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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우편집중국 사람들 - 물류총괄1과 소포계
전국 각지의 우편물을 연결하는 우체국 허브
우체국 마크가 선명한 대형 탑차가 줄줄이 들어와 우편물을 내려놓고 실어 간다. 저 많은 우편물이 어디에서 오고 다시 또 어디로 가는 걸까? 송파, 강남 등 서울 동부권에서 전국 각지로, 혹은 전국에서 서울 동부권으로 오가는 우편물 더미를 보고 있자니 전국의 우편집중국 가운데서 규모가 가장 큰 동서울우편집중국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우편집중국은 각지의 우편물이 머물다 떠나는 전국 우체국의 허브입니다. 우리 동서울우편집중국은 송파, 강남, 용산 등 서울시내 우체국 8곳과 하남, 양평, 가평 등 경인지역 우체국 4곳 등 총 12곳의 우체국으로 접수된 우편물을 모아 전국 각지로 보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국 우체국의 우편물을 취합하여 관할 우체국 12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중에서도 저희 ‘소포계’는 주로 택배 물류를 담당하는데, 통상우편이 크게 줄고 택배가 많아지면서 저희가 할 일도 늘었습니다.”
공채 시험을 거쳐 입사한 지 어느덧 25년차가 되고 있다는 서남식 계장은 우정사업본부가 자연스레 평생직장이 되었다고 한다. 이젠 천직이라 여기고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소포계의 수장답게 팀 업무와 조직의 역할을 막힘없이 설명하였다. 서남식 계장과 정태환 주임을 비롯하여 A조와 B조로 나뉜 소포계는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일영 팀장이 이끄는 A조와 최문주 팀장이 이끄는 B조는 각 5명씩이고, 오전 9시에 출근하면 익일 오전 9시에 퇴근하는 24시간 맞교대 형태로 근무 중이다. 전국에서 오는 우편물을 분류, 배송하기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것이 마땅한 우편집중국이지만 작업장에서 하루를 꼬박 넘기는 근무 형태가 힘든 건 사실이다.
“저는 입사 10년차 ‘막내’로서 아직도 모르는 게 참 많다는 걸 느껴요. 팀장님과 주임님의 보조 역할을 하고 있는데 24시간씩 일을 하다 보면 체력이 부칠 때가 있습니다. 팀 내에서 가장 젊은 저도 이렇게 종종 힘든데 우리 선배님들은 얼마나 더하실까 생각하면 죄송스럽고 감사해요. 밥도 많이씩 먹고 틈틈이 운동을 해야지만 버틸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외모는 막내 같은데 말하고 생각하는 건 부쩍 성숙해 보이는 김태옥 주무관. 그가 24시간 교대 업무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선배들을 향한 고마움과 자신의 부족함을 털어놓자 27년차 고참 김종서 주무관이 불쑥 거든다.
“말은 저렇게 해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몰라요. 뭐든지 몸으로 부딪치면서 착실히 일하는 김태옥 주무관을 보면 나도 저 나이 때 저렇게 잘 했나 싶을 정도로 기특합니다.”
'과부화된 집배원 업무를 저희가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배달국별과 동별 구분을 거쳐 이제는 팀별 구분으로까지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소포계의 업무가 늘어나서 좀 고되긴 하지만 전체 조직의 이로움을 보는 것이지요. 아직 시험운영 단계인데 이대로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조만간 정착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전체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소포계의 배려
수천 통의 우편물이 오후 2시를 기점으로 동서울우편집중국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파렛트’ 라불리는 이동식 화물운반대를 손수 끌고 가는 직원들과 사람 키도 훌쩍 넘는 높이의 파렛트를 지게차로 들고 운전하여 움직이는 직원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그러고 보니 동서울우편집중국은 명절 연휴를 앞두고 종종 언론에서 주목할 정도로 소통량이 급증하는 곳이다. 2017년 추석에는 일일 최대 35만 통, 기간 내 총 291만 통을 처리하여 사상 최대 물량 기록을 경신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띤다.
“우리 소포계가 하루 평균 처리하는 소포 물량은 15만 개 안팎이지만 명절 연휴를 앞둔 열흘 정도의 기간에는 이 물량이 최소 20%는 증가됩니다. 작년 추석에는 최대 물량이 몰렸다고 나오는데 사실 이 기록은 매번 경신되고 있어서 우리 직원들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진 않아요. 연휴를 앞둔 열흘 정도 전부터는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면서 아침에 먹는 컵라면과 삶은 달걀 하나로 오후 늦게까지 버티곤 합니다. 발송 고객이 원하는 제 날짜에 모든 물량이 수취 고객에게 도착할 수 있도록 집중하다 보면 막상 배고픈 줄도 모르고 일을 하게 되니 소포계 직원으로서 뿌듯하지요.”
집배원 특채로 입사했다가 환직 시험을 통해 현장직을 맡고 있는 정태환 총괄주임은 27년 가까이 우정인으로 살아온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가 “평탄하게 일해 왔는데 서남식 계장님 만나서 새로운 업무가 늘어 고생 중”이라고 농담 섞인 볼멘소리를 전하자 서 계장은 웃으며 정 주임의 활약을 소개한다.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알아주는 포토샵 전문가인 우리 정 주임님 덕분에 근무일정표와 작업장 배치도가 저렇게 깔끔한 형태로 만들어졌어요. 예산을 들여 외주업체에 맡길 법한 일들도 주임님이 알아서 해주시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갑작스런 칭찬 앞에 정태환 주임이 “필요한 부분만 조금씩 책을 보고 따라하는 수준”이라며 멋쩍게 웃는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업무’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과부화된 집배원 업무를 저희가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배달국별과 동별 구분을 거쳐 이제는 팀별 구분으로까지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소포계의 업무가 늘어나서 좀 고되긴 하지만 전체 조직의 이로움을 보는 것이지요. 아직 시험운영 단계인데 이대로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조만간 정착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잡지와 책자를 다루는 대형계 팀장을 거쳐 이제는 소포계 A조를 이끌고 있는 정일영 팀장은 각 지역 소포를 고객에게 신속·정확하게 전달하려면 힘들더라도 우편물 세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별 소포계 물량 확인을 담당하고 있는 유기복 주무관도 새로운 업무가 어렵지만 그만큼 도전해야 할 가치와 명분이 있기에 잘 해내고 싶단다.
“결혼하고도 일을 계속 하고 싶어서 입사한 지 벌써 36년이 지났네요. 오랫동안 같이 일했어도 각자 맡은 일이 바빠 친목을 쌓기 어려웠는데 올해는 봄, 가을 체육대회를 기점으로 다 함께 좀 더 힘내고 가까워졌으면 합니다. 자주 표현하지 않아도 참 고마운 후배들이자 동료들이거든요.”
최장 근속년수를 자랑하는 선임이면서도 “동생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전미숙
주무관과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전 주무관을 칭찬하는 후배 직원들.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가장 바쁘지만 가장 끈끈하기도 한 이들의 서로를 향한 배려가 있기에 앞으로도 우리의 명절은 걱정이 없다.
(왼쪽부터) 정태환 총괄주임, 정일영 팀장, 유기복 주무관, 서남식 계장, 김종서 주무관, 김태옥 주무관, 전미숙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