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미루지 않도록 하는 작은 행동’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퍼즐을 풀도록 했는데, 퍼즐을 풀기 전 테트리스 게임을 즐기도록 허락했다. 한 집단에게는 퍼즐을 푸는 것이 인지 능력 평가 목적이라고 말하고, 다른 한 집단에게는 테트리스와 같은 또 하나의 게임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똑같은 퍼즐을 푸는 과제였지만 인지 능력 평가라고 이야기한 집단보다 게임이라고 이야기한 집단이 더 쉽고 빠르게 퍼즐을 풀었다.
이처럼 물리적인 한계선, 목표치로 자신을 속이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일에 대해 납득할만한 새로운 정의를 내림으로써 우리는 일에 좀 더 친숙하게 또는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해’라는 생각은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를 낮추는 가장 큰 요소이다. 열심히 일해 보려는 마음을 먹고 사무실 의자에 앉았는데도 뒤늦게 들어온 팀장이 ‘자 이번 주는 좀 더 열심히 해 봅시다’라고 말한다면 모든 업무 의욕이 싹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우리가 무언가를 미루는 것은 외부적인 문제보다는 내 마음가짐의 문제가 더 크다. 아주 사소하지만 몇 가지 법칙을 통해 일을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 있다. 그리고 습관을 고침으로써 나의 생활 수준과 업무 역량까지 높일 수 있다. 그동안의 미루는 습관, 그리고 그것이 자주 반복되면서 관성처럼 만들어진 내 삶을 바꾸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2분의 법칙
경영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알렌David Allen은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Getting thing done」라는 책에서 ‘2분의 법칙’을 제시했다. 우리가 통상 미루는 일들은 엄청나게 어렵거나 단순히 꿈만 꿔야 하는 비현실적인 것들이 아니다. 충분히 해낼 수 있지만 사소한 몇 가지 이유들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마음으로만 바라기 때문에 미뤄지는 것들이다. 데이비드 알렌은 딱 2분만 투자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2분의 법칙이라 한다.
당연히 2분으로 모든 것이 바뀌고 성공하지는 않는다. 2분 만에 뭔가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2분은 움직이기 시작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2분만 투자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로 조금만 움직인다면, 그 동력을 활용해 점점 빠르고 쉽게 시작한 일을 계속 진행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일단 바퀴가 움직이면 그때부터는 움직이는 게 어렵지 않다. 다이어트를 한다면 고열량 음식을 먹기 전에 딱 2분만 고민해보는 것, 독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책이든 딱 2분만 읽어볼 것, 이러한 소소한 행동들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변화시키게 하는 모멘텀momentum이 될 수 있다.
가시적인 혜택을 만들어라
학창시절, 그렇게 수업 시간이 지루하다가도 수업이 거의 끝나갈 즈음이면 갑작스럽게 집중이 잘된경험이 있다. 어떨 때는 쉬는 시간이 빨리 올까 봐(예를 들면 시험 전 마지막 수업 때) 짧게 남은 수업 시간에 초집중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오래달리기를 하다가 마지막 짧은 거리를 앞두고는 갑자기 힘이 생겨서 온 힘을 다해 달려본 적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바로 ‘휴식Benefit’이 가시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먼 미래보다는 지금 당장의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 눈앞에 혜택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숨겨두었던 에너지를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 혹은 일에 집중이 안 되는 상황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줄 실질적인 혜택을 마련하고 그 활용 방안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일을 미루지 않을 수 있다.
실행 의도를 만들어라
무언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보통 목표를 세우고 세부 과제를 정한다. 심리학에서는 이 행동을 ‘목표 의도goal Intention’라고 말한다.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작업이다. 하지만 더 잘 해내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고차원적인 의도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이다. 실행 의도는 단순히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정할 때 그것을 언제 실행에 옮길지, 어디에 있을 때 수행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책을 읽을 거야’라는 목표 의도를 ‘저녁을 먹고 난 다음에는 책을 읽을거야’ 또는 ‘나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는 책을 읽을거야’와 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좀 더 머릿속에 구체적인 상황을 만든다면 당신의 실행률은 분명 높아질 것이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라
로버트 포젠Robert Pozen이 쓴 「Extreme Productivity, 극도의 생산성」라는 책에서는 OHIO 규칙을 말하고 있다.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라Only Handle It Once’는 뜻으로, 예를 들면 이메일을 열 때 ‘지금 답장을 쓰거나, 지우거나’ 둘 중 하나만 결정하라는 것이다. 중간은 없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이런 사례처럼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어 스스로 적용한다면 지긋지긋한 미루기 습관을 어느 정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획을 지키는 일은 누구나 어렵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 역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당신의 습관 때문에 혹시 당신의 워라밸도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