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해야만 살아남는 밈의 세계
‘밈’이라는 말은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래돼 ‘모방되어 전달되는 문화적 유전자’라는 뜻으로 처음 쓰였다. 단순 줄임말과는 달리 주로 특정한 상황에서 쓰인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번져 유행이 된다. 보통은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아이돌 등 연예인이 한 말이 어떤 상황과 딱 맞아떨어져 팬과 네티즌들이 사용하고 퍼진다.
‘민첩한 하루 되세요’. 카카오톡 캡처에서 유래해 이미 ‘고전 밈’이 돼버린 이 말. 밈이란 보통은 순식간에 생겨짧은 주기에 걸쳐 사용되고, 금방 사라지는 것이 특징인 만큼 ‘민첩함’이 생명이다.
‘○○가 되’는, 올해 각종 SNS와 커뮤니티를 점령한 최고의 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한 네티즌이 틱톡에올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관련 영상의 캡처본으로 시작해 ‘고독방’ 등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짤이생성되며 퍼지게 됐다. ‘덕후’의 마음으로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소녀가 되”, “엄마가 되” 등으로 사용되는말은 원작자의 맞춤법 실수를 역이용하며 재미있는 말하기 방식으로 활용됐다.

걸그룹 엔믹스의 리더 오해원이 출연한 ‘워크맨-Workman’에서 말한 출근 전 외모 체크
(출처 : 유튜브 채널 워크맨-Workman)

흑백요리사에서 심사를 맡은 미슐랭3스타 안성재 셰프의 심사평으로 다양한 밈이 생성 (출처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정과 즐거움의 공감 포인트, 밈
‘행집욕부’, ‘짜안투안’. 인스타그램 릴스가 만든 유행이다. SNS 이용자들이 주문처럼 외치며 시작된 이 밈은 ‘행복에 집중하자 욕심부리지 말자’, ‘짜증 내지 않기 투덜대지 않기’라는 뜻으로, 힘든 상황이 닥칠 때마다 스스로 멘탈을 관리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말의 방식 중 하나로 통한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그룹 아이브(IVE) 장원영의 ‘원영적 사고’와 비슷한 유형이다.찰진 하이톤으로 말하는 것이 특징인 ‘외모 췍’. 그룹 엔믹스(NMIXX) 오해원이 유튜브 채널 ‘워크맨-Workman’의 항공 승무원 알바 편에 출연해 한 말로 시작됐다. 출근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 오해원이 거울을 바라보며 독특한 포즈를 취한 채 중독성 있는 톤과 음성으로 “외모 췍!”을 외쳤고, 거울을 볼 때나 ‘외모 점검’을 할 때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매주, 매달, 분기별로 탄생하고 변화하는 Z세대의 유행. ‘밈’은 공감할 수만 있다면 같은 감정과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매개체로 작용한다. 다만, 다양하고 생소한 말이 넘치는 만큼 그 유래를 알고 적절한 때에 사용하는 모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