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다시 경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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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다시 경주를 만나다

경주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경주를 생각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이런 문화유적이다. 하지만 경주는 단순히 과거를 만나기 위한 여행지가 아니다.
능이 가까이 있어 삶과 죽음에 대해, 그 공존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할 수 있는 곳. 경주에 다녀오면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저 과거에 빛나던 도시가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에 다가와 이야기를 건네는 곳-가을 깊은 어느 날, 천천히 경주를 걸었다.

글. 이지나(여행작가)

이 가을, 다시 경주를 만나다

가을의 경주를 걷다  




배동삼릉숲




불국사 Ⓒ경주시




첨성대



지난달에 이어 우정사업본부에서 전국의 집배원과 함께 만든 책 <집배원이 전하는 가을, 그리고 여행이야기> 속에서 이달의 여행지를 정했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경주. 억새와 단풍, 은행나무와 핑크뮬리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가을 향기에 흠뻑 취하고 다양한 사진까지 남길 수 있는 곳. 2018년 가을엔, 경주로 떠나자.

예로부터 경주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도시였다. 신라의 역사가 살아있는 천 년 고도답게 다양한 문화유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분홍빛 식물이 단연 화제로 꼽힌다. 경주시에서 지난해부터 심어둔 첨성대 주변의 ‘핑크뮬리’를 직접 보고, 사진으로 담기 위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 벼과에 속하는 ‘핑크뮬리’는 봄마다 다시 움트는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며 조경용으로 식재되는 분홍색 갈대라고 이해하면 쉽다. 분홍색의 이 식물은 몽환적 분위기가 있어 사진으로 봤을 때 유독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핑크빛 식물 너머로 보이는 첨성대와 고분군, 그 너머의 산 능선이 한 폭의 그림 같다. 특히 해질 녘에 이곳을 찾으면 핑크빛이 금빛으로 변한다. 이 계절, 경주에게 받는 큰 선물은 그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경주의 대릉원 지구  


황남동의 대릉원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오늘날의 대릉원은 사진을 찍기 위해 셀카봉을 들고 온 커플, 외국인 관광객,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사계절 내내 시끌벅적하다. 프랑스 파리에는 도심 중간중간에 공동묘지가 공원처럼 조성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대낮에도 산책하러 들르곤 한다. 바로 이런 모습이 경주의 대릉원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대릉원 안에는 그 크기가 가장 큰 미추왕릉을 비롯해 고분 중 유일하게 공개하고 있는 천마총, 황남대총 등이 있다. 고분 하나하나의 이름을 기억하진 못해도 이미 세상을 떠난, 얼굴도 잘 모르는 이의 무덤 사이를 걸으며 살아있는 우리는 지금을, 이 가을을 하하호호 즐기며 만끽한다.



대릉원 담장 너머의 황리단길  


대릉원 담장 밖에는 다양하고 재미난 가게들이 모여 있다. 경주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지나간다는 황리단길에는 경주를 담은 책과 잡지 등을 판매하는 작은 서점 ‘지나가다(경주시 포석로 1077-2)’와 선물 가게인 ‘배리삼릉공원(경주시 포석로 1083)’이 있다. 이곳에는 실제 경주에 거주 중인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으로 만든 달력, 경주의 사계절을 담은 작가의 사진이 들어간 향낭, 특정 지역을 모티프 삼아서 만든 선향 등을 판매한다. 작은 물건에 그 지역이 담겨있어 경주를 찾는 이들이 하나씩 구입한다. 골목에는 한옥을 개조한 커피전문점이 있고, 길 끝엔 경주 명물 황남빵의 본가 ‘최영화빵’도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한옥 카페 ‘빛꾸리(경주시 손효자길 16-1)’의 떡도 인기가 좋다.




대릉원 핑크뮬리




배리삼릉공원




포석정 Ⓒ경주시




대릉원 일대 전경



경주의 자랑, 남산과 배동 삼릉 솔숲  


경주 사람들에게는 ‘남산을 가보지 않고 경주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신라천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산. 서라벌의 남쪽에 솟았다 하여 ‘남산’이라 불리는 경주남산은 고위봉(494m)과 금오봉(468m) 두 봉우리를 중심으로 동서보다는 남북으로 길게 누운 타원형 모양에, 골짜기가 깊고 능선이 변화무쌍하다. 이런 만큼 등산로도 다양하고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어느 계절, 어떤 방향과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가진 산이다. 한 산에 무려 150여 곳의 절터와 120여 기의 불상, 그리고 석등, 석탑 등 140여 기의 석조물이 남아있으니 남산을 만나는 방법도 무수하다. 그래서 경주엔 사단법인 경주남산 연구소가 있고, 그들은 꾸준히 경주남산을 다양한 등산로로 찾아 소개한다. 이곳만 찾아도 볼거리와 들을 이야기가 참 많은 셈. 배동의 삼릉은 말 그대로 신라 제8대 아달라왕,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의 무덤이 한곳에 있어 그리 불린다. 삼릉 주변에는 특히 소나무 숲이 우거져있는데 한 사진작가의 사진으로 유명해졌다. 이른 아침 솔숲에 펼쳐지는 빛과 풍경은 누구라도 반할 만한 경주의 자랑인데, 이 광경은 경주에 하루 이상 머무르는 이들만이 마주할 수 있다. 삼릉 솔숲은 지역주민의 산책로이자 운동 코스가 되어 그야말로 공원 역할을 다하는데, 멀리서 찾아온 이들에게는 대릉원 바깥의 경주를 보여주기도 한다. 남산까지 오르는 길도 이 삼릉에서 시작할 수 있다.



동대봉산의 억새  


“가을에는 통일전 앞 은행나무 길과 동대봉산의 억새가 최고”라며 부인의 근무지인 경주로 이사를 와서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게 됐다는 택시기사 진덕현 씨. 경주에는 가로수 대부분이 봄에 피는 벚꽃이라 상춘객이 엄청나지만, 진 기사는 이 계절을 강력히 추천한다며 가을의 경주 예찬을 늘어놓았다. 은행나무도, 억새도 모두 가을에 그 빛깔이 가장 아름답다. 특히 해발 624m의 무장봉에 올라서면 148만㎡ 규모의 억새밭이 펼쳐진다. 계곡 쪽으로 완만하게 오를 수 있는 등산로와 정상으로 바로 오를 수 있는 경사가 급한 등산로가 있다. 가을의 억새밭은 우리에게 잠시 시간을 멈추고 가을에 푹 빠져들게 한다. 계절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생긴다. 자연의 속도와 우리의 시간을 맞춰 그 계절을 담는 것. 1년 열두 달 중 가을은 그 이미지를 만들기 좋은 나날들이 펼쳐진다.



자연을 품은 솔거미술관  


계단을 오르고, 오르막길을 걸어야 만날 수 있는 솔거미술관. 이곳을 찾아가는 길부터 자연을 오감으로 가까이 만난다. 새소리, 음악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아평지 연못가에 있는 경주솔거미술관은 신라 시대의 전설적인 화가 솔거의 이름을 빌려 만들어졌다. 2008년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이 작품 기증 의사를 밝히며 건립이 추진되었고 2015년 개관했다. 미술관 곳곳에는 크고 작은 창이 있다. 사시사철 달라지는 나무의 색깔, 연못의 풍경 등을 창문을 통해 한 번 더 바라보고 가라는 의도는 아닐까. 

특히 11월 11일까지 열리는 박대성 화백의 신작 모음전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에서 만날 수 있는 대작 ‘경주 삼릉 비경’ 과 ‘불국설경’ 앞에 서면 큰 감동이 밀려온다. 그간 수묵화를 가까이하지 않았던 이들도 우리 그림과 동양화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국사 Ⓒ권혁문



불국사와 불국사우체국  


‘경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찰 불국사. 신라인들의 창조적 예술 감각과 뛰어난 기술로 조영한 불교 건축과 조각이 토함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한국 고대 불교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불국사는 사계절 내내 바쁘다. 수학여행 온 학생도, 관광 온 가족 단위 관광객도, 외국에서 찾아온 이들도 많다. 백운교, 다보탑, 석가탑은 물론 곳곳에 심겨 있는 단풍나무의 붉은 빛에 흠뻑 취한다. 불국사에서도 템플스테이가 가능하니, 호젓하고 한가롭게 이 절을 즐기고 싶다면 템플스테이 홈페이지를 확인하자.불국사우체국은 불국사 정문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관광지에 있는 우체국답게 관광우편날짜도장도 석굴암과 불국사 전경, 다보탑 이렇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지역 명소가담긴 관광우편날짜도장이라니, 여행의 기념을 위해 불국사를 찾았다면 가까이 있는 이 우체국도 반드시 들러보자.




불국사우체국




보문호수가을 Ⓒ경주시



가을은 경주를 만나기 가장 좋은 시간  


경주에서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들의 시간이 중첩된다. 죽음과 소멸, 상실과 부재에 대해서 다른 어떤 도시에서보다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고개를 돌리면 능이 보이고, 그 능은 시간이 유한함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소리 없이 외친다. 

경주는 삶에 충전이 필요할 때, 에너지가 소진된 나를 붙잡기 위해 떠나면 좋을 여행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의 유한성에 대해 통찰하며, 살아있는 우리가 몸과 마음을집중할 무언가를 찾고 싶다면 그런 생각을 정리하기에 이만큼 좋은 여행지는 없을 것이다. 한 해가 저물기 전, 겨울이 오기 전 경주의 품에 안겨보자. 





여행 Note


경주는 봄가을에 가장 바쁘다. 다양한 문화유산은 사시사철 관광객을 이끌지만, 특히나 가로수 대부분이 벚꽃이기에 봄에는 꽃구경하는 이들이 많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놀이하러 나온 이들로 붐빈다. 무료로 진행되는 좋은 행사부터 1년을 기다려 참여하기도 하는 이벤트까지. 경주를 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경주시



경주남산 문화유적답사

경주남산은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경주남산연구소에서 <경주남산 문화유적답사>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보름달이 뜰 때 열리는 달빛기행은 달빛이 하도 밝아서 손전등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하며, 한번 다녀온 사람들은 반드시 추천한다. 여행 일정에 맞춰 미리 스케줄을 살펴보자. 

www.kjnamsan.org

054-777-7142




Ⓒ경주시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자연이 연출한 조각품이라 불리는 양남면 주상절리 해변. 10m가 넘는 정교한 돌기둥들이 약 2km에 걸쳐 줄지어 서있고, 주상절리가 원목을 포개어 놓은 것 같은 형상으로 누워 있다.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가 모여 있어 지질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이 길을 걸어보자.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동부동 은행나무 

가을엔 노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계절을 알린다. 경상북도 기념물이자 경주문화원 뒤편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500년으로 추정되는 높이 19m, 둘레 6.66m의 노거수다. 가을날, 경주를 찾는다면 이 오래된 나무에게서 좋은 기운을 얻어가자.

경주시 중앙로 67-12 경주문화원 

www.gjucc.or.kr 

054-743-7182





Ⓒ경주시



석굴암 

경주시 진현동 토함산 동쪽에 있는 통일신라 시대의 절. 하절기는 오전 6시 30분부터, 동절기는 오전 7시부터 둘러볼 수 있다. 불국사 정문에서 도보 약 20분 정도 걸리며, 매시 40분에 출발하는 12번 셔틀버스도 있다. 대부분 석굴암을 둘러본 다음 불국사를 찾는다.

경주시 불국로 873-243 

www.seokguram.org 

054-746-9933





딮게스트하우스

여행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익숙한 건 잠시 잊고 느리고 깊이 있게 음미하는 여행의 본질을 존중하는 숙소. 특히 주인장이 경주에서 살며 계절마다 아름다운 곳, 멋진 풍경 등을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정보가 많다.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며 경주에 머물고 싶은 여행객에게 강력추천! 성동시장 근처에 있고 투숙객에게 자전거를 무료 대여한다.

경주시 북정로 63-7

www.deeep.modoo.at

010-7321-9258





경주벚꽃마라톤대회

올해로 27회를 맞은 경주의 대표적인 마라톤 대회. 보문호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유적을 옆에 두고 달려볼 수 있는 기회다. 경주엔 가로수가 대부분 벚꽃이라 따로 꽃구경이 필요 없다. 5km, 10km, 하프코스, 풀코스 등 여러 단위가 있어 가족 단위 참가자가 유독 많은 마라톤이다.

www.cherrymarathon.com

054-773-7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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