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章熙(1902~1928년)의 시 「봄은 고양이로다」는 한국 현대시 초기의 명시이다. 그 당시의 시 10편을 꼽으라면 이 시는 그 안에서도 상위에 뽑힐 만한 秀作이라고 본다.

글. 홍윤기 시인 · 문학박사

한국의 명시 6 - 신선한 심미적 표현기법

신선한 심미적 표현기법


李章熙(1902~1928년)의 시 「봄은 고양이로다」는 한국 현대시 초기의 명시이다. 그 당시의 시 10편을 꼽으

라면 이 시는 그 안에서도 상위에 뽑힐 만한 秀作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인구에 회자되어 오고 있다. 고양이를 통해 상징되는 봄의 생명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생기 발랄한 이미지(心象)의 세계가 담겨 있다.

시는 읽어서 즉시 알기 쉽게 느껴지는 작품이있는가 하면, 한두번 읽어서 이해가 안가는 그야말로 난해한 시도 있다. 어느 쪽을 더 좋다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대뜸 의미가 파악되어 좋다고만 할 수 없으며, 난해한 시 중에서도 얼마든지 佳作은 찾아 볼 수 있다.

이 시는 읽어서 대뜸 알기 쉬우면서도 또한 난해한 면도 약간 곁들이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지극히 감각적이면서 審美的인 표현 기법이 뛰어나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서정시와는 유가 다른 독특한 발상을 하고 있다.

시의 제목부터 은유의 표현을 하는 것이 자못 이상적이다. 이 시가 발표되던 당시(1923년)의 한국 시단은 서구 시단의 문예 사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서구 낭만주의적 감상과 도피의식, 데카당스(decadence)의 향락과 퇴폐의식 따위도 걸르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장희는 고도의 은유의 수법으로 즉물적인 審美詩의 세계를 보임으로써 한국 시단을 놀라게 했던 것이다. 우선 이 시의 제목이 비유에 있어 '봄은 고양이 같다'고 하는 식의 '직유'가 아니다. 즉,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은유의 수 사법을 동원한데서 그는 차원 높은 시 작법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봄'이라는 계절 그 자체를 '고양이'라는 동물로써 완전하게 비유하는 대담한 표현이 봄과 고양이의 일체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그가 이 시에서는 직유의 수법도 쓰고 있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이라든가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에의 눈'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직유가 단순한 직유에 그치고 있지 않다. 즉, 은유의 수법을 연상시키는 복합적인 비유의 효과를 이루는 특수한 비유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시인의 표현상의 재능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능수능란한 비유를 하는 그의 시는 주지적이며 섬세한 감각으로 독특한 시세계를 엮어내고 있다.

그렇기에 관능적인 이미지의 봄이 서구적 시어인 고양이와 결합함으로써 참신한 이미지가 엮어 지고 있다. 이를테면 고양이의 '털'·'눈'.'입술'.'수염'을 통한 연상작용으로서의 봄의 '향기'.'불길'·'졸음'·'생기'가 서로 결합되어 사실적인 봄의 세계가 아닌 추상적인 봄의 환상 속에서, 독자들은 이장희가 창조한 새로운 봄의 세계로 몰입되어 버린다.

시의 창조성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봄은 고양이로다」이다. 곧 시인에게 있어 고양이는 봄 속에서 새 생명력을 발휘하는 참신하고도 감각적인 시 세계를 이루고 있다.

흔히 그를 1920년대의 모더니스트라고 일컬었다.

모더니스트란 작품에서 자연발생적인 감정을 억제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감각적인 시어를 제시하는 시인을 일컫는다. 主觀의 범람과 감상적 낭만주의적 향락적 퇴폐주의가 시단을 풍미하던 당시에 냉정한 손길로 새로운 이미지의 표현을 꾀했던 그의 시풍은 참으로 이채로운 것이며, 미래지향적인 현대인의 감각 세계를 유감없이 제시해 주었던 것이다.

그 당시로 말하면 한국 시단의 봄의 시편들에는 진달래·종달새·고향 등이 으레 따르게 되고, 눈물과 그리움 등 鄕愁가 뒤따르던 시단의 경향에서 살필 때, 즉물적인 감각의 수사법을 구사해 심미적인 이미지의 세계를 전개시킨 그의 기법은 분명히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시가 새로워야 한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보여준 것이 이장희의 시 형상화 작업이었다. 시는 이야기가 아니며 이미지라는 것을 실감시켜준 것이 古月 이장희였다.

그는 같은 해인 1923년에 시 「동경」을 비롯해 1928년 이승을 떠나기까지 불과 11편의 시를 세상에 남기고 있다. 그의 시는 고향 친구인 시인 白基萬(1902~1967년)이 펴낸 「尙和와 古月」(청구출판사, 1951년)에 모두 수록되어 있다.

시 「고양이의 꿈」과 「夏日小景」도 이장희의 명시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고양이의 꿈」은 꿈과 좌절의 갈등에서 오는 아픔을 노래한 감각적이며 환상적인 명시이다. 또한 「하일소경」은 여름날의 여인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다룬 명시로서, 감각적이고 唯美的인 시로 평가되어 오고 있다.

고월은 소년 시절에 일본에 유학해 교토중학교(京都中學校)를 졸업했다. 그는 귀국한 뒤에 1924년 「조선문단」을 통해 시단에 등단했다. 그는 본래 내성적인 성격에 병약해 바깥 출입을 별로 하지 않고, 고독한 생활 속에서 인생을 회의하며 시를 쓰다가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음독, 스스로 목숨을 꿇고야 말았다. 그렇기에 작품은 편수가 얼마 안되며, 벗인 백기만이 그의 시와 생애를 「상화와 고월」 제하의 책자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시인 이장희를 대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하겠다.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生氣가 뛰놀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