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대한 기억은 세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꿀벌이 그려져 있던 저축통장을 통해 우체국을 처음 접했고, 대학교 시절에는 학보를 다른 학교 친구에게 보낸다고 우체국을 들락거렸다. 외갓집에 있었던 우체국은 동네 사랑방처럼 동네의 대소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정겨운 공간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도시의 변화로 인해 우체국의 현재는 과거와 같지 않고, 미래에는 더 많이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 이삼열(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언더우드국제대학 교수)

우체국의 미래를 읽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우체국 우정사업의 변화가 기대되는 미래





기술의 발전 특히 정보통신의 발전은 우체국의 전통적인 역할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이메일과 문자, 그리고 카톡으로 대표되는 메신저의 보급으로 우편 활용이 대폭 줄어들었고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대량 업무 우편이 아닌 개인 우편은 거의 사라지고 있고 대량 업무 우편도 역시 전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택배는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그 수요가 늘고 있지만 개인이 보내는 택배 보다는 상업적 규모의 택배가 월등하게 늘고 있고 우체국이 민간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우체국이 지니고 있는 금융과 보험 기능도 이미 온라인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물리적 공간을 차지한 지점을 대거 폐쇄하고 있으며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고객 대부분은 이미 은행 지점을 방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보험도 마찬가지로 다이렉트 보험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별도 물리적 지점의 효용성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주요 기능의 변화는 우체국의 변신을 강제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도 느껴진다. 외부의 변화에 맞춰 억지로 변하기보다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첫째, 기존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공공서비스의 제공을 생각할 수 있다. 우체국 네트워크는 지역마다 매우 촘촘하게 구성되고 있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매우 유리하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소멸이 우려되고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현 상황에서 우체국은 지방 곳곳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의 사각지대에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대면서비스의 필요성과 유용성이 더욱 크기 때문에 우체국이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각 부처로 나뉘어 있는 행정서비스의 공급을 우체국으로 집중시켜 공급자보다는 수요자 위주의 서비스 공급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복지 예산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행정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국민 관점에서는 다양한 기관을 상대하는 것보다 우체국 한 곳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특히 중앙부처나 지방정부의 행정력이 듬성듬성 미치는 곳일수록 우체국의 역할이 더욱 유용할 것이다.


셋째, 기존 우체국 등을 복합건물로 재개발하여 지방도시의 원도심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지방의 우체국은 지방 도시의 원도심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수는 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도시들은 버려졌던 도심을 재개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우리 도시들도 원도심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우체국을 중심으로 지방도시 원도심 활성화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우체국이 새로운 IT 서비스를 체험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 들어 많은 가게들이 대면 주문보다는 키오스크를 이용한 무인 주문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노인들이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바일 시대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교육하고 적응하게 해주는 쿠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4만 명이 넘는 구성원과 함께 미래의 우체국을 그리기 위해서는 우정사업본부의 모습을 갖고 있는 현재로서는 다소 벅찬 느낌이 있다. 우체국이 새로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