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9월호 사보에 실렸던 모습
우체국이라는 새로운 일터를 선택한 이유
임보경 주무관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하여 민간기업에서 컨베이어라인, 풍력발전기, 자동펀칭기, 금전출납기, 에어컨 실외기 등의 기계 설계 및 도면 업무를 했다. 어느 날, 회사 사장님이 여직원들을 불러 모아 “결혼해서 계속 다니는 건 괜찮지만 임신을 하면 회사 근무가 어렵다.”는 말을 했다. 그때 임보경 주무관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더 안정적이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 우체국은 임보경 주무관에게 그런 직장이었다. 전주우편집중국 기술과 우편기계계에 처음 발령을 받아 우편물 자동구분기를 유지 보수하는 일을 했는데 행선지별로 우편물을 자동 구분해주는 기계의 시스템을 알게 되는 것도, 고치는 일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5년 간 그 업무를 하다가 임실우체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실우체국에 근무를 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평생교육원을 찾았는데 그때 선택한 것이 스피치 수업이었다. 평소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스피치를 배워두면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고 우체국에서 업무를 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한 웅변이었는데 한국 대표로 세계 대회에 나가게 되었고 큰 상을 받게 되는 영광도 안았다.
그 당시 아버지가 집에 누군가가 놀러 올 때마다 사보를 보여주며 “우리 딸이 우체국 사보에 나왔다.”며 자랑하던 일은 쑥스럽지만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손글씨 작가로도 활동한 임보경 주무관

임보경 주무관의 손글씨가 들어간 우체국 통장
나의 일을 사랑하면서 생기는 에너지
우정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5년 1월이다. 물류기획과에서 우편자동화 담당으로 5년, 운영지원과에서 관리 담당으로 2년을 근무했다. 우편자동화 업무는 전국 집중국에 있는 우편물 자동구분기, 각 우체국에 있는 순로구분기 등을 보급하고 관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예산 편성에서 집행, 자동구분기 도입 계획 등 직접 계획한 것들이 실제 현장에 설치되고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임보경 주무관은 책임감도 컸지만 설레는 마음도 컸다.
그 뒤 운영지원과에서는 지출, 수입, 물품 관리 등을 담당했는데 본부 살림살이를 맡아 하는 일이다보니 곳곳에 필요한 것이 없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펴야 했다. 성격과 잘 맞는 일이라 임보경 주무관에게 운영지원과 업무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우체국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면서 스스로의 일을 자랑스럽고 보람차게 생각하는 것은 삶의 질과도 이어졌다. 임보경 주무관은 스피치를 배운 이후에도 틈이 날 때마다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했다.
꾸준히 책을 읽고 그 가운데 쓴 독후감이 2013년 지식경제부 신년호에 실리기도 하고, 그다음 해 시작한 독서모임 활동이 KDI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정보지 2018년 10월호에 게재되기도 했다.
또 손글씨 쓰기도 배워서 전시회도 하고 세월호 추모시집 등에 ‘작가 임보경’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이 실렸다. 이런 활동들이 알려져 예금사업단에서 새로 디자인하는 통장에 글씨를 써달라는 의뢰를 해와, 임보경 주무관의 손글씨가 통장 뒷면에 들어가기도 했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우체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기뻤고, 예쁘게 디자인된 시안을 보고 너무 좋았어요. 고객들이 제 글씨가 들어간 새 통장을 받을 생각을 하면 뿌듯합니다.”

예쁜 딸을 낳고 육아 휴직 중인 임보경 주무관
육아 휴직, 그리고 다시 돌아갈 나의 자리
육아 휴직은 뱃속의 아기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에 출산 6개월 전부터 들어갔다. 육아 휴직을 한 김에, 둘째까지 낳고 돌아가야지 했는데 아기를 낳아서 키우다 보니 그런 결심이 쏙 들어갔다. 지금은 6개월된 예쁜 딸 시은이를 잘 키우자는 마음만 굳게 먹고 있다. “아이를 키워보니 저를 길러주신 부모님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모든 부모님들을 존경하게 되었어요. 아이를 돌보는 이 시간도 충분히 잘 누리고, 또 업무에 복귀해서는 즐겁게 일해야지 다짐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먹어서인지 딸과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한 것 같아요.”
임보경 주무관은 어린이집에 입소 대기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딸이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있을 때 업무 복귀를 할 예정이다.
업무에 돌아가는 것도 기다려지지만 휴직 전 계획했던 우정사업본부 내 독서클럽을 꾸리는 일도 기대된다. 바쁜 업무를 하는 틈틈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며 더 재미나게 일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임보경 주무관에게 돌아갈 자리는 그렇게 풍성한 즐거움이 기다리는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