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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양말 사랑

엄마의 양말 사랑

글. 박남수(시흥시 매화로)

날씨가 쌀쌀해져서 옷장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봉투 안에 양말이 가득하다. 이 모두 엄마가 주신 새 양말들인데, 신던 거마저 신고꺼내 신으려고 담아둔 것이다.친정에 갈 때면 엄마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있다. 바로 양말이다. 서랍에서 양말을 꺼내어 “이거는 너 신고, 이거는 사위 주고, 이거는 애들 주고.” 하시면서 양말을 거실 바닥에 쭉 늘어놓으신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잘 신겠다고 하고 말았는데, 친정에 갈 때마다 양말을 계속해서 한두 켤레씩 주시다 보니 나중에는 너무 많았다. 그리고 엄마가 주시는 양말들의 색깔이 전부 알록달록해서 제 취향을 갖기 시작한 아이들 눈에는 차지 않게 되었다.“엄마, 양말 많아요. 전에 주신 것도 있고. 이제 양말 그만 사요.” 하고 말하지만 그래도 또 사는 엄마. 그런데 나중에서야 엄마 마음을 알게 되었다. 길가 트럭에서 파는 한 켤레 500원쯤 하는 양말이 엄마가 제일 사기 쉬웠던 선물 목록이라는 것을. 만 원만 주면 양말을 많이 사서 모두에게 골고루 전부 다 나눠줄 수 있었기에, 엄마 마음에 가장 편한 선물이라는 것을 말이다.자식과 손주들에게 많이 주고 싶지만, 당신 형편에 여의치 않자 가장 싼 가격으로 당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던 양말만이라도 볼 때마다 사서 주게 되었다는 것을. 그 이후로 우리는 아무 토를 달지 않고,그저 “잘 신을게요. 양말 걱정 없다니까.” 하면서 감사히 받아서 신고 있다.엄마의 양말 사랑은 아마도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는 그 마음만큼이나.

가끔은 자신에게 편지를 쓰자

가끔은 자신에게 편지를 쓰자

글. 황미숙(의정부시 호원2동)

“갑상선암입니다. 큰 병원으로 바로 가세요. 시급한 상황입니다.” 병원에 들어섰을 때부터 나는 이런 결과를 예감했던 것 같다. 올해만 해도 세 번이나 일하다 쓰러졌었고 그때마다 어리석으리만치 진통제에 의지하고 먹으며 버텼다.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온 지 17년, 얼마 전부터는 딴 도시로 떠난 남편과 주말부부가 되었고 거기에 어린 두 딸까지 챙기며 20년째 일을 하며 하루도 편히 잠을 자 본 적 없는 시간을 몸 하나로 견뎌서인지 버티는 거 하나는 자신 있었다. 나는 아프면 안 된다고 최면을 걸며 할 일이 너무 많아 병원을 갈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스스로 병을 키운 것이다.작은 볼펜도 쓰다 보면 심이 닳아 못쓰게 되거나 다시 교체해야 한다. 나는 몸을 무작정 쓰며 지독한 시집살이를 견디면서 완벽히 하려 기염을 토하며 일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어 퇴근 후엔 자기 전까진 모든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쓰다 그야말로 쓰러져 자기 일쑤였다. 나는 이리 전투적으로 사는 방법이 최선이란 착각하고 살아왔나 보다. 성공하는 것이 아닌 이리 몸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임을 모른 체.심각한 상황이라 일사천리로 재검사와 수술이 잡혀 태풍처럼 많은 치료와 수술을 마치고 어쩔 수 없이 한 달간 병원에서 회복하며 복직 기회를 살펴야 했다. 위기는 기회고 고통은 삶의 형태를 바꾸라는 신호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열심히 살되 이제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줄이고 운동을 하며 다른 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오롯이 하루 중 잠시라도 나를 위해 시간과 열정을 쓰고 웃으며 살아보자고.나는 어릴 적부터 작가를 꿈꾸었으니 하루에 한 번은 나 자신에게 격려의 편지를 써 주자라고 생각하고 실천을 해 보았다. 편지는 나를 칭찬해주고 나를 위로해 주는 나의 독백이 되었다. 내가 어여뻐 보이고, 충족감에 하루하루가 의미 있게 변했다. 자신을 사랑하자 자신감이 생기며 자존감까지 생기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내가 웃어야 세상이 웃는 것처럼 내가 생기 있어지자 가족들이 기뻐하고 우리 아이들이 활기차고 내 주변이 웃음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겨울이 봄에 자리를 내어 줄 무렵, 박씨를 물고 돌아온 제비처럼 남편은 승진하여 우리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3년의 주말부부로 서로 고생한 우리는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는 계속해서 하루에 한 시간은 나 자신을 위해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고 책을 읽고 글도 써보고 자신에게 편지를 쓰며 보람된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앞으로 나의 인생에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분도 스스로 편지를 써 주며 응원해주시길. 나는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잊혀지지 않는 일

잊혀지지 않는 일

글. 임세자(인천시 연수구)

“따르릉- 나야. 우리 수요일날 만나는 거 알지?”“응, 알아! 그날 봐~”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소중한 친구의 고마움이 또렷이 떠오른다.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그날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래전 우리 아들과 딸이 같이 대학을 입학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아들은 재수를 했고 딸은 7살에 입학했기 때문에 같은 해에 대학을 가게 됐다. 기쁨은 잠시 등록금이 큰 걱정으로 다가왔다. 물론 대출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했다. 길게 한숨만 쉬고 있을 때였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애들 등록금 냈니?”“아-니.”“그럴줄 알고 내가 돈 좀 부쳤어. 확인해봐!”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금방 고였다. “어머, 어떻게 알았니? 나 지금 계속 걱정만 하며 한숨만 쉬고 있었는데.”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그냥 고마워, 고맙다만 했다. 형제도 친척도 아닌 친구가 등록금의 3분의 1을 보낸 것이다.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나도 옛날에 너한테 진 빚이 있잖아?”오랜 옛날 친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을 왔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던 친구는 별로 말이 없었다. 분단장이었던 난 친구를 친절하게 안내하며 가까이 했다. 누구를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게 하면 다 말하라고 큰소리를 치며 용기를 주었다. 아주 오랜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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