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우정 서비스 체험수기
며칠 전,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니 어머니가 “딸, 나 우체국 통장하나 만들어줘”라고 하셨다.
“갑자기? 엄마 은행 통장 있잖아요.”
“은행 통장은 은행 통장이고. 우체국 통장 하나 있어야겠더라, 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 친구분이 얼마 전 목돈이 생겼는데 일반 은행은 언제 망할지 몰라 불안하고, 우체국은 돈이 얼마가 됐든 나라에서 보장해준다기에 모두 우체국에 저금하셨다는 것이다. 어머니도 조만간 적금 하나가 끝나는데 우체국에 넣을 생각이시란다.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분은 해방둥이 45년생 동갑으로 올해 일흔일곱이 되신다. 은행에 대한 불신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생겼는데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당시 저축은행은 일반 은행보다 이자가 훨씬 높아서 목돈을 저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몇몇 은행이 부실경영을 하면서 큰손해를 입자 금융위원회가 7개 저축은행에 6개월 영업정지를 내렸다. 문제는 그 은행들이 영업정지 전에 임직원들의 예금과 VIP 고객들의 돈을 미리 인출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당연히 한푼 두푼 모아 저금했던 일반 서민들은 크게 반발했고 너도나도 달려가 내 돈 내놓으라며 난리를 피웠다. 이른바 뱅크러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수백 개의 저축은행 지점들이 폐쇄되었고 사람들이 은행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는 모습이 연일 TV에 보도되었다.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5천만 원까지는 보호받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돈을 저금했던 사람들은 크게 손해를 봤다. 그게 벌써 10여 년 전이지만 그런 종류의 기억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오늘 두 할머니가 사이좋게 동네 우체국에 가서 통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아뿔싸, 우리 어머니는 깜빡하고 신분증을 안 가지고 가셨단다. 그런데 우체국 직원이 친절하게 ‘집에서 비대면으로 만드실 수 있으니 굳이 우체국에 안 오셔도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에 집에 와서 딸이 퇴근하기만 기다렸다고 어머니가 활짝 웃으셨다. 핸드폰으로 하는 일은 딸과 스티브 잡스가 동급이라고 생각하시는 어머니. 우체국 통장도 비대면으로 만드나 하고 검색해보니 과연 가능했다.
“엄마 핸드폰하고 신분증 주고 여기 앉으셔.”
“아니야, 밥 먹고 해. 아까 너 퇴근할 때 맞춰서 밥솥 취사 눌렀는데 아직 10분 남았네. 조금만 기다려.”
“10분? 충분해. 두 개도 만들어.”
“워매. 그려?”
경기도 사람이지만 충청도로 시집가서 흥분하면 충청도 사투리를 쓰시는 어머니는 신분증을 꺼내와 상기된 얼굴로 옆에 앉으셨다.

일단 어머니의 핸드폰에 우체국 스마트뱅킹 어플을 다운 받았다. 어플 메뉴에서 신규고객 가입 안내를 찾아 순서대로 차근차근 시작했다.

TIP
‘우체국 스마트뱅킹’을 이용한 계좌 개설법
1 고객 인증하기 ▶ 본인 명의의 기기로 1인 1기기만 가능
2 주민등록을 입력하고 가입 여부를 확인 ▶ 우리 어머니는 당연히 미가입 상태
3 신규 가입인 경우 신분증 확인 ▶ 화면에 촬영 모드가 나타나면 신분증의 네 모서리를 잘 맞춰서 촬영
4 신분증 촬영 결과 확인 ▶ 주민등록번호, 이름, 발급 일자 등 확인
5 상품정보 확인하고 이용 동의 후 가입하기 진행 ▶ e-PostBank 예금. 통장 발행 없이 인터넷 뱅킹, 스마트폰 뱅킹, 자동화 기기 등 전자금융 채널로 거래할 수 있는 전자금융 전용 통장이다. 이율은 최고 연 2%인데 기본 0.5%에 우대 1.5%
6 고객 정보를 등록하고 개인정보 동의 여부 ▶ 이름, 핸드폰 번호, 집 주소, 이메일 주소 등을 입력하고 이 개인정보들을 사용해도 된다고동의
7 고객의 타행 계좌로 1원 송금하여 확인 번호 받기 ▶ 어머니의 타행계좌번호를 입력하니 잠시 후 1원이 입금
8 확인번호를 입력하여 계좌 확인 후 계좌 비밀번호 입력 및 확인 ▶ 1원을 입력했다는 문자로 4자리 숫자가 같이 옴. 그 숫자를 입력하고 비밀번호 입력
9 전자금융 약정 동의 ▶ 이용약관 확인 후 동의
10 본인 계좌 확인 및 비밀번호 확인하면 신규 고객 가입 완료 ▶ 어머니의 아이디를 입력하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입력
계좌 개설을 완료하니 밥솥에서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음성 안내가 들려왔다. 내가 밥을 푸고 냉장고를 열어 반찬통을 꺼내는 동안 어머니는 어플로 계좌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세상이 이렇게 편해져도 되는 거냐고 감탄하셨다. 조만간 다른 은행의 적금이 만료되면 우체국 통장으로 옮기신다기에 함께 보니 적금 역시 온라인으로 들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스럽고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요즘, 처음 거래하는 은행인데도 이렇게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다행스럽고 우체국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