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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희망을 이야기합시다!

영어로 치매를 뜻하는 ‘dementia’는 ‘정신이 없음’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적 능력이 부족한 정신지체와 달리, 치매는 정상적인 지적 능력을 획득하여 유지하던 사람이 여러 후천적 요인들로 인해 이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를 통칭한다.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질환은 100가지도 넘어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원인 질환에 따라 치매의 증상과 경과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즉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니라 일련의 증상들을 통칭하는 증후군인 셈이다.

글. 김기웅(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치매, 희망을 이야기합시다!
2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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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이 중요한 치매


치매의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환자가 치매 상태인가를 평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매를 유발한 원인 질환을 규명하고 진행 단계를 결정하는 것이 주된 목표가 된다. 치매는 원인 질환에 따라 증상뿐만 아니라 치료 방법도 다르고, 경과나 예후도 달라지기 때문에 결코 진단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정확한 진단 없이는 적절한 치료도 있을 수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억이 젊을 때만 못하다 하여 정확한 진단 없이 무턱대고 치매 치료제부터 복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치매의 진단은 빨라야 한다. 오전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고 늘 다니던 동네 슈퍼를 찾지 못해도 ‘노인이니까’ 라며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몇 년씩 기억력 감퇴와 지남력 장애로 생활이 위축되어도 ‘노인이니까’ 하고 외면하다가, 결국 헛것을 보게 되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때가 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대부분의 노인성 치매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반드시 다양한 정신병적 증상들과 신경학적 증상들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증상들은 치매의 핵심 증상인 인지기능의 감퇴보다 오히려 더 큰 절망감을 가족들에게 안겨주어 최소한의 보호 의지마저 꺾어 놓는 계기가 된다. 진단이 빨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전국치매역학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는 60만 명에 이른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여기에 아직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환자까지 더하면 노인 3명 중 1명은 반드시 정기적으로 치매에 대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는 분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처음 치매로 진단된 환자들의 절반은 가족들이 환자가 치매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치매 환자 10명 중 6명만 진단을 받아 치료하고 있다.  



치매 조기검진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아직까지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그러나 현재 개발된 치매 치료제만으로도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의 악화를 현저히 지연시킬 수 있다. 발병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8년 후 요양시설에 입소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될 확률이 1/5 수준에 불과하다. 환자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환자뿐만 아니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 역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향후 8년 동안 약 6,000만원을 절약하고 8,000시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가족들의 삶을 바꾸기에도 충분한 돈과 시간이다. 치매 조기검진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쉽게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없다. 2010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보건소에서 누구나 무료로 치매에 대한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 선별검사에서 치매가 의심될 경우에는, 소득수준에 따라 각 보건소가 지정하는 거점 의료기관에서 치매에 대한 정밀검사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또 선뜻 바로 보건소를 찾게 되지 않는 분들은 본인이나 자녀가 ‘치매체크’나 ‘치매신호등’이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먼저 검사해 볼 수 있다. 그 검사에서 인지장애 소견이 나오면 가까운 보건소를 방문하면 된다. 75세 이상 노인은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한번은 치매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75세 미만 노인들 중에서는 기억감퇴(옛날 일은 잘 기억하는데 최근 일을 잊어버리는 경우)나 성격변화(쉽게 화내고 충동적인 경우나 만사 귀찮고 무감각해진 경우) 등과 같은 자각증상이 있거나,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을 수년간 앓고 있거나(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우울증), 치매의 가족력이 있을 때는 해마다 치매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통상 55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은 치매 가족력이 있고, 치매 가족력이 있는 분들이 남은 여생 동안 치매에 걸릴 확률은 평균 20%로 가족력이 없는 분들의 2배 수준이다. 최근 치매 치료제의 개발은 다른 어떤 질환보다 활발하며, 앞으로 개발될 신약들은 기존 치매 치료제에 비해 보다 효과적으로 치매의 악화를 억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는 결코 불치의 장애가 아니다. 특히 치매는 대부분 노년에 발병하므로, 완치가 아니더라도 발병이나 진행을 5년에서 10년만 지연시킬 수 있다면 치매로 인한 불편 없이 여생을 보낼 수 있다. 조기검진이나 치료, 돌보는 법, 예방법 등 치매에 관한 모든 정보는 국립중앙치매센터(www.nid.or.kr)가 운영하는 ‘치매상담콜(1899-9988)’이나 ‘치매정보 365(www. edementia.or.kr)’에서 손쉽게 상담 받을 수 있다. 치매상담콜은 24시간 365일 운영하니,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다. 치매상담콜의 전화번호는 ‘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삽시다’라고 기억하면 외우기 쉽다. 직장 단위로 ‘치매체크’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다면, 국립중앙치매센터(1666-0921)로 신청하면 된다. 이제 치매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우리 손에 있다. 남은 여생을 치매의 덫에서 허덕이느냐, 아니면 치매가 있더라도 불편하지 않게 가족과 함께 살아가느냐는 바로 지금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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