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먹는 맛이 예술 보는 즐거움도 예술 광주 대인예술시장

함께 나눠먹는 맛이 예술 보는 즐거움도 예술 광주 대인예술시장

여행

전통시장

함께 나눠먹는
맛이 예술

광주 대인예술시장

대인시장이 최근 몇 년 새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예술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2008년 광주 비엔날레를 계기로 예술가들이 들어와 시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빈 점포에 작가들이 들어오고 시장 상인들과 호흡하며 작품을 만들고, 재미있는 벽화들이 그려지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시장 이름도 대인예술시장으로 바뀌었다. 시장 곳곳이예술인 전통시장, 대인예술시장에 다녀왔다.

글. 김윤섭(자유기고가) + 사진. 김윤섭(자유기고가)

함께 나눠먹는 맛이 예술 보는 즐거움도 예술 광주 대인예술시장

예술 시장으로 탈바꿈하다




하문순 벽화



서울에서 고속열차 KTX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두 시간도 안 걸려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광주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확장 중이다. 동쪽 무등산 아래가 광주의 구도심이고 서쪽으로 신도시가 계속 들어서고 있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광주의 동쪽, 구도심으로 들어갔다. 1980년대까지 대인시장의 위치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구도청과 시청, 광주역, 공영버스터미널, 농산물공판장이 모두 근처에 있었다. 그러나 주요 기관들이 이전하면서 낙후되기 시작했으며, 빈 점포가 늘어나 공실률이 60%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던 대인시장이 최근 몇 년 새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예술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시장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예술가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시장 안에 있는 두 개의 큰길은 작은 골목과 연결된다. 이곳에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많이 들어왔다. 그 골목 입구 벽면에는 과일 리어카를 끌고 가는 아주머니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시장에서 실제로 리어카에 과일을 담고 장사하는 하문순 씨를그린 작품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대인시장 상인들은 시위대를 도와줬다. 쫓기는 시민을 숨겨 주고 주먹밥을 지어 먹이기도 했다. 하문순 씨도 그중 한 명이다. 5.18 당시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 <오월愛(애)> 포스터에는 당시 밥을 짓고 있던 시장 상인의 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이 등장한다. 그 흑백사진에서 밥주걱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이 바로 하문순 씨다. 요즘에도 어렵게 번 돈을 이웃을 돕기 위해 기부한다고 하니 단순히 리어카를 끄는 과일 장수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인예술시장을 구경하면서 재미있는 점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그런 작품들을 만난다는 것이다. 작품의 모티브는 대부분 시장에서 얻었다.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수많은 고양이도 벽화에 등장하고, 돼지 그림이 그려진 식당도 있다. 주인아주머니의 초상화가 크게 그려진 가게도 보였다.


매주 토요일 밤, 야시장 축제가 열리다



시장통을 걷는데 멀리서 풍물 소리가 들려온다. “덩 기덕 쿵쿵 덩 기덕 칭칭!”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장구, 북, 꽹과리를 든 청년들이 떼로 몰려왔다. 조선대학교 연합 풍물패 학생들이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지신밟기를 하러 시장에 온다고 한다. 청년들은 흰옷에 삼색 띠를 두르고 악기를 치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조용하던 시장통이 순식간에 소란스럽고 흥겹게 변했다. 아주머니 서너 분도 따라서 춤을 췄다. ‘대풍식당’ 주인아주머니가 청년들을 불렀다. 포수 복장을 한 청년이 쌀그릇에 커다란 초를 꼽은 뒤 불을 밝혔다. 청년들은 식당 밖에서 신나게 한판 놀고 안에 들어가서도 판을 벌였다. 신발을 벗고 가게 구석구석 젊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식당 주인인 황정란 씨가 웃으며 청년들에게 막걸리와 순대를 돌렸다.  



대인예술시장 info





찾아가는 길   

광주 지하철 금남로4가역 3, 4번 출구 나와 도보 10분

운영시간   08:00 ~ 20:00 (가게마다 다름) / 시장 매주 토요일 18:00 ~ 23:00   

주차   시장 내 주차장. 1시간 이내 1,000원, 15분마다 500원, 상가 할인권 1시간 무료

카드   카드 사용 안됨  

시장 주변 관광지  예술의 거리, 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역사문화마을  



청년들은 악기를 내려놓고 막걸릿잔을 들었다. “11시부터 시작해 6시까지 시장을 돌며 지신밟기를 할 예정입니다. 해마다 시장에 찾아오는데 막걸리 인심이 아주 좋아요.” 풍물패 연합 동아리 회장 이진엽 씨의 말이다. 

이어 별장 프로젝트 사업단의 기재홍 씨를 만나 전반적인 시장 상황에 대해 물었다. ‘별장’이란 ‘별별 일들이 펼쳐지는 장터’라는 뜻을 가진 야시장을 일컫는다. 별장은 2월 18일에 개장해 매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열린다. 야시장은 예술가들이 만든 물건도 팔고 시장 활성화도 할 겸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제법 유명세를 타서 야시장을 열 때는 평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보통 1만 명 정도 옵니다. 비가 오면 6,000명 정도 오고요.”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대인예술시장에서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처음에는 길 한 군데에서만 하던 야시장이 이제는 시장 전역으로 확장됐다. 한 달에 한 번만 열리던 것이 격주로 바뀌고, 작년부터는 매주 토요일 열린다. 별장은 상인 90팀, ‘셀러’(야시장 상인. 신청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선정하며 일정 교육을 이수해야만 셀러가 될 수 있다) 120팀, 그리고 예술가 11팀이 참여한다. 야시장에는 손수 만든 상품들을 많이 판다. 직접 만든 액세서리, 아트 상품,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예술체험 코너 등이 열린다. 기존 시장 상인들과 상생을 위해 시장에서 파는 품목과 겹치지 않게 조정한다. 야시장에서 김밥, 순대, 떡볶이는 팔 수 없다. 대신 디저트나 케이크 종류는 가능하다. “올해는 야시장을 할 때 노란별 등을 달 예정입니다. 예술을 넘어 ‘인문예술시장’으로 키워드를 바꾸려는 중입니다. 중고 책방을 초대해 텐트에 들어가 책도 읽고 책 경매를 하는 ‘책쾌’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인문 예술 공연도 늘리려 합니다.” 주 공연이 열리는 곳은 시장 안쪽에 있는 주차장이다. 별장은 시장의 빈 점포를 활용한 ‘한평 갤러리’에 전시할 작가도 선정한다. 


여긴 꼭 가봐야 돼 

광주 대인예술시장 추천가게 


초장에 찍어 먹는 순대 맛이 일품 

영광식당





전부실 대표가 28살 때부터 운영해 온 순댓국밥집. 지역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 6,000원짜리 순댓국밥 2인분을 주문하면 大자 크기의 순대 한 접시가 서비스로 나온다. 오전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요일은 쉰다.



국수를 천 원에 파는 착한 가게 

장터국수





장터국수란 이름보다 천 원 국수로 더 많이 불린다. 만 원 한 장이면 국수, 부추전, 오뎅, 떡볶이에 막걸리까지 한 병 주문하고도 천 원이 남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좋은 물건만 정직하게 파는 

대인상회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농산물공판장에 다녀와 좋은 물건만 파는 채소 가게. 남편 정안식 씨가 ‘장깡’을 함께 운영하는데 ‘버리긴 아깝고 쓰지는 않는 물건’을 모아 파는 곳이다.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전액 기부한다.   





착한 가격, 따뜻한 마음씨에 빠져들다 


대인시장에는 천 원이란 착한 가격에 국수를 파는 집이 있다. 

천원 국숫집의 이름은 ‘장터국수’ 다.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식당 안에 들어가니, 안에는 홀로 국수를 드시는 할아버지 한 분, 막걸리를 주고받는 중년의 사내 두 팀이 있었다. 벽면에는 장터국수 1,000원, 비빔국수 2,000원, 찐 계란 두 개 1,000원 등의 메뉴를 적은 종이와 멋진 글씨체로 쓴 시들,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이 적은 메모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주인 이영미 씨에게 싼 가격에 음식을 팔게 된 이유를 물었다. “2008년 비엔날레 때 시장에 찾아온 작가와 학생들이 저렴하게 먹을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원래 3개월만 열려고 했는데 벌써 9년째가 됐네요.” 가격도 저렴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식당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는 듯 했다.

대인상회에 갔을 때도 그런 따뜻함이 느껴졌다. 시장을 기웃거리다 귀여운 글씨체의 간판을 발견했는데 그곳이 바로 대인상회였다. 한자로 큰 ‘대’ 자를 쓰고 ‘인’ 자에는 사람들의 모양을 그려 넣었다. 주인 노순애 씨가 “손녀가 써 준 글씨” 라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가게에는 김, 대추, 땅콩 등이 보였다. 가게 앞에 나란히 매달려 있는 통북어들이 눈에 띄었다. 손님이 북어를 달라고 하자 주인아주머니는 가게의 역사가 담겨 있을 법한 낡은 작두를 들고 나왔다. 그러고는 “이렇게 잘라야 맛있다”며 북어를 뭉턱뭉턱 잘라주었다. “고사리 사 가지고 한 번 지져 불까?” 하는 손님에게는 “이게 더 좋아”라며 다른 나물을 권했다. 꽤 오래된 단골인 것 같았다. 아주머니의 남편 정안식 씨는 대인상회 바로 옆에 ‘장깡’(장독대의 사투리)이라는 가게를 운영한다. ‘버리긴 아깝고 쓰지는 않는 물건’들을 파는 곳이다. 장깡에서 얻은 수익금은 전액 기부한다. 소년소녀가장도 돕고 독거노인도 돕는다. 부부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가게에 딸린 방에 살며 자동차도 없다. “저 짐빠리(짐 싣는 자전거)가 우리 자가용이야.” 시장 상인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대인시장의 실험, 예술과 시장의 결합은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다른 곳에 있는 시장들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명세를 치르면서 건물 임대료가 많이 올랐고 떠나간 예술가들이 많다. 야시장에 대한 지원도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 2009년에 시작한 별장 프로젝트는 중요한 전환기를 앞두고 있다. 10년을 예정한 지원사업이 2018년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별장 프로젝트 사업단의 기재홍 씨는 “사업 종료 후에도 상인들이 자생력을 갖기를 바란다”며 광주 대인예술시장을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Mini  Interview

기재홍(별장 프로젝트 사업단 기획홍보팀장)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미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기획과 관련된 전공을 했지요. 별장 프로젝트 사업단은 상인회와 별도로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예술가들과 야시장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매년 거주 작가 8명을 선정해 공간을 지원하고요, 한평 갤러리에 전시할 작가들의 신청도 받고 있습니다. 야시장을 운영하는 셀러 교육을 진행중이고요. 야시장 때 교통정리, 청소, 행사 진행을 하는 ‘부엉이 봉사단’도 운영합니다. 사업단이 떠난 뒤에도 대인예술시장의 상인들이 자생력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