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우체국 우정이봉사대

세월의 무게 앉은 낡은 집, 나눔으로 다시 피어나다1895년, 조선의 근대화 물결이 일던 시기에 뿌리내린 부산우체국은 오랜 세월 부산 시민들의 삶 속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따뜻한 나눔의 발자취를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집배원 네 명이 만들어낸 ‘우정이봉사대’ 이야기다.
아직 사회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1995년, 우편물을 배달하며 대면한 이웃의 고단한 삶은 집배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르신들의 외로운 말벗이라도 되어 드리자”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는 소박한 빵과 우유를 나누는 작은 실천으로 이어졌고, 점차 따뜻한 도시락을 배달하는 정성으로까지 발전하며 봉사의 깊이를 더했다.
이듬해인 1996년부터는 낡고 허름한 집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이웃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다. 오랜 시간 손때 묻은 연장과 땀방울로 낡은 벽지와 장판을 말끔히 걷어내고, 어둡고 차가웠던 공간에 새 숨결을 불어 넣었다. 낡은 집을 수리하는 일은 한 가정에 새로운 일상을 마주할 기회를 선물하는 값진 일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주거 환경개선 봉사활동은 이웃의 지난한 삶에 희망을 선사하며 지역사회의 자랑이 됐고, 2017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이는 긴 시간 묵묵히 봉사활동을 실천한 우정이봉사대의 진심이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됐다.



우정이봉사대의 재단 현장

우정이봉사대의 박동기 단장
깊숙한 삶의 공간을 파고들어 ‘진짜 변화’를 이끈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 우체국마다 봉사단을 구성해 생활이 어려운 이웃과 가정을 지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부산우체국 우정이봉사대는 그 결을 달리하며, 이웃의 삶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밀착형 봉사’를 추구한다. 취약계층이 생활하는 가장 개인적인 공간으로 들어가 시간과 품을 들이는 것이다.
우정이봉사대의 든든한 서포터로 행정과 홍보를 담당하는김동욱 주무관도 “금전이나 선물을 전달하는 봉사도 의미있지만, 우정이봉사대의 가장 큰 특징은 봉사단원이 직접지원 가정의 방 안으로 들어가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년 동안 우정이봉사대의 모든 순간을 함께해 온 박동기단장은 “주거 환경개선 봉사활동은 토요일 아침 8시에 시작해 오후 3시나 4시가 돼야 끝나는 중노동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힘들다”면서도 “서로 일을 하겠다며 앞장선다” 라고 봉사단원들의 실행력을 강조했다.
우정이봉사대는 하루 여섯 시간 이상 도배, 장판, 낡은 부품을 교체하고 전기와 설비를 수리하면서 집안 곳곳에서벌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삶의 터전 자체를 개선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다. 사는 공간을 변화시키는 봉사활동이야말로 다른 봉사단과 우정이봉사대를 구분 짓는 가장 확실한 특징이며, 30년 동안 봉사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잠시 휴식하며 점심도 즐기는 단원들
봉사활동 노하우는 협력과 기술의 시너지다
우정이봉사대가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과 전문 시공 기술력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우선 주거환경개선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부터가 체계적이다. 부산우체국 집배원들은 평소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주거 환경이 열악한 가정을 발견하면 우정이봉사대에 알리고, 봉사단은 즉시 주민센터에 기본적인 도움을 요청한다.이후 주민센터는 지원 가정을 찾아가 기본적인 정리와 청소를 지원하고, 그 뒤를 이어 우정이봉사대가 도배, 장판시공을 맡아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구조다. 지역사회 복지제도와 연계해 실질적 지원이 이어지도록 설계한 시스템인셈이다.
김동욱 주무관은 “우정이봉사대는 2015년부터 부산 서구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협력하면서 서구청에서 선정한 지원 가정을 우선으로 방문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정이봉사대는 의지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 행정 기관과 협력해 더 효율적이고 폭넓은지원을 펼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운영 시스템이 봉사활동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면, 전문 시공 기술력은 봉사의 질을 높인다. 박동기 단장은 “처음에는 전문 도배 시공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현장으로 직접 가 어깨너머로 도배를 배웠다”라고 회상했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전기, 도배 관련 경력을보유한 부산우체국 직원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봉사단의 기술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문 기술을 보유한 단원이 다른 단원에게 시공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기술력을 내재화하고 발전시켜 온 것이다. 박동기 단장은 “10년 전 시공했던 가정을 방문하면 그때는 정말 초보였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최상위 기술자는 아니지만, 지금은어느 정도 전문가 수준은 된다”라고 자부했다.

더 큰 도약 꿈꾸며 우체국에도 행복의 씨앗을 심다
우정이봉사대는 부산우체국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는 존재다. 김동욱 주무관은 “부산우체국에 외부 손님이나 주요 인사가 방문하면 항상 우정이봉사대가 1순위 자랑거리”라며 “우정이봉사대 단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데, 함께 봉사하며 친해지고 단합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라고 말했다.
봉사활동은 개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박동기 단장은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더 친절하게 타인을 대하게 되고, 한마디를 하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라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우체국 직원으로서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조직 전체의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부산우체국 우정이봉사대를 담당하는 김동욱 주무관
앞으로 우정이봉사대는 노인복지센터나 아동복지관으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봉사단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참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재정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동욱 주무관은 “도배 봉사는 체력적으로 힘든 일인데, 봉사단원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다”라며 젊은 세대의 참여를 강조했다. 동시에 “단원이 자체적으로 회비를 걷고 우체국공익재단의 후원도 받지만, 도배와 장판 재료비로는 턱없이 부족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동기 단장도 “재정적으로 봉사활동을 지원해 줄 기관이나 지자체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누구에게나 각자가 가진 재능이 있는데, 우리 재능이 어쩌면 사소해 보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도움이될 수 있다”라는 박동기 단장의 말처럼, 봉사활동은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우정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희망의 발걸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