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특별 기획Ⅰ
휠체어 위의 도전자,
우체국에서 세상으로 날아오르다

그의 이름 앞에는 늘 ‘도전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휠체어 위라는 신체적 한계를 비웃듯 뜨거운 아스팔트를 질주하고, 이제는 가장 차가운 빙판 위를 누비는 이승미 국장. 그러나 이 화려한 도전의 출발점은 다름 아닌 ‘우체국’이었다. 24살에 우정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첫 발령지인 제주에서 14년을 근무한 뒤, 서울과 세종에서의 본부 생활을 거쳐 작년 5월 시흥우체국장으로 부임했다. 올해로 33년 차를 맞은 베테랑 우정인이다.
“어린 시절에는 집과 학교, 성당이 세상의 전부였을 만큼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려 다섯 개의 학위를 취득할 만큼 배움에 목말라 있었죠. 그런 제게 우체국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세상과 소통하게 해 준 삶의 통로였습니다.”

이승미 국장 인터뷰가 실린 《디지털포스트》 2015년 12월호
우체국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람과 세상을 연결해온 그의 삶에 어느새 핸드사이클 선수로서의 시간이 더해졌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던 순간은 지금도 또렷하다. 경기장에는 동료 우정인들의 뜨거운 응원이 있었고, 시상대 위에서는 본부장이 직접 메달을 걸어주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어요. 함께 일하던 분들과 그 순간을 나누고 있다는 게 큰 힘이 됐습니다.”
이렇듯 직장인과 선수의 삶이라는 두 가지 무게를 지탱하며 걸어온 길 뒤에는, 늘 멀리서 전해지던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곁을 지켜준 동료들의 뜨거운 응원이 있었다.

차가운 빙판 위에서 다시 피어난 도전
10년의 핸드사이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이승미 국장은 5년 전,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동계 팀 종목인 ‘컬링’이었다. 주중 낮 훈련이라는 환경적 한계에 부딪히자, 아예 직접 팀을 모아 국내 유일의 ‘직장인 컬링 팀’을 창단해 선수 겸 플레잉 코치로 활약 중이다. 놀랍게도 창단 3년 만인 2024년 전국체전과 2025년 경기도지사배 대회에서 잇따라 동메달을 획득하며 값진 성과를 만들어냈다.
“주중에 우체국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나서, 주말에 컬링 스톤을 투구하고 나면 한 주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또 운동으로 키운 근성과 목표 의식이 우체국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힘이 됩니다.”

가능한 한 오래 현역으로 남고 싶다는 이승미 국장은 후배들에게 단단한 메시지를 전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사연과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세요. 주어진 책임을 묵묵히 감당하며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도로 위에서, 그리고 빙판 위에서 이어진 그의 선택들은 결국 한 방향을 가리킨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삶. 우체국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사람과 시간을 이어온 한 우정인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