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숲에서 나오다

주말의 책 읽기


지율 지음 / 도서출판 숲 펴냄


임길택 선생님이 남긴 산문과 교단일기


산에 대한 지율 스님의 애정은 뿌리 깊은 모성이다. 생명살림의 파수꾼 지율 스님이 고속철도 관통으로 사라질 천성산의 자연과 생명을 살리고자 자신의 목숨까지 던진 3년간 이야기를 끝없는 애정의 눈길로 담은 책이다. 온몸을 내던져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지율 스님과 도롱뇽 친구들의 이야기, 거리와 농성장에서 보낸 기간 동안 자신이 찍은 사진과 묵상, 시와 이야기를 '산과 도롱뇽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고속철도는 빠른 속도를 상징하고, 도롱뇽은 아주 느린 삶의 행태를 상징한다. 극단적인 이 대비에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뻔한 이 싸움에서 우린 빠르고 편한 것에 길들여진 우리 속마음을 들켜 매를 맞는다.

38일, 45일 두 차례의 단식기도를 통해 세인을 놀라게 했던 열정적인 생태주의자이자 시인이며, 동시에 타고난 예술가적 재능을 지닌 사진작가인 지율 스님이 숲을 지키고자 숲에서 나와 속세의 거리에 섰던 기록은 차라리 처절한 절규에 가깝다.

죽어가는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하겠다'던 스님이 참혹한 환경 파괴의 현장을 지키기 위해 가보지 못하여 느끼지 못하고, 왜 지켜져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왜 우리가 천성산을, 자연을 지켜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죽비와 같은 녹색 체험의 책이다.

'제가 죽어서 뭇 생명이 삶의 터전을 잃지 않는다면, 그 동안 제가 세상에게 입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는 것이 되겠지요.'

꿇어앉은 스님의 닳아 구멍 난 양말 뒤꿈치가 인상적인 책의 표지를 넘기면 천성산 내원사 계곡과 화엄벌, 그리고 아스팔트에 꿇어앉은 지율 스님의 사진과 곡기를 끊고 천성이란 화두로 45일간 단식하며 쓴 스님의 단식일지와 사진으로 이어진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생명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이를 안타깝게 지켜본 초등학생, 대학교수, 농부, 시인들의 글과 제인 구달이 보낸 메시지도 실려 있다.

'거기 누구 없나요? 살려주세요….' 산의 목소리에 이끌린 스님은 한 방울의 이슬이 되어 보려는 노력과 마찬가지로 꽃이 되거나, 나무가 되거나, 숲이 되거나 자유로운 새가 되거나, 때로는 차가운 바위에 붙어 비를 기다리는 이끼가 되어 보기도 하자면서 인간과 자연의 일체, 즉 초록 빛깔의 끝없는 공명(共鳴)을 예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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