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감튀 같이 드시죠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감튀 모임’. 말 그대로 감자튀김을 함께 먹을 사람을 구하는 모임이다.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모임이 개설됐고, 서울 대치동의 ‘맥도날드 감튀 모임’은 한 달 만에 500여 명이 가입하기도 했다. 웰니스 전문 기획사 ‘SBW 산봉우리’는 지난 2월 실제로 감튀 모임을 기획했고, 약 40명이 모여 감자튀김을 함께 먹고 게임도 하며 가볍게 교류하는 시간을 보냈다. 주요 햄버거 브랜드들도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감튀 모임을 환영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이러한 흐름이 하나의 트렌드임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일회성 모임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같은 공간에 모여 대화는 최소화하고 각자 할 일을 하는 모각작(모여서 각자 작업) 모임, SNS를 통해 모집하는 식사 동행이나 공연·콘서트 관람 모임 등이 있다. 이러한 모임의 핵심은 관계 유지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서로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굳이 공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되고, 필요할 때만 가볍게 만나 만족감을 얻는 방식이 현대인들의 기호를 관통했다.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숏셜링(Short+Socializing)’이라 부른다. 짧고 가볍게 만나는 일회성 사교 활동을 의미하며, 주제는 취향 공유를 넘어 자기계발과 웰니스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모임에서 만난 사람을 ‘티슈 친구’라고 부른다. 필요할 때 한 장씩 뽑아 쓰는 티슈처럼 부담 없이 연결되는 관계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깊은 관계를 맺기보다 필요한 순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요즘 세대의 관계 방식을 잘 보여주는 신조어다.

실제 여러 기획사나 브랜드에서 감튀 모임을 콘텐츠로 기획하며 새로운 만남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SBW 산봉우리
소비의 대상이 된 인간관계
이 같은 트렌드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한다. 삶의 여러 분야에서 부담을 최소화하고, 짧은 시간 안에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인간관계에도 투영된 것이다. 일정 조율이나 지속적인 연락, 관계 유지를 위한 감정 소모를 생략하고 오직 ‘순간의 경험’에 집중하는 흐름이다.요즘 세대에게 더 이상 축적이 아닌 소비의 대상이 된 인간관계. 기성세대에게 인맥이 정성껏 ‘쌓아가는 것’이었다면,요즘 세대에게 관계는 ‘경험하고 지나가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트렌드로 그칠지, 새로운 관계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 짧고 느슨한 연결을 선호하는 변화는 한 세대의 관계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요즘 내가 추구하는 인간관계는 어떤 모습인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티슈처럼, 가볍게 만나고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이 새로운 관계 방식에 공감하고 있는가?

참조
이름도 번호도 몰라요, 우린 ‘티슈 친구’니까, 조선일보, 2026. 1. 21.
'경도 가고 감튀 왔다'…MZ세대 사이 '감자튀김 모임' 전국 확산, 다이어리포인트, 2026. 2. 6.