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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쪽지

엄마의 쪽지

글. 김도희(충남 서산시)

어릴 적부터 엄마는 내 작은 필통에 칼로 깎은 연필과 함께 딱지모양으로 접은 쪽지를 넣어주시곤 했다. 학교에 가서 필통 지퍼를 열어 글을 읽으면 엄마의 사랑이 느껴져 입가에 웃음이 퍼졌다. 매일 얼굴을 보고 같이 잠을 자는데도 엄마는 이렇게 쪽지를 써 주었다. 소극적인 성격에 낯을 많이 가리는 내 성격때문이리라.게다가 나의 받아쓰기노트를 보시고 맨 마지막 여백에 또 메모를 해 주셨다.참 잘했다고. 사랑한다고. 몇 점을 맞든 엄마는 내게 잘 했다고 그리 쓰다듬어주셨다.초등학교 6년 동안 엄마는 그렇게 내 필통 속에 그리고 받아쓰기노트나 공책들속에 작은 편지글을 써 주셨다. 커가며 그것이 응원과 격려와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에도 나는 항상 엄마와 함께 있는 것 같았고 점점 학교생활도 잘 해나가고 자신감이 생겼다.내가 중학생이 되는 해 엄마는 직장일을 쉬다 다시 일을 하시게 되었고 그날은 다른 도시로 교육을 받으러 새벽에 나가신다고 일찍 주무셨다.밤늦게 공부를 하다 나는 엄마에게 받았던 응원을 나도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용돈을 모아 사 온 사탕을 일일이 포장하고 종이를 하트모양으로 오리고 엄마에게 편지를 써서 엄마의 가방 속에 몰래 넣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가슴이 벅차고 행복함에 가슴이 울렁거렸다.매일 보는 우리 사이에 왜 내게 쪽지를 주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다음날 엄마는 버스를 타고 가다 나의 편지와 사탕을 보시고 울면서 전화를 하셨다. 왜 우냐고 물어보니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는 거라고 하셨다.이제서야 엄마에게 편지를 쓴 것이 후회가 되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받기만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는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입으로 하는 말처럼 흩어지지 않고 충만함이 모아지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그 뒤로 엄마와 나는 더 많이 쪽지를 주고받는다.엄마의 쪽지는 항상 내게 자신감을 주고 이 겨울 손난로보다 따숩다.

화롯가의 추억

화롯가의 추억

글. 강정하(경기 고양시)

눈보라가 무섭게 휘몰아치는 깊어 가는 겨울밤.  온돌방 한 가운데에 화로를 놓고 그 둘레에 온 가족들이 모여 앉아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던 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시골 마을에서 자란 나는 그 포근했던 화롯가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화롯가에 부젓가락이나 불 주걱으로 솔잎이나 짚을 태운 고운 재로 속에 든 불씨를 잘 덮어 매끈하게 다독거리며 옛 이야기며 정담을 나눴다.  무엇보다도 끝없는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할머니와 어머니 방에 놓여 있는 널찍하고 거무튀튀한 질화로다. 그 질그릇 화로에는 항상 예쁜 인두가 꽂혀 있어 바느질 할 때 수시로 쓴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잠시라도 화롯가를 떠나지 않았다. 가족들의 옷을 만들고 바느질, 인두질을 하며 밤새도록 이런 저런 이야기를 정답게 한다. 밤공부를 하고 조금 시장기가 돌 무렵에는 질화로 속에 꼭 묻어 익힌 밤이나 고구마를 먹는다. 어느 사이에 구워졌는지 노릿 노릿한 것이 여간 맛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별로 볼품없는 질화로지만, 그 둘레를 감싸고 살아왔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정성은 실로 대단하였다.건너편 사랑방에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계실 때에는 화롯가 담뱃대 터는 소리로 방안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방에 있다는 것을 안방 가족들에게알리는 신호로서 ‘에헴’하고 두서너 번 담뱃대로 화로를 두드린다. 속이 상하거나 화가 났을 때는 담뱃대 터는 소리가 요란하고 길다.즉 담뱃대로 화로 둘레를 치는 소리는 집안 식구들을 안심시키기도 하고, 불안 속으로 넣는 하나의 신호이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방에 어른들이 없을 때에는 화롯가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부젓가락이나 부삽을 가지고 화롯불을 뒤적이며 장난을 치다가 화로를 뒤엎어 소동이 벌어진다.또 잠결에 화로를 차서 화재를 일으키는 등 웃지못할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했다.한국인이면 누구나 따끈따끈한 온돌방과 따듯한 화로의 정서를 잊지 못하고 있다.이제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집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화로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졌다.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뜨겁게 할 수 있는 보일러와 금방 뜨거워지는 갖가지 난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의 젊은이와 어린이들은 화로에 대한 애착과 향수 같은 정감이 없을 것이다. 은근히 항상 따스함을지닌 화로와 그 주위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들이 무척 그립고 아쉬워진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나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나

글. 박봉례(부산시 사하구)

오랫동안 요양병원에서 목욕 봉사를 해 왔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던 나는 이와 관련된 자격증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찾아간 집 근처의 요양보호사학원에서 벌써 60대인데 많이 늦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 나이면 아직은 젊다는 원장선생님의 말에 용기를 내어 학원에 등록했습니다.애초 계획과 달리 수업이 갑자기 시작하는 바람에 푹푹 찌는 듯한 더운 여름에 집과 학원을 오가며 수업을 들으러 다녀야했습니다. 이 나이에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나와 내 가족에게 꼭 필요한 공부였다는 걸알게 되었습니다.지난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었던 일은, 아버지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때 내가 학원에서 배웠던 것처럼 빨리 응급조치를 취했더라면 아버지께서 그렇게 힘든 몸으로 사시다가 돌아가시진 않았을 텐데 하는 예전의 기억들이 수업을 들을 때마다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을 접어두고 아직 살아계시는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 특히 연로하신 이모와 고모에게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공부를 하며 배운 지식으로 건강한 행복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이젠 예전처럼 젊진 않지만, 마음의 안정을 얻은 나이 62세에 나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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