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계에 근무하다 보니.
규격봉투의 요건에 관한 문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 “다량우편물의 발송을 위하여 봉투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규격 우편 요금을 적용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하고 물어온다. 규격우편과 규격외우편의 요금 차이가 1통에 60원이니, 다량 발송시에는 부담이 크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언제나처럼 이렇게 대답을 한다. “봉투의 크기는 가로140〜235mm, 세토90〜120mm 무게는 3.27〜50g, 우편물 외부 기재사항에서 발송인 주소는 상단에서 40mm 이내. 좌측에서 35mm 이내는 우체국 사용란이므로 사용 불가, 수취인 주소와 우편번호 기재는 하단에서 17mm 띄울 것…” 그러고도 몇 가지가 더 있지만 생략하기로 하고.
이렇게 안내를 하면서도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규정에 있는 대로 정확하게 안내를 해주었지만 ‘웬 조건이 이리 까다로운가?’
이런 생각은 물론 나뿐만이 아니다. 현업의 우편창구에서는 규격, 규격외 시비가 하루에도 여러 건 발생하고, 그런 시비들이 불친절 사례로 이어질 것은 뻔한 이치이다.
우리 직원들 사이에도 규격이다 아니다 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고객들에게 이러이러한 이유로 규격외이니 요금을 더 내야 한다고 설명하면, '고객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고 우체국의 편리만 생각하는 그런 이기적인 제도가 어디 있느냐.” “우체국이 무슨 영리단체도 아닌데. 세입을 올리기에만 급급하느냐.” “이렇게 규정이 까다로워서야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손쉽게 이용하겠느냐.” 등등 똑똑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대로, 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고함부터 지르기 일쑤이고, 이런 시비들이 끊이지를 않는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각 우체국마다 요금 적용이 일정하지가 않다는 점이다 이 우체국에 가면 규격 요금을 받고, 또 다른 우체국에 가면 규격외 요금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니 고객들로서도 화가 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전국적으로 지사를 운영하는 업체의 경우 본사로 우편요금을 청구하는데. “지역마다 요금이 일치하지 않으니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항의를 해오면 정말 뭐라고 답변할 말이 없다. 이것은 심각한 공신력의 실추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에는 규격이냐 아니냐로 시비가 생겨 손님이 별납 접수 직원에게 상스런 욕을 하고 소란을 피우는 통에 경찰서에서 출동한 사태까지 생겼었다. 왜 이런 문제가 자꾸 발생하는가!
그것은 규정의 복잡·까다로움과 애매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백 사람이 보아도 백 사람이 전부 똑같은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을 간단 명료하게 만든다면 이런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규격 우편물의 요건을 정하는 이유가 우편물의 기계화 작업을 위한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국민 신뢰감의 형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히 제안하건대, 우편물의 규격 요건을 무게와 크기로만 제한하는 획기적인(?)방안을 검토해 볼 수는 없는지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것은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라, 현업 창구 근무자들에게는 절실한 현안이다. 이런 일선 창구의 고충을 헤아려 관계 부서의 정밀한 검토와, 가능하다면 실질적인 수정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