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의 돼지 저금통

흥부의 돼지 저금통

독자글밭

흥부의 돼지 저금통

글. 김학성(세종시 조치원읍)

흥부의 돼지 저금통

새해 첫날, 나는 돼지 저금통을 샀습니다. 

그리곤 동전 넣는 구멍 옆에 매직으로 큼지막하게 글씨를 썼습니다. 

‘아내를 위해’라고 말입니다.


아내는 가난한 나에게 시집와 22년을 한결같이 열심히 살며 고생했습니다. 

여섯 식구 살며 늦잠 한번 못 자고 아파도 밤새 끙끙대다, 

이른 아침 출근하면서 단 한 번도 가족의 밥상을 빼먹지 않고 차려주었지요. 

그런 아내에게 나는 올해의 마지막 날,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마치 상을 주는 것처럼 묵직한 돼지 한 마리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내의 꽃 같던 얼굴에는 세월의 풍파에 주름이 생기고, 

힘든 집안일과 직장일로 가녀린 어깨에는 염증이 생겼습니다. 

어깨에 파스를 붙여주고 주물러주는 것밖에 못 해주지만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생일에도 값비싼 선물보다 편지를 써달라는 아내이기에 

이 돼지 저금통에 일 년을 조금씩이라도 모아 

편지와 함께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옛날 프러포즈도 편지 한 통과 만년필을 선물했는데, 

아내는 참으로 행복해했습니다. 

그 편지를 지금까지 간직하고선 아이들에게 보여주곤 합니다. 

아내는 돼지 저금통을 보고 애들 용돈이나 주지 뭐 하러 샀냐 하면서도 

날마다 돼지를 흔들어보고 빨리 일 년이 지나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습니다.


흥부가 박을 타듯 돼지 저금통을 잡는 올해의 마지막 날, 

아내에게 묵직한 돼지 한 마리를 선물하면 점수를 조금 딸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