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주거 위해 재능기부하는 우정이봉사단

1895년 12월 동래우체사로 출발한 부산우체국은 우리나라 우체국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884년 설치한 ‘우정총국’은 갑신정변으로 20일 만에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1895년 우편업무를 재개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품은 부산우체국의 자랑 중 하나는집배원들을 주축으로 한 우정이봉사단이다. 1996년 직원 4명이 “홀몸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되어드리자”며 활동을 시작했고, 부산 중구, 서구 거주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재능기부 봉사단으로 거듭났다.
현재 20명의 직원이 동참하는 우정이봉사단은 한 달에 1만 원씩 회비를 걷어 주거환경 개선 재능기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하며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도 한 우정이봉사단은 2017년 보건복지부와 KBS,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금은 지역 기관이 먼저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어르신들 집을 깨끗이 개선하는봉사 활동 중인 우정이봉사단
쉬는 날, 땀 흘려 도배를 하는 이유
“도배는 자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우정이봉사단 단장 박동기 주무관처럼 단원들은 도배·장판·전기 전문가로 성장했다. 우정이봉사단은 취약계층에 더 좋은 주거환경을 선물해 주고자 현업의 전문가를 수소문해 기술을 전수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통은 기술을 알려주지 않지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봉사단이 작업 과정을 어깨 너머로 지켜볼 수 있도록 허락했고, 나중에는 기술을 직접 가르쳐주기도 했다.
우정이봉사단의 주활동 지역은 취약계층이 비교적 많은 서구 남부민동이다. 고지대에 있는 남부민동은 좁고 가파른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특히 혼자 사시는 할머니 세입자들이 다수다.
“돈이 없어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태풍 힌남노 때문에 물이 들이쳐 곰팡이 핀 반지하 주택 상황과 비슷해요. 물이 새는 곳도 있고, 방수가 안 되어 장판을 들어내면 축축한 습기 때문에 악취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원들의 손길로 주거환경이 확 달라진 모습에 정말 좋아하시고, 마땅히 줄 게 없어 주머니 속 사탕을 한 움큼 주시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봉사단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먼저 찾아갑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주말에 주거환경 개선 활동을 하는 단원들은 피로를 기꺼이 감당한다. 몸이 힘들더라도 보람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집을 고쳐드렸는데 좋아진 주거환경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몇 달 후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고, 집을 빼달라는 집주인의 요청에 살던 집을 떠나는 상황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수리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 집도 고쳐 달라는 요청이 자주 들어오지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아니어서 정중히 거절해야 할 때는 죄송한 마음도 든다.우정이봉사단은 1년에 최소 7곳의 집을 수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도배지며 장판 가격이 올라 회비만으로 재료비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 많은 어르신의 집을 고쳐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이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정년퇴임을 하더라도 동참하고 싶어요. 신입 단원들에게 선배들이 보유한 기술을 전수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발굴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부산우체국 우정이봉사단 단장 박동기 주무관
봉사는 ‘거창’한 활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어르신들 집을 쾌적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라도 봉사활동에 나설 수 있어요. 사회에 기여하려는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봉사는 거기서부터 시작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정인 여러분! 2022년 마무리 잘하시고, 곧 다가올 2023년 역시 나눔을 지속하는 한 해, 안전이 최우선인 한 해로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