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영웅 박세리, 반전 매력에 푹 빠지다

골프 영웅 박세리, 반전 매력에 푹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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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영웅 박세리,
반전 매력에 푹 빠지다

본캐(본 캐릭터)는 ‘골프 여제’, 부캐(부 캐릭터)는 ‘리치 언니’.
골프로 세상 꼭대기에 올라섰던 박세리(44)가 인생 2막에서 예능 블루칩으로 또 한 번 최고를 찍을 기세다. 필드를 떠난 지 5년, 조용히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며 스포츠 관련 기업 운영을 시작한 그가 다시 대중 앞으로 소환된 시기가 공교롭다.
어느 박세리 팬이 남긴 댓글처럼, 우리는 그에게 ‘IMF 때는 감동을, 코로나 때는 웃음을’ 빚지게 된 모양이다.

글. 권혜숙 국민일보 기자

골프 영웅 박세리, 반전 매력에 푹 빠지다

세계 여자골프 역사를 

새로 쓴 레전드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로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기적 같은 샷을 성공시키며 끝내 우승하는 모습으로 온 국민에게 각인된 스포츠 영웅이다. 골프화와 양말을 벗었을 때 드러난 새하얀 발이 까맣게 탄 팔다리와 대비되면서 그간의 훈련량을 짐작하게 해 모두를 뭉클하게 했다. 그는 한국의 자부심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자골프의 역사를 새로 쓴 글로벌 레전드이기도 하다. 1998년 미국에서 첫 승을 거뒀을 때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최연소 메이저대회 우승자이자 최초의 동양인 우승자라는 기록을 세웠고, 2007년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때도 역대 최연소, 동양인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골프협회는 그의 ‘맨발 샷’을 US여자오픈 역대 명장면 2위로 꼽았다.

선수 시절 카리스마 넘치던 ‘골프 여제’가 친근한 ‘리치 언니’로 불리게 된 건 지난해 ‘나 혼자 산다’에서 고향 대전에 세운 럭셔리한 4층 집과 털털한 일상을 공개한 뒤부터다. 귀여운 노란색 잠옷 차림으로 TV 삼매경에 빠지고, 2년째 다이어트 중이라면서 고기 사랑을 숨기지 않는가 하면, 장을 볼 때나 선물을 할 때나 2~3인분을 너끈히 뛰어넘는 통 크고 손 큰 면모로 웃음을 안겼다.





방송 속 반전 매력에 

시청자들 열광

선수 때와는 사뭇 다른 반전 매력으로 마냥 웃게 하다가도 갑자기 훅 자신의 ‘본캐’를 드러내며 숙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몸이 고장나서 뭘 집다가도 팔이 빠진다. 너무 아파서 비명도 안 나온다”며 은퇴의 원인 중 하나였던 습관성 탈골에 대해 얘기하기도 한다. “27년간 골프를 하면서 왼쪽 어깨 연골이 거의 닳았다. 사람들 눈에는 성공한 것만 보이고, 영광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혹독하게 훈련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담백하게 털어놓는다.

젊은 여성 팬들은 그에게서 자신 있고 당당한 사회 선배, 진짜 조언을 해주는 멘토 같은 언니의 모습을 찾는다. 여성 운동선수들끼리 캠핑하고 게임을 하면서 부상과 슬럼프 등에 대한 고민을 터놓는 ‘노는 언니’가 대표적이다. 그가 중심이 돼 끌어가는 프로그램으로, 리더이자 동생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큰언니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박세리는 방송 제작 전 미팅에서 소수의 유명한 선수 외에도 더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관심을 받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자 선수들이 모여 주고받은 솔직한 이야기는 개인을 넘어 종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나타냈다. 또 박세리는 은퇴 시기를 걱정하는 후배에게 “어느 누구도 박수 칠 때 떠나지 못한다”며 “스스로 준비가 됐을 때 떠나는 게 맞다”고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회 환원, 

후배 양성 계획 등 본업도 ‘열일’

‘리치 언니’로 맹활약 중인 그는 언제나 자신의 본캐를 잊지 않는다. 지난 1월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만났던 그에게 이러다 전업 방송인이 되는 것은 아니냐고 묻자 “회사 운영이라는 본업이 따로 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가 후배 양성을 위해 세운 바즈 인터내셔널은 골프 관련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제작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교육과 훈련을 겸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구상하는 한편 저소득층 유소년 선수를 지원해 지금까지 받아온 사랑을 환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다. 

“제가 꿈을 이루는 과정을 보고 자란 후배들이 세계무대에서 자기 꿈을 이루고 있고, 그 꿈이 또 다른 후배들의 꿈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그 꿈을 이루도록 도울 수 있을 만큼 회사를 키워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죠.”

앞으로 다가올 스포츠 스타트업 CEO로서의 박세리의 세 번째 성공에도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