생하여서 고객님의 떨림을 짐작하고 100배, 200배 합격을 기원하며 접수합니다. “느낌 왔어요. 합격하실 거예요!”라고 말씀드리며 우편물을 접수해 드리면 떨림 속에 작게 미소 지으며 고맙다고 하시는 고객님을 보고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최종합격해 감사 인사를 하러 오시는 고객님을 보면 제 자식만큼이나 기특하고 기쁘답니다. 또한, 고려대학교우체국 주변에는 외국인 기숙사와 국제어학원이 있어 외국인이 정말 많습니다. 힘들지만 바디랭귀지와 어설픈 영어를 사용하여 대략 알아듣고 안내하면 가끔 착한 외국인 고객이 “감사하다.”라고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가 아닌 “감사하다.”라고요.
모든 관내우체국 직원들이 3~4명인 곳이 많은데, 그곳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일할 수 있는 것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창구가 바쁘면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창구에 앉아 업무를 봐주시는 김은숙 국장님. 30년 넘는 경력으로 무엇이든 척척 해결하는 척척박사 이종란 주무관님. 25살 어린 나이에 들어온 4개월 차 열정 가득 MZ세대 신용준 주무관님. 그리고 우체국을 너무 사랑하는 나 박경화 주무관.
우리는 이렇게 합을 이루어 누구나 오고 싶은 우체국, 누구나 작은 웃음 짓고 돌아가는 우체국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