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전세가, 정부 규제 등을 고려하며
흐름을 파악하기
9.13 대책과 함께 한풀 꺾인 부동산 시장
서울 주택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꿈틀대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 급등을 시작했다. 이에 정부에선 2017년 6월, 8월 계속해서 규제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그대로 달렸다. 2018년 1분기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7~9월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는데 한 달에 집값이 1% 넘게 오르는 ‘기현상’도 나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1월~2018년 9월까지 21개월 동안 서울 집값은 평균 30%가 올랐다.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32%(약 4억 3천만 원), 9억 원 이하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27.6%(1억 3천만 원)로 고가 아파트가 더 오르는 전형적인 상승장이었다.
또 다른 자료를 보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8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억 238만원으로 7억 원을 처음 돌파했다. 이제는 서울에 집 장만을 하려면 평균 7억 원 정도(대출 포함)는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약 20개월 동안 서울 집값이 30%나 올랐으니 서울에 집 있는 사람은2억 원 넘는 평가차익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된다. 평균 2억 원 상승. “1~2년 만에 4~5억 올랐다”라는 말이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다.(물론 아직 집을 팔지 않았으니 미실현이익이다)
이런 서울 집값 상승 여파는 인근 수도권으로 퍼졌다. 상승폭만 놓고 보면 분당, 광명 등은 서울을 앞지른다. 지방에선 제주도와 세종시, 대구, 광주가 서울과 비슷한 상승 궤적을 그렸다.(전남 광주의 경우 일부 아파트가 최근 5개월간 50% 넘게 오르는 ‘기형적 폭등’도 나왔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지역 외의 다른 곳은 조정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초 이후 지방 주택시장은 평균 -4% 하락으로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선 두 자릿수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주택매매가격을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으로 평균가격과는 다른 개념)은 9월 현재 8억 3천만 원이다. 반면, 6대 광역시 중위가격은 2억 4천만 원, 기타 지방은 1억 5천만 원 수준이다. 지방의 아파트 다섯 채 이상을 팔아야 서울에서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극심한 ‘양극화’는 일명 ‘똘똘한 한 채’ 명분으로 지방의 유동성(가용자금)을 서울로 빨아들이고 있다. 올 7월 이후 서울 강남아파트는 매수주체의 30~40%가 지방매수자로 채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정부의 ‘9.13 대책’이 나왔고, 이어 공급확대계획도 발표됐다. 이런 강도 높은 규제에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일단 멈칫하고 있는 상태. 그렇다면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실수요자라면 어떤 지표를 참조해야 할까. 어느 정도 실탄(현금)을 확보했고, 구체적 물건까지 정해 놓았다면 다음의 3가지 변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 번째 변수, 금리인상 속도와 폭
우린 종종 최근 2~3년간 대한민국 집값만 급등했다는 오해를 한다. 그렇지 않다. 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 시드니, 토론토 등 전 세계 집값이 모두 폭등했다. 집값 상승률로 보면 서울은 오히려 덜(?) 오른 축에 속한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렇게 세계 부동산이 모두 들썩거린 것인가. 유동성, 그러니까 엄청나게 시중에 풀린 돈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이를 극복하고자 ‘양적완화’라는 사상 초유의 유동성 공급을 결정한다. 쉽게 말해 돈을 찍어 시중에 푸는 정책이다. 그러자 유럽도, 일본도 가세하여 전 세계는 저금리/제로금리를 통해 돈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왜 대한민국 가계부채가 1,500조 원이 됐을까. 분명 말도 안 되게 싼 대출이자(저금리)가 한몫했다. 그리고 이 돈들은 고스란히 부동산으로 몰려갔다. 올 9월 말 대한민국에서 3일 내에 현금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단기 부동자금은 1,100조 원을 넘는다. 이런 막대한 유동성이 다른 곳으로는 안 가고 모두 부동산으로만 계속 몰려드니 정부가 아무리 초강력 규제책을 내놓아도 집값을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세계 통화정책 흐름이 바뀌고 있다. 미국이 거침없는 금리인상을 통해 그동안 풀어놓았던 시장 자금을 거두어들이고 있으며 이렇게 되자 미국 시중금리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 집값은 꺾이기 시작했고 런던, 시드니 등은 이미 -10%대 조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공은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 물론 우리 경제 상황만 보면 금리를 올릴 때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연 1.5%(9월 기준)인 기준금리는 미국의 연 2~2.25%와 비교해 0.75%포인트나 낮은 ‘금리역전’ 상태다. 자칫 외국계 자금이 더 많은 이자를 받고자 한국을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은 순간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행도 결국 금리인상에 돌입한다면?
당연히 시중금리가 오르고, 이에 연계된 대출금리도 오를 것이고, 1,5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치고, 이 중 60% 넘게 차지하는 부동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리인상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인상 폭이 크면 클수록 파괴력은 커진다. 자칫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서울 집값도 영향을 받게 된다. 실수요자라면 ‘금리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시중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5.5%를 넘어 연 6%대까지 치솟는다면 매수타이밍을 늦추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두 번째, 전세 시장 움직임
시장에서는 당초 올 3~5월을 기점으로 서울 집값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당시 ‘역전세난’이 나왔기 때문이다. ‘역전세난’이란 전세 수요보다 전세 공급이 많아서 전세가가 떨어지고이에 집주인들이 전전긍긍하는 상황을 말한다. 실제로 연초부터 전국 부동산, 심지어 서울, 그리고 강남 아파트에서 전세가가 떨어지는 ‘역전세난’이 나왔다. 가령 송파구
30평형대 아파트 전세가는 한때 10억 원도 넘었지만 8억 원대 매물도 나왔다. 그렇다면 이 ‘역전세난’, 그러니까 전세가 하락은 왜 중요한 지표가 되는가.
과거 집값 하락 시기를 보면 시작은 항상 ‘역전세난’이었기 때문이다. 6개월 넘게 역전세난이 이어지면 예외 없이 매매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올 6~7월을 기점으로 박원순 시장의 일명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이 부각하면서 서울 집값이 재차 급등했고, 역전세난’ 분위기도 멈춰버렸다. 9월로 접어들면서는 서울 전세가가 소폭 상승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전세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보통 전세 시장 분위기를 살피는 지표로 ‘전세가율’을 꼽는다. 집값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말하는데, KB국민은행의 9월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1.7%로 전월 대비 2.6%포인트 하락했다. 2014년 1월 이후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특히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48.9%로 ‘50%’ 벽이 깨졌다. 서울 강남 아파트의 전세가가 집값의 절반도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전세가율 하락은 보통 두 가지 상황에서 나타난다. 첫째, 매매가가 급등했을 때, 둘째는 집값 변화 없이 전세가만 하락하는 국면이다. 일단 최근 전세가율 하락은 전자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추가 집값 상승이 없는데도 전세가율이 하락한다면 이건 전세가 하락에 따르면 부동산 약세 신호로 봐야한다. 여러 이유로 전세 시장은 곧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단 새 아파트 입주가 많다. 전국적으로 올해 43만 가구가 입주하고 서울은 송파구에서만 연내 1만 가구 넘게 입주가 이뤄진다. 경기도에선 김포·시흥·용인·화성시가 모두 1만 가구 이상, 특히 경기 화성은 연내 입주물량이 3만 3천 가구가 넘는다. 지방 쪽을 보면 세종·천안·청주·창원시 등도 1만 가구 이상 입주가 예정돼 있다. 물론 “서울 아파트는 괜찮다”라는 반론도 있다. 서울만 보면 올해 입주물량이 3만 4천 가구 정도로 과잉은 아니고, 가을 이후 이사를 가야만 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 전세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또한, 요즘 대출규제로 집을 살 수가 없으니 대부분 전세로 남으면 전세 수요가 유지되어 전세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저금리 기조가 유지돼야 하고, 전세보증대출도 용이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의 비싼 전세가를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정반대이다. 자칫 서울 아파트 전세가가 꺾이면 집값을 버텨주던 버팀목이 무너지고 결국 매매가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정부의 공급계획과 대출규제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세 번째 변수는 역시 ‘정부 정책(규제)’에서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급계획과 대출규제이다. 당국은 이미 서울 포함 수도권에 30만 호 공급을 밝혔고, 지난 9월 21일 약 3만 5천 호의 구체적 계획을 내놓았다. 또한 서울과 1기 신도시(일산, 분당 등) 사이에 일명 ‘3기 미니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한 상태이다.
보통 정부의 주택공급계획이 실제 입주까지 완성되려면 최소 5년, 길게는 7~8년도 걸린다. 즉, 계획 자체로는 당장 현재 집값 열기를 잡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 변수가 되는 건 바로 실수요자들에게 ‘사인(sign)’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집을 사지 않더라도 한 5~6년 후엔 더 싼 값에, 더 좋은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으니 괜히 “부화뇌동 말라”는 신호 말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가 구체화시킬 공급계획이 얼마나 양질의 주택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충 경기 외곽 어디쯤에 1만 호 넘게 짓는 식이라면 서울 집값은 잡을 수 없다. 하지만 교통/교육/의료/생활편의시설 등 완성된 인프라를 함께 제시한다면 정부의 공급계획은 신뢰를 갖게 된다.
특히, 정부의 지속적인 대출규제가 엄청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당장 10월 중순부터 국내 금융권에서는 총체적원리금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시작된다. 본인이 갖고 있는 모든 부채를 연간 원리금으로 계산한 후 소득과 비교해 일정 비율이 넘으면 단 1원도 대출을 받을 수 없게 하는 구조이다. DSR 비율이 문제가 되겠지만 DSR 80%만 되도 대출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진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전쟁, 반도체 경기 정점 논란, 신흥국들의 외환위기 등 실물경제도 위축 구간에 돌입하고 있다. 실물경제가 꺾이는데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만 ‘나홀로 상승’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은 현금 확보에 힘쓰면서 시장을 지켜보는 게 현명한 대처 방법이다. 내년 1분기까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변수의 동향을 확인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