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 시와 노래가 깃들다

산골마을, 시와 노래가 깃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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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과 여행

산골마을,
시와 노래가 깃들다

정선

산과계곡이 깊은정선은시 한수가절로흘러나오는고장이다.
굽이급이 단풍이 곱게 피어오르는 길 자락에는 문향이 깃들어 있다.
정선의 우체국들은 수려한산골 풍광이 어우러진 곳에 고즈넉하게 자리했다.

글. 서영진(여행 칼럼리스트)

산골마을, 시와 노래가 깃들다

가을 길목에 들어선 우체국들




정선의 산자락에는 가을이면 억새가  피어나 호젓한 산행을 부추긴다. 



정선으로 향하는 길은 가을 향취가 완연하다. 정선의 우체국에는 단풍이 물드는 계곡과 억새가 하늘거리는 산이 동행이 된다. 화암우체국은 몰운대, 화암동굴 등 아름다운 풍광이 깃든 ‘화암 8경’의 고장에 자리했다. 여량우체국은 정선 아리랑의 배경인 아우라지 처녀의 사연을 보듬고 있다. 남면 우체국에서는 가을 억새의 명소로 손꼽히는 민둥산이 가깝고, 고한 우체국을 지나면 길은 단풍숲이 능선을 휘감고 흐르는 만항재로 연결된다.

‘화암 8경’의 소금강은 경치가 금강산에 뒤지지 않아 ‘작은 금강’의 의미가 담긴 곳이다. 소금강의 절경 끝자락, 몰운대는 아득한 벼랑과 그 속에 담긴 싯구들로 다가선다. 산길을 따라 걸으면 길이 끝나는 곳에 바위와 수백 년 된 고목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산골마을을 에돌아 흐르는 정선의 강줄기



시인들이 연모한 소금강 몰운대


소금강의 몰운대에서 시인 황동규 등 시인들은 절벽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했다. 


‘몰운대는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그런 고요한 절벽이었습니다.’ 황동규의 <몰운대행>


몰운대 옆. 벼랑 아래로는 조양강으로 흘러드는 어천이 흐르고 계곡 옆으로는 해 질 무렵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마을이 들어섰다. 몰운대의 해 질 녘 풍경과 감회들은 시인 이인평, 박정대 등의 작품 속에 아련하게 남았다. 시인들의 시비는 몰운대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 있어 운치를 더한다. 

몰운대를 시작으로 화암약수까지 이어지는 산책코스는 가을이면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자태를 뽐낸다. 황동규의 ‘몰운대행’에는 화암약수터 여관 주인이 몰운대행을 권하는 구절도 나와 발걸음을 더욱 들썩이게 만든다. 




물고기 모형의 이채로운 아우라지역




정선 아리랑의 배경인 아우라지 처녀상과 돌다리



정선 아리랑의 배경 아우라지


‘화암 8경’인 화암약수에서 톡 쏘는 약수 한 사발 들이킨 뒤 아리랑의 흔적이 담긴 아우라지로 발길을 옮긴다. 송천과 골지천이 어우러진 여량면 아우라지는 민요 정선 아리랑의 배경이 된 곳이다. 아우라지는 남한강 천리 물길을 따라 처음 뗏목이 출발하던 곳으로, 뗏목을 타고 떠나는 임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여인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정선아리랑의 ‘애정편’에 아우라지가 등장하는데 여인의 애절함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는 아우라지 처녀상도 들어서 있다. 아우라지는 김원일의 소설 ‘아우라지 가는 길’에서도 동경하는 고향으로 그려진다. 고향을 떠나 혼탁한 도시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주인공은 아우라지로의 귀향을 늘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소금강 몰운대의 고목


시골 향취 가득한 정선 장터  





시골 인심과 맛을 간직한 정선 장터



몰운대와 아우라지의 여운은 정선 읍내로 이어진다. 정선 구경에 꼭 들려야 할 곳이 정선 장터다.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 국수 등 정선의 별미가 가득한 먹자골목이 들어서 있으며 각종 산나물, 옥수수, 수리취떡 등도 맛볼 수 있다. 읍내 아라리촌에는 정선의 옛 주거 문화가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굴피집, 너와집, 귀틀집 등이 들어서 있으며, 이곳에서 하룻밤 묵는 체험도 가능하다. 조양강 너머 병방산 전망대에 오르면 한반도 지형을 닮은 물돌이 마을이 넉넉하게 내려다보인다.

문향과 가을향이 깃든 정선 여행은 정암사, 만항재에서 호젓하게 마무리 짓는다. 정암사는 자장율사가 신라 선덕여왕 때 진신사리를 봉안한 곳으로 사리가 봉안된 수마노탑은 만항재, 함백산을 바라보며 고독하게 서 있다. 차량으로 닿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1,330m)에 오르면 단풍길이 능선 사이로 휘감듯 펼쳐진다. 정선, 영월, 태백 등 큰 고을의 경계가 된 함백산은 아득한 산천을 품에 안으며 길 끝자락을 감동으로 물들인다. 












TIP ‘집배원이 전해 드리는 여행’ 둘러볼 곳


민둥산





해발 1,118m의 민둥산은 가을 억새산행의 대표적인 산이다. 7부 능선까지는 관목과 잡목이 우거져 있고, 정상 부분은 완만한 경사에 가을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민둥산 억새는 깊고 짙어서, 길이 아닌 일부 지역은 걸음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다. 해 질 무렵의 억새 풍경이 아름다우며 민둥산 동쪽으로는 함백산, 북쪽으로 멀리 태백산이 조망된다.



덕우리 대촌마을





정선 산골 마을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춘 곳으로 리얼리티 예능 ‘삼시세끼’ 의 배경이 된 마을이다. 일명 ‘옥순봉 마을’로 직접 농사를 짓고 자급자족하며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유명세를 탔다. 대촌마을은 영화배우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식을 올린 마을이기도 하다. 덕우리 일대는 덕산기계곡이 가로질러 시골 마을의 운치를 더한다.



정선의 맛 ‘곤드레밥’





산골 정선의 대표 별미는 곤드레나물밥이다. 곤드레는 다른 산나물보다 맛과 향이 순하고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아 예로부터 정선 일대에서 보릿고개 때 주로 먹었다. 곤드레나물밥에는 데친 나물에 소금, 참기름, 참깨 등이 곁들여진다. 정선 사람들은 간장보다 막장에 비벼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읍내 ‘동박골식당’은 돌솥 곤드레나물밥에 열 가지 넘는 반찬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