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nce 2017. 10~
우체국 집배원, 든든한 평생직장을 만나다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중소기업을 돌면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성실하게 일을 했지만 안정된 직장이라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전 직장 선배가 연락을 해왔다.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하던 선배는 조국 주무관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추천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말에 끌렸다. 2014년, 조국 주무관이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있는 우체국에 입사하게 된 계기이다.조국 주무관은 서울중앙우체국 택배원으로 2년 여 정도 근무하다가 2016년부터 마포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기업 고객을 주로 만나는 택배원과 달리 집배원은 일반 고객을 만나는 일이라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의 조국 주무관 적성에 더 맞았다. 집배원으로 일하던 초기, 한 고객이 반품 물건을 내놓기로 했는데 바빠서 깜빡했다며 금요일 저녁에 미리 내놓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조국 주무관은 “주말에는 도난 위험이 있으니 월요일에 연락드리면 그때 내놓으시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사소한 배려지만 조국 주무관이 한 마음씀씀이가 고객에게는 크게 와 닿았다. 고객이 감사한 마음을 우체국에 남겼고, 2016년 미담집에 실리는 이유가 되었다.
“저는 그냥 현장에서 제 일을 한 것뿐인데 미담집에 실리고 사보에서 아내와 사진도 찍을 기회까지 생겨서 쑥스럽고 놀랐죠. 인터뷰 때 긴장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에 안 날 정도로 많이 떨었어요. 당시 마포우체국으로 온 지 1년이 채 안 되었던 때인데 사보에 실린 덕분에 여러 직원분들이 저를 알아봐주셨죠.”

조국 주무관과 가족들의 단란한 모습
세심한 관찰과 관심으로 고객과 더 가까이
어느새 마포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한 지 6년차이다. 그 사이 아이가 둘이나 생겼고 그 중 둘째는 올해 8월에 태어났다. 그는 일하면서도 두 아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수시로 할 정도로 가정적인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일을 하면서도 길을 다닐 때 아이들을 먼저 보게 됩니다. 한 번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등기 배달을 하는 중이었는데 서너 살밖에 안 되어 보이는 아이가 할아버지와 엄마랑 타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얼굴이 빨개지면서 눈물을 뚝뚝 흘려서 어른들께 아이가 이상하다고 말씀드렸죠. 알고 보니 엘리베이터 타기 직전에 할아버지에게 사탕을 받아서 먹었더라고요. 하임리히법을 배운 적이 있어서 제가 얼른 아이를 뒤에서 안고 사탕을 뱉게 했습니다. 아이는 사탕을 뱉자마자 무사했고 집으로 잘 들어갔어요.”
그 뒤로 아이 부모님은 조국 주무관을 볼 때마다 양말이나 음료 같은 소소한 정을 전하면서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또 얼마 전에는 혼자 울고 있는 아이가 있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낯선 사람이라 답을 안 해주다가 엄마와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조국 주무관은 그때도 그냥 갈 수 없어서 아이와 엄마가 서로 통화를 하도록 전화 연결을 시켜주고 아이를 아파트 관리실에 안전하게 있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아이는 그때 친해져서 지금도 조국 주무관을 보면 달려와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곤 한다.
“제가 선행을 했다기보다 관심 있게 잘 관찰해서 그런 어려운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희는 지역 곳곳을 다니는 일을 하고 있고 지역 주민을 만날 일도 많잖아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는 게 당연하죠.”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아내는 신혼 초부터 조국 주무관의 안전 업무를 기원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안전하게 일하고 안전하게 돌아오는 게 변함없는 바람이다. 조국 주무관은 그런 마음으로 자신을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마포우체국 물류실 동료들의 안전을 바라는 제 마음도 비슷해요. 여기 170여 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거든요. 그분들 중에 150여 명 정도는 오토바이를 타며 배달을 해요.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길을 다니면서 사고가 많이 나는 때거든요. 그래서 동료들의 안전을 많이 생각합니다. 함께 오래 일하기 위해서라도 늘 안전운행하기를 바라고요. 지금처럼 서로 훈훈하게 지낼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죠.”
조국 주무관은 앞으로 10년, 20년, 아니 평생토록 우체국에서 일하고 싶다.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다정한 고객들을 만나며 서로 의지하고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는 생활보다 더 행복한 삶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오늘도 일할 기운이 불끈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