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스타 선수 깜짝 영입
KBO는 구단들의 전력 강화를 위해 팀마다 3명까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 구단들과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은 대개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하긴 했으나 끝내 주전이 되지 못한 선수들이다.
반면 추신수는 16시즌을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아시아 출신 타자로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여럿 수립한 스타 선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의 성적을 거둬 아시아 타자 최초로 통산 200홈런 고지에 올랐다. 2015년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안타·2루타·3루타·홈런을 모두 치는 것)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추신수의 SSG 랜더스 입단은 그간 한국 프로야구가 경험하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타자가 KBO리그에 왔다는 뜻이다. 추신수의 한국행에 야구계가 열띤 반응을 보였던 이유다.
추신수가 한국행을 결정한 데는 ‘타이밍’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2월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랜더스는 자신들의 KBO리그 입성을 떠들썩하게 선포할 이벤트가 필요했다. 슈퍼스타 깜짝 영입만큼 세상의 이목을 끌기에 완벽한 뉴스는 없었다. 때마침 한국 나이 마흔 살에 접어든 추신수는 언젠가 고국의 팬들 앞에서 뛰고 싶다는 오랜 소망을 실현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SSG 랜더스가 구애했고 추신수가 응답했다. SSG 랜더스 선수들이 제주 서귀포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지난 2월 23일 추신수는 연봉 27억 원에 SSG 랜더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도루에 홈런 ‘쾅쾅’ 한국 야구 적응
계약 이틀 후 입국한 추신수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완료하고 3월 11일 선수단에 합류했다. 다른 선수들이 2월 1일 전지훈련을 시작하며 시즌을 준비했던 것에 비해 추신수는 출발이 늦었다. 몸을 만들면서 한국 야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2021 정규리그 개막 후 네 번째 경기인 4월 8일 한화전에서 추신수는 드디어 한국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극적이게도 첫 안타가 홈런이었다. 4월 20일 삼성전에선 홈런 2개를 터트리면서 타격감이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홈런만 치는 게 아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도루를 열심히 한다. 혹시라도 추신수가 부상당할까봐 염려한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이 추신수에게 도루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다. 사실 추신수가 상대 투수의 타이밍을 빼앗고 도루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2009~2013년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는 등 메이저리그 통산 157회 베이스를 훔쳤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기록을 달성한 적도 2009·2010·2013년 세 차례 있었다.
KBO리그 판도 뒤바꿀 ‘게임 체인저’
추신수는 올 시즌 KBO리그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추신수가 뛰어난 개인 성적을 거둬 팀 성적을 상위권으로 견인할 것이라는 얘기다.
4월 한 달 성적으로 계산해 보면 추신수는 산술적으로 올 시즌 홈런 32.7개를 치고 45.8회의 도루를 할 수 있다. 2020시즌 기록을 보면 홈런 부문 공동 6위 선수가 32홈런을 쳤고, 도루 1위 선수가 35도루를 했다. 단순 비교하자면 추신수는 홈런 순위 상위권에 들고 도루왕이 될 수 있는 페이스로 질주하고 있는 셈이다. 프로야구 해설위원들은 추신수가 올해 0.320 정도의 타율을 올리면서 홈런 25~30개, 도루 20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로야구 10개 팀 중 9위로 지난 시즌을 마감했던 SSG 랜더스는 추신수 영입과 동시에 단숨에 5강 후보로 부상했다. SSG 랜더스를 3강 후보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는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팀이다. 추신수가 SSG 랜더스에 그 시절의 영광의 되돌려줄 수 있을까. 추신수 때문에 올 시즌 프로야구가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