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의 길을 선택한 저는 1975년 지방직 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1976년 체신부 남서울우체국에서 국가직 공무원으로 다시 시작했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우정사업과 함께 40여 년의 공직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공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는 IMF였던 1997년입니다. 당시 정부의 인력 관리 효율화 방안으로 추진된 ‘우정사업 공사화 또는 민영화’ 로 조직 내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했지요. 본부 직원들은 KT 본사 건물 층별에 설치된 커피자판기 앞에 모여 미래를 걱정했고, 저 역시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관련 자료를 모아 ‘우정사업의 공사화 및 민영화 반대’ 의견을 정리해 국장님께 보고했습니다.
국장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라고 하시면서 수정 없이 행정관리담당관과 총무과장의 검토를 받아보라고 하셨고, 이후 정부와 학계 인사들에게도 자료를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배들로부터 “너 승진 못할까봐 그러냐? 공사 본사에 가면 더 빨리 승진하고 보수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네가 왜 나서냐?” 하는 질책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공사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요.
사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공사화를 반대한 행동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 점은 의미 있는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퇴직한 지금은 건강과 배움, 지역사회 활동 속에서 또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공무원이었던 시간, 그리고 우정가족으로 살아온 시간에 감사하면서요.
우정가족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